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개선이 헌법소원감? 코미디다"

기자협회 정부-언론단체 합의안 "백지화", 무엇을 위한 반대?

등록 2007.07.12 18:36수정 2007.07.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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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지난 5월 세종로 정부합동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설명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회장이 한달 동안 참여해 만든 합의안을 강경 반대파 기자들이 백지화한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 이하 기협)의 내분으로 정부와 언론단체들이 합의점을 찾아온 '기자실 개선' 방안이 강행이냐, 보류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기협은 12일 제4차 임시운영위원회를 열고 정부와 언론단체들이 마련한 '취재지원 시스템 공동발표문(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것은 지난 1개월간 정부와 4개 언론단체(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 연대회의) 대표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한 안을 뒤집어엎은 것이다.

합의과정에는 기협의 정일용 회장도 줄곧 참여해 심도깊은 논의를 해왔다. 따라서 임시운영위의 결정은 기협 회장의 1달여간의 활동을 뒤늦게 '탄핵'하는 셈이 된 것이다.

기협 운영위에 참석한 20명의 운영위원들은 이날 오전 11시 40분부터 약 1시간가량 회의를 열고 '취재환경 개선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제출한 공동발표문 백지화 의견에 14표의 찬성표를 던져 이 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과반 이상의 운영위원들은 취재환경 개선특위가 마련한 별도의 협의안에 찬성표(14표)를 던졌다.

또한 앞으로 특위가 마련한 별도의 협의안에 대해 정부와 직접 재협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특위 차원의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사실상 정부와 4개 언론단체가 마련한 안을 백지화 하고, 정부와의 직접협상을 통해 특위가 마련한 안을 밀어붙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기자협회 "기사송고실 폐지 강행 땐 헌법소원"

이날 특위가 마련한 안의 핵심골자는 "정부가 기사 송고실 폐지를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 제기 등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며 "정부가 언론계와의 협의 중에 기사 송고실 통폐합 공사를 강행한다면 더 이상 지켜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특위는 ▲취재원 대면접촉권 ▲정보공개청구제도의 획기적 개선 ▲수사기관 등 특수출입처의 기자실 개방문제 등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이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실을 통폐합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선 취재환경 개선, 후 기자실 통폐합 여부 결정이라는 것이다.

박상범 특위 위원장(KBS 기자)은 "총리 훈령으로 취재원 대면접촉권을 규정한다는 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면접촉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 내용이 없기 때문에 정부와 언론단체가 합의한 공동발표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박 위원장은 "취재 목적을 밝혔는데도 특별한 사유 없이 취재에 응대하지 않는 과장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장이 별도의 경위서를 받아야 한다"며 "정보공개청구제도의 개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상이 없는데 무조건 공동합의안에 서명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수사기관 등 특수 출입처의 기자실을 개방하게 되면 이름도 알지 못하는 동네신문부터 검경 수사내용 자체를 돈으로 사고파는 온갖 사이비 기자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라며 "검경 수사상황 등을 고려하고 엠바고를 깨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는 출입기자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협의내용 존중해 차질없이 개편 추진"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특위의 입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은 "한국기자협회가 정부-언론단체간 의견접근을 이룬 공동발표문안을 거부한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정부는 그간 언론단체와 협의한 내용을 존중해 취재지원시스템 개편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뿐만 아니라 공동발표문(안) 작성에 함께 했던 언론단체장들도 기자협회의 이 같은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환균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 회장은 "기자협회가 빠진 3개 언론단체가 정부와 협상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협상은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언론단체 간 협의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다"며 "따라서 합의문은 당연히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정일용 기자협회 회장을 포함 4개 언론단체가 지난 1개월간 무의미한 일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논의돼왔던 '공동발표문(안)'의 정신을 살려달라는 게 언론단체의 요구"라고 전했다.

