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주머니, 그만 하시죠

아침부터 찢어지는 날카로운 고함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와집니다

등록 2007.07.09 11:44수정 2007.07.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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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가 지난 지 보름 안팎이지만, 아직 햇살이 퍼지기도 전인 아침 6시 40분, 오늘(9일)도 어김없이 앙칼진 된소리가 들려온다.

'저 집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저렇게 큰 소릴 지르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연이어 소릴 질러댄다. 이웃 사람이 들어도 가슴이 설렁해질 만큼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이다.

"왜 매양 00하냐고∼∼∼"
"얼른 00 안해∼∼∼"

말끝을 하늘을 향해 몇 고비를 끌어올리는 버릇을 가진 그녀는 두 번째 말만은 조금 짧아졌다.

'웬일일까? 오늘은 두 번째에서 말꼬리가 잘렸네?' 거의 매일 들려오는 소리이기에 이미 그녀의 말버릇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잘못 짚은 것이었나 보다. 곧이어 들려오는 앙칼진 목소리는 거의 비명 수준의 비단을 찢는 것 같은 날카로운 그녀 특유의 음색이 이웃들의 늦잠을 깨우고 있었다. 마치 불에든 송충이가 뛰는 듯한 다급하고 앙칼진 목소리는 몇 번이나 더 이어지고 있었다.

'소릴 질러도 너무 하는군. 더구나 저 앙칼진 목소리를 곁에서 듣고 살아야 하는 가족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던 운동을 계속하는데, 약 5분쯤이 지나서 또 한바탕 소릴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소리 지르는 버릇은 여러 말을 하지 않고 단칼에 끝내겠다는 듯, 거의 단발성 발언으로 끝난다. 하긴 저 앙칼진 목소리로 잔소리까지 한다면 그 가족은 살아남기 어렵겠지?

그렇게 많이 이해해주고 양보를 한다고 하더라도 저 가족들은 참으로 불행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에게 저렇게 소릴 질러대면, 그 소릴 듣고 사는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저렇게 이웃 사람들이 괴로울 정도로 질러대는 소리를 듣는 것이 괴로울 것이다. 그리고 저 말씨도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가슴을 파고드는 비수 같은 괴성으로 퍼붓는 저주 같은 소리는 가슴에 못이 박히는 충분한 요인이 될 것이다.

그 결과로 가족들은 온 종일 기분을 망친 채 하루를 살아야 할 것이다. 아니 사회에서 또는 직장에서도 주눅이 들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의기소침한 사람으로 만들기 쉬울 것이다. 아니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가 안정적이다거나 온순하기는 아예 틀린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결콜 나는 봉건적인 생각으로 "여자의 목소리가 담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소릴 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이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하루를 시작하는 불안을 안은 시간이다. 오늘은 정말 일이 잘 풀릴까? 아니 오늘은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길까? 이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출근길에 올라야 할 시간인 것이다.

그러나 저 앙칼진 목소리에 짓눌린 가족들은 과연 그렇게 희망적인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는 못할 것 같다.

아침 시간에 저렇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 저 아주머니의 사정을 내가 알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아마도 무엇인가 늘 괴로운 생활 속에서 짜증이 쌓이고 쌓인 것이 원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앙탈을 하듯 소릴 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넉넉하게 이해를 하고 아무리 접어 생각을 하자고 하여도 적어도 이런 점을 생각지 않은 저 아주머니의 소리 지르는 버릇은 마땅찮은 것이다.

우선 아이들을 깨우는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보아 자녀들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린 자녀들에게 불안감을 주게 된다. 또 저렇게 앙칼진 소리를 질러야만 말을 듣는 아이들도 바로 그런 말투를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아마도 학교에서 또는 단체 활동에서 늘 소릴 지르고 뛰어다니면서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되기 쉬울 것이다. 학교에서 그렇게 꽥꽥 소릴 지르고, 신경질적으로 날뛰는 아이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늘 꾸중을 듣는 아이가 되거나 눈치를 살피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행동을 보이기 쉽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저렇게 소릴 질러서 온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어떤 것일까?

첫째, 온 가족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짜증스럽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아침부터 날카로운 비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 출근하고, 등교하는 가족들이 마음이 안정이 되고 기쁜 마음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온 가족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불행스러운 사람을 만들고 말 것이다.

둘째, 가족들은 늘 들은 말씨에 적응이 되어서 이제 밖에 나가서 큰 소리, 된소리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런 습관 역시 어떤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사람이 아닌가? 어떤 상사가 큰소리를 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황소고집 같은 사람을 좋아하겠는가 말이다.

셋째, 아이들의 교육적인 문제이다. 어머니의 말씨를 배우게 될 것이고, 자신도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식의 대화법을 쓴다면 과연 누가 좋아하겠는가? 조용조용하게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때에 대화와 협상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소릴 지르고 악다구니를 써서 이루어질 거래나 협상은 없다. 싸움을 불러 올 뿐일 것이다. 더구나 가족들은 물론 죄 없는 이웃까지 아침 기분을 망치게 하는 저 앙칼진 목소리는 언제쯤이면 이런 작은 깨달음으로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될 것인지?

이웃집 아줌마 때문에 오늘 아침도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디지털특파원,개인불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디지털특파원,개인불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 #고함 #신경질 #날카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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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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