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통령 탄생 분위기 무르익었다

<우먼타임스> 여성정치단체 대표 초청 좌담회..."스타급 여성후보 대거포진"

등록 2007.07.09 11:24수정 2007.07.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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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여성대통령 탄생 가능성 높다." 박근혜, 한명숙, 심상정, 추미애 등 스타급 여성 예비후보들이 각 정당 경선 레이스에 속속 합류하면서 선거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도 격차가 오차 범위로 좁혀지자, 여성계뿐 아니라 국민들도 여성대통령 탄생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우먼타임스>는 여성언론으로는 처음으로 4개 여성정치단체 대표들을 초청해 ‘2007 대선과 여성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여성대통령 탄생 가능성과 2007년 한국이 원하는 바람직한 대통령상 등을 진단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신은숙 한국여성정치연맹 총재, 오유석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이연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함영이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등 여성정치단체 대표들은 “박근혜, 한명숙, 심상정, 추미애 등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여성 예비후보들의 유례없는 대거 등장은 한국 여성정치의 눈부신 약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정치단체 대표들은 “여성대통령 탄생은 여성주의적 성향인 친환경, 교육, 복지 등 높은 삶의 질을 원하는 시대적인 요청”이라며 “급속도로 빠른 세계 진입과 고속 성장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이 극심해진 속에서 이제는 속도를 조절해 사회를 통합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강력한 여성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여성대통령은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 여성친화적 사회를 만들고, 더 빨리 앞당기는 데 기여하는 젠더적 여성”이라고 정의하고, “각 정당 경선에서 여성후보가 무사히 경쟁을 뚫고 본선 후보가 된다면 여성대통령 탄생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성계가 앞장서서 유권자들에게 여성리더십을 알리는 데 힘을 합치자”라고 입을 모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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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주진 기자] 2007년 대통령선거를 꿰뚫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다. 이번 대선에는 전례 없이 많은 여성 후보들이 ‘최초 여성 대통령’에 도전장을 냈고, 이 중 몇몇 후보는 각 정당의 유력 후보로 경선에서 당선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본지는 4개 여성정치단체 대표들과 함께 여성 대선주자들의 도미노 출마 의미를 되짚어보고, 한국 사회가 원하는 바람직한 대통령상, 최초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진단해보았다. 아울러 대선에 임하는 여성정치단체들의 활동 계획과 준비 상황도 긴급 점검해본다.

우타: 올해 대선에는 전례 없이 많은 여성 후보들이 출마했는데, 이처럼 여성정치인이 약진한 배경과 의미는?

오유석: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1987년 이후 진행된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사회, 여성계 등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으로 과거 보수적이고 이념 지향적이었던 한국 정치구조가 새롭게 전환되었다. 힘겨운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법·제도적 장치들도 마련되었다. 새로운 정치를 여는 데 여성들이 한몫했다고 본다. 또, 1975년 이후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선진국이 주도한 여성권익운동이 우리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정치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지도자들이 나왔고, 여성후보 대거 출마라는 오늘을 맞게 됐다.

무엇보다도 민주화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과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변했다. 여성 선호 투표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여성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특히 여성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부정적인 의식이 많이 없어졌다. 이 같은 국민 의식 변화는 여성 정치인들에게 후보로서 자격만 갖춘다면 검증을 통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고, 나름대로 준비된 지도자로서 자신감을 갖고 대선에 나설 수 있도록 자극제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연주: 거시적으로 보면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났고, 그 속에서 세계 각국에서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등 여성 리더십이 부각된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본다. 국내적으로는 전문직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 대거 진출하면서 이제는 여성이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이 높아졌다. 정치 분야를 보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년 동안 당을 이끌었고, 한명숙 전 총리는 최초 여성 총리로 무난히 직을 수행했다.

추미애 전 의원 역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줬다. 또 17대 국회에 진출한 여성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 등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여성 정치인들이 대선에 대거 출마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함영이: 동의한다. 국무총리, 정당 대표가 나온 것뿐 아니라 작년 서울시장선거에서 강금실 후보가 출마해 선전했다. 이 같은 성과는 무엇보다 이들이 여성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계를 극복했고, 여성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여성이 상징의 영역이 아닌 선택의 영역으로 왔다고 본다.

오유석: 최근 모 여성 인사의 책에서 “여성대통령을 꿈꾸지 말고 대통령을 꿈꿔라”라는 구절이 와 닿았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100% 젠더로 갈 수는 없다고 보지만, 이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성을 내세우기보다 전문성을 가진 ‘인간 여성’으로 접근하자는 의견에 동의한다.


신은숙: 여성 지도자들의 약진은 시대적인 요청과도 맞아떨어진다. 21세기는 하드 파워보다는 여성 친화적인 소프트파워를 필요로 한다. 여성들이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면서 눈부시게 약진하고 있다.

우타: 한국 사회에서 올해 대선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이번 대선의 의미와 주요 아젠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함영이: 이번 대선은 진보세력에겐 시험대가 아닐까 싶다. 진보세력이 국민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하지 않았나. 한나라당은 지금 정권 창출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려들고 있는데, 여권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우리가 나서면 바로 정권 재창출은 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진보진영은 또다시 국민들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유석: 진보로 아우르는 건 오류다. 1987년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이른바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들이 과연 진보적인 정치 역량과 정치구조 환경을 확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요즘 진보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과연 그런가? 그것은 단지 열린우리당의 위기일 뿐이다. 한미 FTA를 놓고 보더라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책에 큰 차별성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국민들을 위한 대선을 하겠다는 것인지 자기들을 위한 대선을 하겠다는 것인지 걱정된다.

