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간절한 삶의 표현-연꽃과 색동의 만남

2007년 여름 오혜련 개인전

등록 2007.07.11 17:06수정 2007.07.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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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련 작 '삶-비상' ⓒ 장원주


작년 전통적 오방색을 이용한 색동선과 고요한 느낌의 연꽃이 만나 새로운 빛깔을 창조했던 첫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혜련 화가의 '내 영혼의 빛, 색동' 개인전이었습니다. 화가는 올해에도 그 빛깔을 다듬어 또 다른 작품을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혜련 화가의 작품들에는 삶이라는 주제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삶은 한 순간순간이 모두 달라 '희(喜)·로(老)·애(愛)·락(樂)'의 폭풍을 만들어갑니다. 수많은 삶들이 생성하고 소멸하며, 또다시 시작하고 서로 만나기도 하며 각각의 이야기를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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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련 작 '삶-꿈틀대다' ⓒ 장원주

'연(蓮)' 하면 '인연(因緣)'이란 말의 '연'이 생각납니다. 사람을 인간이라 하지요! '인간(人間)'은 혼자 살 수는 없습니다. 삶이란 그런 것입니다. 삶이란 무수히 만났다 이별하는 인연의 연속입니다. 바로 이런 인연의 연속을 옛 사람들은 연꽃에 비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 흙탕물 속에 자라면서도 깨끗하고 고귀한 품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친근감을 가지며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서 신성한 상징으로 만들어왔습니다. 화가는 바로 생명의 근원으로까지 인식하여 왔던 연꽃의 고요한 영적 세계를 화폭에 담아 이미지화하였습니다.

역사 속 많은 화가들이 이 연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지만 우리나라 전근대시대 그림의 흐름에서 색감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화풍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지 오방색과 결합된 그림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전통적 소재인 색동선과 연꽃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들이지만 옛 그림과는 낯선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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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련 작 '삶-노래하다' ⓒ 장원주

오방색에 근원을 두고 있는 색동은 오행의 상생과 관련하여 장수하고 부귀가 충만하게 하며, 이웃과의 화합과 행복을 기원하는 색으로 쓰여 왔습니다. 돌이나 명절에 오색천을 이어서 지은 다음 어린아이에게 입히는 색동저고리 역시 이런 의미이며 우리의 전통 속에서 그 맥을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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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련 작 '색동-꽃을 피우다' ⓒ 장원주

오혜련 화가의 작품들은 삶이라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가의 그림 속에서 연줄기, 연꽃의 선, 연밥, 혹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이 오색 색동이 선명하면서도 은은하게 녹아 있습니다. 연꽃과 연밥이 함께 등장하여 여러 삶의 시작과 만남, 비상, 미래에 대한 희망 같은 것들을 표현합니다. 또 화면을 분할하여 과거, 현재, 미래 같은 시간과 공간을 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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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탕에 흰색 꽃과 연밥, 오색 색동의 줄기를 표현한 색동 작업 ⓒ 장원주

전시중인 작품들은 한국적인 감성을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화가만의 그림을 창조해 내는 중요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삶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친근하고 포근한 색동선과 연꽃으로 표현하여, 내면의 '심연(深淵; 깊은 연못)'을 부담 없이 표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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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다양한 연꽃, 연밥에 색동을 넣기도 하고 여백으로 처리하기도 하면서 삶의 여러 모습을 표현하였다. ⓒ 장원주

삶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모두 완벽하게 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색동의 선과 색채를 통한 표현들은 오혜련 화가의 정신세계를 담은 그만의 그림 세계입니다. 작품을 감상하다 문득 '나에게 있어 삶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하는 진지한 물음을 가져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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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련 작 '삶-생성과 소멸' ⓒ 장원주

맹렬한 여름 무더위가 오기 전, 하늘은 잠시 시원한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7, 8월의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납니다. 이렇게 비를 뿌리는 와중에도 전국 방방곡곡의 연못에서는 연꽃이 피겠지요. 너른 연잎을 물 위에 띄우고 맵시 있게 뻗은 줄기 끝에서 세상의 고뇌를 다 삭힐 미소를 머금고 중생들의 삶을 노래하는 연꽃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깊고 간절한 마음으로 연꽃을 피운 또 다른 연못으로 찾아가 다섯 색깔의 알록달록한 삶의 향기를 무언의 대화로 소통하며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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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수원미술전시관 1층 전시실 ⓒ 장원주


덧붙이는 글 | 오혜련 개인전 
·일시 : 2007. 7. 10(화) ~ 7. 16(월)
·장소 : 수원미술전시관 1층 (만석공원 내)

덧붙이는 글 오혜련 개인전 
·일시 : 2007. 7. 10(화) ~ 7. 16(월)
·장소 : 수원미술전시관 1층 (만석공원 내)
#오혜련 #수원 #오방색 #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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