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이 맘껏 책 읽게 해주세요

페루 빈민촌 히까마르까에서 어린이 도서관 준비하는 한인 이민자 출신 NGO 청년들

등록 2007.07.11 14:24수정 2007.07.11 16:2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페루의 수도 리마 시내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히까마르까(Jicamarca)는 리마 동쪽의 안데스 산간마을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모래 언덕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작은 마을입니다.

a

히까마르까 마을 모습-사방이 모래언덕이다. ⓒ 오은영


대부분 집들이 모래 언덕에 있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모래바닥이며, 도로가 나 있는 곳도 포장이 돼 있지 않아, 먼지가 풀풀 날리고, 물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는 말 그대로 빈민촌입니다.

그러던 히까마르까에 약 10년 전 페루 내 한인 NGO단체인 HAPECO의 도움으로 보건소 정도의 작은 병원이 생기면서 마을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병원은 2층 건물이며 현재 1층은 병원으로 이용되고 있고, 2층은 지역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HAPECO는 Humanitario Amistad Peru y Corea(주페루 한인 인도적 친선)의 약자로 페루의 한국 이민자들 사이에서 약 10년 전 생긴 NGO 단체입니다. HAPECO는 병원 건립 이후 병원 건물의 2층 공간을 활용하여 해당 지역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이 지역의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a

주 페루 한인 NGO에 의해 설립된 히까마르까 보건소 ⓒ 오은영


인근 라 몰리나에 있는 공립특수학교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오은영씨는 그곳 공부방에서 주 1회 자원 활동을 하며, 공부하고 싶어도 책 한 권 사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심정에 작은 도서관을 열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은영씨는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는 모래언덕 마을답게 모든 공간들이 먼지로 가득 쌓여 있었고, 아이들과 활동하기 위한 기초 환경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그 곳에 있는 것은 아이들 키에 전혀 맞지 않는 낡은 의자와 흔들거리고 부서져 있는 몇 개의 탁자뿐이었습니다. 시작 당시에는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일손으로 약 4~5명 정도의 아이들이 방문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NGO(HAPECO)의 도움으로 하나 둘씩 환경을 바꿔나가기 시작하면서 공부방 지원을 위한 시스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등록된 학생이 약 60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위한 도서 마련이 꿈이에요"라고 말을 합니다.

현재 이 공부방 지원을 위한 봉사자는 총 3명입니다. 한국해외봉사 단원인 오은영, 전현태씨와 현지 교민 소은미씨, 이렇게 3명이 공부방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히까마르까 공부방 활동이 시작된 지는 약 8개월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공부방 환경 구성 및 아이들과의 관계를 맺어가며 활동하는 데 중심을 맞췄다고 합니다.

그 결과 지금은 아이들 대부분이 공부방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다양한 학습 및 문화 경험을 쌓는 것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어 아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현지 한인 NGO와 연결되어 자원활동을 하게 됐다는 오은영씨는 작은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a

공부방에 참가하고 있는 아이들 ⓒ 오은영

"공부방 지원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곳 아이들이 도시 중심부의 아이들에 비해 문화적으로 많이 결핍되어 있으며 기타 학습과 관련된 활동과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족한 부분들이 모여 결국 도시 중심부의 아이들에 비해 아이들의 기본적 삶의 수준 및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차이 나게 만들고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족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보완하기 위해 해당 지역 아이들에게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현재 건물 2층에 빈 공간이 있으며, 이 공간을 활용하여 작은 도서관을 만들 계획입니다.

한편 페루는 물가에 비해 유난히 책 가격이 비싸다고 합니다. 아주 기본적인 책들도 평균 만 원 정도이며 아동용 도서는 그 두 배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끼 식사비로 식당에서 약 천 원 정도를 쓰는 현지 물가와 비교하면 정말 비싼 가격입니다.

우리나라의 도서관이나 책방의 개념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현지 여건의 사정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에 놓여 있는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서점과 같은 문화 공간을 구경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이 간접 경험을 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더 넓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재 공간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그 곳에 도서관을 만들려니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또 주변에 헌책 기부를 많이 부탁했으나, 워낙 책이 귀하다보니 쉽사리 구해지지도 않습니다. 현지 NGO 단체에서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봉사자들과 NGO 단체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처음 히까마르까 공부방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때도 빈 공간에서부터 시작해 하나씩 채워나갔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도서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걱정도 여전하지만, 예전처럼 하나씩 성실하게 준비해 간다면 조만간 그 지역 아이들에게 작은 문화 공간의 도서관이 생기리라 믿습니다. 이런 봉사자들의 작은 마음과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맑게 자라나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랍니다."


a

초등부 고학년들과 중학생들이 섞여 공부하는 모습 ⓒ 오은영

빈민촌 히까마르까의 작은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후원을 원하는 분은 http://happylog.naver.com/kova/H000000005665 에서 후원을 하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후원을 원하는 분은 http://happylog.naver.com/kova/H000000005665 에서 후원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해외봉사단원 #페루 #해외 장학금 모금 #작은 도서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AD

AD

AD

인기기사

  1. 1 고장난 우산 버리는 방법 아시나요?
  2. 2 마을회관에 나타난 뱀, 그때 들어온 집배원이 한 의외의 대처
  3. 3 삼성 유튜브에 올라온 화제의 영상... 한국은 큰일 났다
  4. 4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5. 5 "과제 개떡같이 내지 마라" "빵점"... 모욕당한 교사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