"투기자본, 돈 먹고 튈 생각만 한다"

[현장] 한국사회포럼 2007 '투기자본과 한국사회' 토론회

등록 2007.07.06 21:14수정 2007.07.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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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포럼 2007' 행사 중 하나인 이날 토론회는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가운데)과 김기준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한국사회포럼 2007' 행사 중 하나인 이날 토론회는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가운데)과 김기준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의 발언으로 시작됐다.오마이뉴스 선대식

"일하다가, 오전반 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쉬다가,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했어요."

비정규직법 등 노동문제를 다룬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바로 투기자본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특히 현장에서 투기자본과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은 "투기자본 문제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6일 오후 2시 '투기자본과 한국사회'라는 이름의 토론회가 열린 덕성여대 인문관 225호는 시작 전부터 40여개의 좌석이 가득 찼다. '한국사회포럼 2007' 행사 중 하나인 이날 토론회는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과 김기준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후 투기자본 문제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투기자본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생활이 어려워져"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오마이뉴스 선대식
"투기자본에 세금을! 노동자에 일자리를!"

투기자본 감시센터의 슬로건이다. 장 정책위원장은 "투기 자본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생활이 어려워진다"며 투기자본의 규제를 강조했다.

장 정책위원장은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는 금융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노동자의 고용을 지키는 중요한 기제"라고 말했다. 이어 장 정책위원장은 비정규직법을 거론하며 "투기자본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정책위원장은 3대 투기자본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를 비롯,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릿지캐피탈, 한미은행을 인수한 칼리일 펀드를 꼽았다. 뉴브릿지캐피탈은 1999년 제일은행 인수 후, 5년 만에 1조1500억원의 차익을 남긴 곳이다. 론스타는 현재 외환은행을 매각할 경우, 4조5000억원의 차익이 예상된다.

장 정책위원장은 "(투기자본의 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관료(정부)-투기자본-퇴직 엘리트 집단(김앤장) 간의 3각 동맹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정책위원장은 "투기 자본 규제를 깨기 위해서는 3각 동맹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을 한 김기준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은 "투기자본에게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공성 등 사회적 책임은 사치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단기적으로 주주에게 최대한 이익을 주기 위해 무슨 수단이든 실현하는 것이 하나의 원리"라며 "노동자, 소비자 등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또한 "투기자본이 설치도록 스스로 모든 규제를 완화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의 노동자에겐 투기자본은 어떤 의미일까? 이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동자는 막일로 생계유지, 투기자본은 돈 먹고 튀어

"해고된 노동자들은 막일을 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투기자본은 돈 먹고 튀었다."

배태수 금속노조 오리온전기 지회장은 "투기자본 때문에 하루아침에 1300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며 운을 뗐다. 또한 "오리온 전기는 투기자본문제로 노동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고 말했다.

오리온전기는 대우 계열사로서 한때 세계5위의 영상표시장치 사업장이었다. 하지만 대우부도사태로 1999년 워크아웃을 거쳐 2003년 최종부도를 맞았다. 이때 매틀린패터슨 펀드가 '3년간 고용보장, 신기술개발'을 약속하고 회사를 인수했다.

3967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오리온 전기의 매각대금은 600억원이었다. 배 지회장은 "3480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서울보증보험이 매각에 반대했지만 국무총리실에서 개입해 매각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후 매틀린패터슨 펀드는 투기자본의 공식대로 단기적인 '단기적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매틀린패터슨 펀드는 브라운관 사업부문 청산한다며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했다. 배 지회장은 "베트남, 멕시코 공장과 5만평의 땅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PDP사업부문의 지분 75%를 팔아치워 이미 93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다고 말했다.

배 지회장은 "(이는)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법원에 고발했지만 "기소권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이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돈을 먹고 튀면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배 지회장은 "검찰도 펀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시간 동안 고소인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조사관에게 펀드에 대해 설명하는 데만 6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6일 '투기자본과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6일 '투기자본과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오마이뉴스 선대식

"노조 탄압도 이뤄지고 있다"

하나로 텔레콤과 브릿지 증권의 노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 기업도 역시 외국계 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곳. 강승균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브릿지증권 지부장은 "('단기적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투기자본의 전형적인 행태가 똑같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M&A를 통한 기업인수 후 회사 비전 제시에는 관심 없다. (이들은) 배당을 통해 돈 빼가고, 돈 되는 건 다 현금화하고, 뽑아먹었다 싶으면 매각이나 청산한다. 특히 청산을 선호하는데, 노동자들 월급 한달만 주면되기 때문이다. 이후 철수할 때 세금을 안 낸다."

강 지부장은 "이들은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고, 돈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미 브리지 증권은 820명의 직원 중 150명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종남 투기자본 감시센터 기획국장은 "투기자본의 활동은 고용불안이 확대하고, 대량실업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과정에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수철 하나로텔레콤 노동조합 선전홍보실장은 "대주주인 뉴브릿지캐피탈이 올해 회사를 매각한다"며 "(이와 관련된 투쟁에서) 현재 노조위원장이 해고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노조 지도부들도 징계를 받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투기자본 #한국사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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