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현대증권 영등포지점 영업팀 과장은 올해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오마이뉴스 선대식
현대증권도 비정규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매년 50명 정도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뽑는다. 이들 모두는 창구나 고객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자진퇴사하거나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1년 6개월 후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노동자들의 고용 환경은 여느 비정규직과 다르다. 지난 2005년 11월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올해 5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김숙현(25)씨는 "(1년 6개월 동안) 고용불안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노조 위원장이기도 한 민경윤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 위원장은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 신입사원 뿐 아니라 경력직 사원에게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 경력직 사원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입사한다.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등락을 예측할 수 없는 증시로 인해 신속히 구조조정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증권에서는 6개월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지난해 8월 경력직으로 입사한 김시종 현대증권 영등포지점 영업팀 과장은 올해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투자증권에서 3년간 비정규직으로 있다가 이곳으로 옮긴 김 과장은 "이곳에 왔을 때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사실 금융분야에서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해주는 곳은 다른 곳도 많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분리직군제'를 도입해 310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분리직군제'는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비정규직 해법의 실질적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차별의 고착화'라는 의견도 많았다. '분리직군제'는 정년 보장을 제외하면 임금, 승진 기회, 복리후생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증권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전환 노동자를 가르는 기준은 직급뿐이다. 직급에 따라 임금의 차이는 있지만 이 또한 승진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구조다. 김씨는 "계약직으로 입사해 보통 3~4년이 지나면 정규직 신입사원과 같은 직급으로 승진 된다"고 말했다. 또한 "승진하는 데 비정규직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정규직화의 해법, 승진 기회와 임금격차 해소
그렇다고 현대증권의 이 같은 정규직화가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 현대증권 노조쪽에선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당시만 해도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등 회사 경영상황도 좋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해 온 노조 입장에 회사쪽은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인건비 상승에 대한 비용부담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당시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없었다. 하지만 이 회사 노사는 2002년 12월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전격 합의했다.
이들이 찾은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비정규직에게 승진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이어 비교적 연봉이 높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영업쪽 업무에 전진 배치했다. 물론 이들 업무는 그동안 정규직 직원들이 해왔었다.
현대증권 인사팀 관계자는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구업무를 많이 한 직원들은 영업에서도 큰 실수가 없었고, 오히려 뛰어난 사람도 많았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으로 가는 길은 한 고비가 더 남아있었다. 임금 차이였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원과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과의 임금 차이가 줄지 않는다면 '무늬만 정규직'이 양산되기 때문이다. 노사는 2005년 11월 임단협에서 직급이 낮은 순서대로 임금을 크게 올리기로 합의했다.
민 위원장은 "과장은 3.5%, 대리는 4.8% 상승한 데 반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의 경우 임금이 16.9% 상승했다"고 말했다. 당시 직원 평균 임금상승률은 4.8%였다. 민 위원장은 "완벽하게 차이가 해소 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정규직의 양보로 성과로 거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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