국민들은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고, 예전처럼 대선에 목숨을 걸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은 민주화의 흐름을 유지해나가면서 이후 통일, 신자유주의, 세계화 문제 등에 대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차기 대선을 준비해나가야 한다.

이연주: 진보와 보수가 서로 목숨을 걸고 치르는 선거가 되면 이번 대선은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대선이다. 진보와 보수 간의 싸움이 되면 사회적 갈등 해소를 기대할 수 없다. 진보,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그 갈등을 통합하고 봉합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신은숙: 과거엔 냉전 이데올로기 때문에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했다. 고도로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가부장제, 혈통주의, 이분법적 사고가 설 자리가 없다. 현재의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 역시 점진적인 변화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우타: 2007년 한국은 어떤 대통령을 원한다고 보는가.

오유석: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으로 급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대, 계층, 계급 간 갈등이 심화되고,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수습하느라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성장제일주의와 대책 없는 분배와 복지는 양극화 문제를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 전 대표, 한 전 총리가 무난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은 높이 사지만 이제는 소신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을 보여주는 여성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이연주: 강력한 리더십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관용과 통합의 리더십, 부드러운 리더십도 필요하다. 이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갖춘 지도자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함영이: 국민들은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지도자를 뽑겠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가장 완벽한 여성 후보는 박근혜의 인기, 한명숙의 이력, 심상정의 콘텐츠, 강금실의 개성을 한꺼번에 갖춘 사람인 것 같다.
오유석 대표의 말처럼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 사회가 조금은 숨고르기를 하면서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리더십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안단테 리더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타: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이연주: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성유권자연맹 회원 45%가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선택 의향을 묻는 질문엔 49%가 ‘찍겠다’고 했다. 자질을 갖춘 후보만 나온다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문제될 것 없다는 인식이 높아져서 여성 후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만 보완한다면 얼마든지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인데,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은숙: 지금 출마한 여성 후보들은 남성 후보와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과연 여성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겠다.
개인적으로 여성당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렇게 되면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도 마련되고, 여성정치도 매우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유석: 이미 정당정치가 자리잡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국민후보를 만들고 바람을 일으킨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후보를 만든다고 해도 결국 정당을 거칠 수밖에 없다. 각 정당 경선에서 여성 후보가 무사히 경쟁을 뚫고 본선 후보가 된다면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문제는 여성 유권자들이 나서서 여성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 이래 가장 좋은 조건인데도 여성들이 한걸음도 나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결국 본선에는 지지 정당에 따라 선택을 달리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성이 가진 자질, 역할 수행 능력으로 볼 때 여성 후보가 더 적극적으로 여성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믿고 지지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 유권자들이 뭉쳐 여성의 힘을 보여주자.

우타: 여성 대통령이 여성 친화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가.

신은숙: 가족이 다함께 행복한 사회, 삶의 질이 높아지는 사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는 모두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것들이다. 여성들은 소박하더라도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편이라면, 남성들은 경제성장을 먼저 해야 한다식으로 밀어붙이는 쪽이 많은 것 같다. 여성 대통령은 여성친화적 사회로 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여성 대통령 탄생을 간절히 바란다.

이연주: 남성 후보 중에서도 어떤 후보는 여성 친화적인 성향을 띠기도 하고, 어떤 여성 후보는 오히려 반여성적일 수도 있다고 보지만, 무엇보다도 여성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평등하고 투명하게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청와대 내부에서부터 정부부처, 사회 구석구석까지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타: 다가오는 대선을 위해 향후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신은숙: 여성정치연맹은 대선 정국에선 특정 정당, 특정 후보에 편향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우선 올바른 대선 후보를 뽑는 시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는 데 주력하겠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많은 여성들이 국회에 입성하도록 하기 위해 후보자들을 발굴하고 교육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오유석: 여성 후보를 보는 안목을 높이려면 일단 여성이 본선 후보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성 후보가 후보로서 제대로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알다시피 경선 구조가 여성에게 얼마나 불리한가. 여성 후보가 정정당당하게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여성단체가 감시 역할을 한다든지,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면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홍보를 하는 식으로 여성계가 적극적으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본선에서 ‘여성후보’ 지지 여부는 국민의 몫이기 때문에, 경선 국면에서라도 여성계가 적극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연주: 대선과 관련해 5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지난 5월, 서울시청 앞 여성유권자 핑크파워 행사에서 양성평등 세상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대선 전까지 각 지역별로 핑크파워 행사를 지속하고, 공명선거 운동과 후보 정책 검증 메니페스토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선후보 정책검증 자문교수단을 꾸리고 있는 중이다. 또 모니터단 170명을 선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방송 뉴스, 토론회 등을 중심으로 모니터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일 시 : 2007년 7월 5일 오전 10시
장 소 : <우먼타임스> 회의실
사 회 : 이미경 우먼타임스 편집국장
참석자 : 신은숙 여성정치연맹 총재
오유석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이연주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함영이 여성정치연구소장(가나다순)
진행·정리 : 주 진 우먼타임스 편집국 차장·
정치사회팀장
#여성대통령 #대통령 #대선 #우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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