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는 공연이 끝나면 마오리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배지영
마치 맞게 공연을 시작했다. 마오리들의 노래와 춤은 노래방에서 듣는 '달 타령' 같았다. "1월에 뜨는 저 달은…" 하고 노래 부르는 사람을 보면, 어쩌면 저런 노래를 골라서 부를까 싶다. 그런데 달 타령이 7월, 8월로 넘어갈 즈음이면 노래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어느새 일어나서 노래를 따라하고 어깨를 들썩인다.
마오리 남자들이 추는 '하카'와 여자들이 추는 '포이'. 마오리들은 공연을 보던 사람 중 몇을 무대로 데려갔다. 나도 뽑혔다. 볼 때는 쉬웠는데 솜으로 만든 공 포이를 리듬에 맞춰 돌리는 건 어려웠다. 마오리가 아닌 남자 사람들이 혀를 내밀고 눈을 부라리는 하카를 따라하는 모습은 어색해서 웃음이 났다. 도무지 위력 과시로는 보이지 않았다.
공연 보기 위해 신발 벗는 행동은 며칠 만에 먹는 김치 맛이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로토루아에 있는 마오리들의 요새촌 와카레와레에서 다시 마오리 공연을 봤다. 옷을 따뜻하게 입었는데도 비가 와서 자꾸 어깨가 움츠러드는 날이었다. 마오리들은 자신들이 원래 살던 집보다 훨씬 크게 지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네들은 맨발에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여자들은 망토를 둘렀다.
마오리들은 원래 1000년 전쯤에 열대의 폴리네시아에서 카누를 타고 뉴질랜드에 와서 정착했다. 그네들은 계절이 바뀌다는 것,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에 충격을 먹었을 지도 모른다. 그네들은 후손들에게 삶의 방식을 더 열심히 가르쳤을 것이다. 짐승 털로 망토를 해 입고, 온천이 펑펑 솟고, 지열만으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로토루아를 떠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