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그들은 우리의 평범한 이웃입니다"

[인터뷰] 계요병원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수련생 손모아씨

등록 2007.07.08 10:25수정 2007.07.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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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의 도심 지하철역에서 '백색 가루 소동'이 벌어져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중략) 경찰은 20대 여성이 가방 여러 개를 들고 울먹이며 가루를 뿌리고 간 정황 등으로 미뤄,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보고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2007년 4월 29일 경향신문 사회면 기사)

대낮에 아산시 도심 한복판에서 연쇄방화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중략) 경찰 관계자는 "대낮에 방화를 한 점으로 미뤄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주변에 용의자를 목격한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고 탐문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3월 20일 대전일보 사회면 기사)


신문 사회면 기사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정신질환자들은 곧잘 '사회의 골칫거리'로 묘사되곤 한다. 사건의 정황이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믿기지 않거나 황당한 경우, 그들은 사건의 용의자가 잡히기도 전에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비단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사를 접하고 이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모습에서도 부끄러운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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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손모아 씨. 그녀는 대학시절 '누리에'란 정신치료 레크레이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 손기영

이처럼 '비정상'의 낙인과 잘못된 편견은 정신질환자들을 '차별의 덫'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피하고 싶고 멀리하고픈 심리적 거리감은 '사회적 격리'만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란 믿음을 낳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생각과 태도가 항상 올바르다고만 할 수 없는 법. 지난 7일 만난 의왕 계요병원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수련과정생 손모아(26)씨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그녀만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정신질환자 만나는 치료레크리에이션으로 편견 없어져

"저도 이전에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죠. 머리에 꽃을 달고 돌아다닐 것 같은 사람, 멀리하고 싶은 사람, 병원에 가둬야 할 사람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부끄러웠던 제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손씨는 이런 편견이 대학시절 우연히 가입하게 된 치료레크리에이션 연합동아리 '누리에'를 통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학에 다닐 때 우연히 선배의 권유로 '누리에'란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죠. 1주일에 한번 각 병원에 정신병동을 돌아다니면서 환자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여러 정신질환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동아리에 가입 뒤 처음 가본 청량리 모 병원 정신병동 방문이 생각나는데, 평소 겁이 많았던 저로서는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었죠."

하지만 그녀는 정신질환자들과 만나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 보통사람에서는 볼 수 없는 순수함을 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보통 정신질환자들은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 때문에 사회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많이 갖고 있죠. 돈을 잘 모르고 칭찬에 부끄러워하며, 감정표현에 솔직합니다. 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던 인간적인 호감으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죠."

동아리활동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극복하며 정신보건부문에 꿈을 갖게 된 손씨는 대학졸업과 함께 '정신보건사회복지사'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그 꿈을 접고 일반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3년 뒤 안정된 회사생활을 박차고 올 초부터 경기도 의왕 계요병원에서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수련과정을 받고 있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란 직업이 많이 생소하시죠. 사실 이 직업이 우리나라에 들어 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기존의 정신치료 방식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 '약물치료'를 중심으로 했지만, 정신보건사회복지란 개념이 도입되면서 장기간 입원치료에 따른 환자의 사회적 기능의 도태를 막기 위한 '사회기술 훈련', '인관관계 훈련' 등을 중점적인 치료방식 삼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하철 타기, 데이트 하는 법, 부탁하기, 칭찬하기, 거절하기 등 퇴원 후 환자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기본적으로 필요한 생활방법을 습득시키고 관리하는 일이 저희가 하는 주된 업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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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모아 씨는 직접 준비해온 관련 자료들을 보여주며,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 손기영

이어 손씨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정신치료개념의 변화가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 달라져야

"과거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를 '바보', '미친 사람'라고 놀리긴 했어도 그들을 동네에서 내쫓고 격리시키기 보다는 이웃으로 인정하고 감싸 안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급속히 산업사회로 재편되고 자본주의 문화가 지역사회에도 침투하게 되면서, 생산활동 참여의 중요성과 문화적 획일성이 발생되면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자의적인 기준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 기준 벗어나게 된 그들은 '쓸모없는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며, 지역사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죠."

"또한 의학기술이 많이 발달되어 지속적인 약물치료로 상당부분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게 되었고, 주변에 지역정신보건센터도 속속 들어서 있어 근거리 치료에 대한 인프라 구축도 안정적으로 갖춰지고 있죠. 오히려 지금은 퇴원 후 환자의 사회적 능력의 배양과 관리, 즉 '탈 시설화'가 근본적인 정신치료의 목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정신질환자들의 인권문제나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재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중에서 환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호자의 동의만 있으면 입원이 가능하죠. 또한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정신과 주치의에 결정도 신속하게 이루어지곤 합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응급입원이 되더라도 일정기간 환자와 지속적으로 면담을 통해, 정말 정신병동의 입원이 불가피한지 판단하죠. 그리고 합당하지 않은 입원이라고 결정이 난 경우에는 바로 퇴원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의 병동입원제도는 앞으로 환자들의 의사를 더욱 경청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정신질환자들은 의사표현이 서툴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부 정신병동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대우에 대해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며,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손씨는 마지막으로 정신질환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문제'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면담을 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건데, 정신질환자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고 친구입니다. 외형적인 증상만 빼고 보면, 우리와 같이 취업을 하고 싶어 하며, 사랑도 하고 싶고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평범한 이웃'입니다. 누구나 조금씩만 노력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편견은 극복될 수 있는 일입니다."

신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조금씩 극복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은 여전하다.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안, 우울, 공포 등 어느 정도의 정신적 혼란상태를 겪고 있다. 신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는 것이 몰상식으로 비춰지는 것처럼,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 역시 '왜곡된 감정상태'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로 극복되는 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정신질환자 #정신병환자 #계요병원 #손모아 #정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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