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계곡에는 '찾아가는 시인 마을'이 있다

월악산 국립공원 취재기 ⑦

등록 2007.07.08 16:21수정 2007.07.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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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만수봉 탐방로 안내 지도

만수봉 탐방로 안내 지도 ⓒ 이상기

만수봉(985m)에서 597번 도로 만수교로 하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가 892m봉과 820m봉을 지나 능선을 따라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가 만수골로 해서 계곡을 따라가는 방법이다. 이들이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능선을 따라가면 전망이 좋고 계곡을 따라가면 물을 만나 시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능선을 따라 용암봉(892m)에 오른 후 만수교로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만수봉에서의 하산은 서쪽 방향으로 이어진다. 처음 내려오면서는 남쪽 방향으로의 조망이 좋다. 신선봉에서 부봉까지 이어지는 월악산 남릉의 파노라마가 좋고, 가까이 포암산 멀리 주흘산이 이루는 완만함과 뾰족함의 대비도 좋다.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은 건 고사목과 바위 너머로 연녹색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산악의 푸름이다.


a 용암봉 가는 길에 남쪽으로 보이는 주흘산

용암봉 가는 길에 남쪽으로 보이는 주흘산 ⓒ 이상기

만수봉에서 약 20분을 내려오면 용암봉 쪽으로 '등산로 아님(No trail)'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이 길을 조금 올라가면 용암봉 정상이 나온다. 그런데 나무 때문에 용암봉에서의 시계는 별로 좋지 않다.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송계리 닷돈재 휴게소로 내려갈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차를 만수휴게소에 세워놓기 때문에 잠깐 올라온 길을 되돌아 820m 봉우리로 향한다.

해발 838m에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이곳의 위치는 월악 06-10이며 만수봉으로부터는 1㎞ 거리이고, 만수교까지는 1.9㎞를 내려가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비교적 경사가 급해 고도가 금방금방 낮아진다. 약 25분쯤 지나면 해발이 539m로 300m쯤은 내려간다. 이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전망대 바위를 만날 수 있다.

a 전망대 바위 아래에서 바라 본 암벽군: 오른쪽에 용암폭포가 있다.

전망대 바위 아래에서 바라 본 암벽군: 오른쪽에 용암폭포가 있다. ⓒ 이상기

전망대 바위 아래 오른쪽으로는 용암폭포가 있는데 여름에 수량이 많을 때만 그 위용을 드러낸다. 폭포를 보려 바위 아래로 내려갔지만 낭떠러지기여서 더이상 내려가는 것이 위험하다. 그리고 바라보는 곳이 폭포 위쪽이어서 사진을 잘 찍을 수가 없다. 나중에 만수교로 내려와 폭포 쪽을 올려다보니 물줄기는 보이지 않고 암벽에 물이 흘러 축축한 흔적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 전망대 바위에서는 송계계곡 일대와 건너편 북바위산과 용마봉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북바위산은 육산으로 보이고 용마봉은 정상 인근이 바위로 이루어진 골산임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다시 20여 분을 내려오면 만수골 골짜기에 닿게 된다. 만수골에는 약 1㎞의 자연관찰로가 조성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 교육효과도 크다.

a 자연관찰로의 안내판: 월악산 산양을 소개하고 있다.

자연관찰로의 안내판: 월악산 산양을 소개하고 있다. ⓒ 이상기

이곳 만수골 계곡은 마골치 고개를 통해 수문동 계곡과 연결된다. 옛날 월악산에 은거하던 의병들이 송계계곡의 송계리와 미륵리, 억수계곡의 월악리와 억수리를 옮겨다니며 활동했는데, 그들의 은신처가 바로 월악산 영봉과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종주능선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해방 후 이곳에서 활동했던 빨치산(Partizan)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월악산 빨치산들의 이야기는 권운상이 쓴 대하소설 <녹슬은 해방구>에 잘 나타나 있다. 권운상의 소설은 조정래의 <태백산맥>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좌우익의 이념 갈등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a 만수계곡에서 만난 노란색 원추리꽃

만수계곡에서 만난 노란색 원추리꽃 ⓒ 이상기

자연 관찰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야생화 꽃밭을 잘 가꾸어 놓았다. 노란색 원추리꽃이 특히 아름답다. 야생의 원추리꽃은 주황색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이지만 이곳의 원추리꽃은 명도와 채도가 높은 진노랑 빛이다. 주변의 야생화도 노란색 일색이어 연녹색의 잎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만수교 옆의 육각정에는 월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시인 마을'이 있다. 만수골을 찾는 시민들이 책을 빌려다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자연 속에서 읽는 한편의 시> <야생화 향기와 함께 떠나는 만수골> <산양이 뛰노는 월악산> 등의 책들이 있어 취향에 따라 책을 선택할 수 있다.

'찾아가는 시인 마을'은 평상시에는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여름 휴가철이나 되어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찾아가는 시인 마을', 여하튼 아이디어가 좋다.

a '찾아가는 시인 마을'의 대여 책자들

'찾아가는 시인 마을'의 대여 책자들 ⓒ 이상기

덧붙이는 글 |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의 자연 지리, 인문 지리를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월악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도 실을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월악산 남릉 산행을 시작했고, 동쪽과 서쪽 능선으로 산행을 확대하고 있다. 1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가을까지 월악산 전체를 다뤄보고자 한다. 그러면 연재회수도 늘어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의 자연 지리, 인문 지리를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월악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도 실을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월악산 남릉 산행을 시작했고, 동쪽과 서쪽 능선으로 산행을 확대하고 있다. 1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가을까지 월악산 전체를 다뤄보고자 한다. 그러면 연재회수도 늘어날 것이다.
#만수계곡 #용암봉 #용암폭포 #만수교 #자연관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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