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아 박물관, 뉴질랜드 마오리들의 삶을 볼 수 있다.배지영
현기가 왔다. 작은 누나와 현기는 '모자 상봉' 하며 눈물을 쏟지 않았다. 한 사흘 떨어져 있다가 만나는 것 같았다. 차가운 듯 잘 생겼던 현기 얼굴은 살이 올랐고, 엉덩이는 서양 사람처럼 질펀했다. 그 애는 늦잠 자서 오래 기다리게 한 게 머쓱한지 "숙모, 내가 차에서 들으려고 CD 구워왔어요. 숙모도 맘에 드는 거 많을 걸요? 잘 했죠?" 했다.
우리는 렌터카부터 빌리러 갔다. 공항 안에 사무실이 있었다. 메이저 회사에 속하는 Hertz에 갔다. 큰 회사들은 전국이 지점으로 연결되어서 오클랜드에서 빌렸다가 남섬의 끝까지 가서 반납해도 된다. 값이 싼 렌터카 회사도 있는데 덜컥 계약했다가는 여행의 쓴 맛을 볼 수도 있다. 날마다 드는 보험료가 덧붙여지고, 주행거리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렌터카를 빌리려고 한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왔다. 우리 집은 군산, 전주 운전면허시험장에는 국제운전면허증 창구가 따로 있었다. 30분도 안 걸려서 발급 받았다. 뉴질랜드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는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보여주어야 한다. 신용카드도 필요한데 만약의 사고를 위해서 보증금을 거는 의미다. 차를 반납할 때 돈은 돌려준다.
청정 뉴질랜드는 공장이 별로 없어서 물건을 거의 수입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이나 유럽차가 많다. 차를 빌릴 때는 맘에 드는 모델로 고르면 되는데 우리는 눈에 익은 차가 하나도 없어서 현기가 타보고 싶었던 차로 골랐다. 계약서를 쓸 때는 운전하는 사람과 보조 운전할 사람까지 함께 적었다. 든든한 작은 누나가 있어서 나는 '2빠' 운전수로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