이준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사송고실 폐지와 브리핑룸 제도 문제는 기자들의 핵심 영역이자 이슈였기 때문에 언론노조는 한국기자협회 의견을 존중하고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었다"며 "정부와 언론단체 모두 서로에게 유감스럽게 됐"지만, "정부는 지난 1개월간의 토론으로 의견이 접근됐던 부분을 반영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연호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은 "기자협회 특위가 주장한 3가지 핵심 요구사항은 실무 추진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인데 그걸 이유로 공동발표문 전체를 백지화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기자협회장 등 언론단체 대표들이 지난 1개월간 논의를 해왔는데 이번에 반대를 표명한 특위 기자들이 진정으로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면 그 과정에서 기자협회장을 통해 충분히 문제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 와서 공동합의정신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 회장은 "반대하는 기자들이 무엇을 왜 반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그동안 합의를 기초로 만든 공동발표문은 폐쇄적인 기사 송고실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취재문화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것일 뿐인데 이에 대해 헌법소원 운운하는 말이 기협 기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것은 코미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애초의 정부안은 ▲사전의견수렴 부족 ▲정보접근권 제한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큰 문제점이 있었는데 이번 협상과정에서 이 문제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언론단체들이 정부와 공동발표문(안)을 만들기에 이른 것"이라면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기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의정신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이번 사안에 대해 공동대응을 해온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은 "애초의 합의안대로 실현됐으면 하는 게 인터넷기자협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부와 언론단체의 공동발표문 내용.

공동발표문(안)

정부와 주요 언론단체(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전국언론노조, 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연대회의)는 취재지원시스템에 관한 언론단체의 협의제안에 따라 그동안 진지하고 성의있는 논의를 진행해왔다.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는 언론단체 요청에 따라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의 시행을 진전시키지 않았다. 논의를 통해 정부와 언론단체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 언론자유의 신장과 발전을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했다. 또 취재보도시스템의 발전을 이루고 바람직한 정언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합의하고 이를 공동발표문 형식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다 음

1. 정부는 언론단체의 우려를 존중하고 언론단체는 정부의 취지를 존중해, 취재지원시스템 개편과정에서 아래 사항들을 보완해 시행하는데 합의한다.

2. 정부는 일선기자들의 취재불편을 줄이는 차원에서 송고부스 총량 규모를 가급적 현행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다.

3. 정부는 서울중앙지검, 서울경찰청의 기자실을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해 존치한다. 또 서울경찰청 산하 8개 라인 경찰서 기자실의 폐쇄적 기자단 구조 해체를 전제로, 현재의 기자실을 개방형 공동송고실로 전환해 존치한다.

4. 정부는 대면 및 온라인 취재 요청에 대한 성실하고 적극적인 응대를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해 이를 총리 훈령으로 제정한다.

5. 정부는 온라인브리핑제도를 통해 취재지원이 내실 있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각 부처의 브리핑제도가 충실하게 되도록 제반 조치를 강구한다. 이를 위해 취재응대를 전담하는 부처별 대변인제도와 온라인 대변인제도를 설치한다. 여기에 필요한 직제개편과 인력확보 방안을 마련한다.

6. 정부는 정보공개청구제도 강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정부․언론단체가 공동TF를 구성하고, 국회 참여를 요청한다. 언론단체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와 언론단체가 공동으로 해외의 선진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연구하며 정보공개위원회에 언론인이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한다.

7. 정부는 공직사회 부패와 비리를 고발하는 공무원(내부고발자)의 보호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8. 정부는 방송프로듀서들이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취재요청을 할 경우 부처브리핑 참석 등 기자들과 동일한 취재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9. 정부와 언론단체는 공무원과 언론인 상호간의 사적인 특혜나 향응, 부적절한 편의제공 관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가 윤리규정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

10. 정부와 언론단체는 일선부처 취재공간이 폐쇄적 배타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한다.

11. 언론단체는 신문윤리실천요강(신문협 편협 기협 공동제정)이 정한 제2조 취재준칙을 준수한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취재준칙 : 개인 또는 단체를 접촉할 때 필요한 예의를 지킬 뿐 아니라 비윤리적인 또는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문서, 자료, 컴퓨터 등에 입력된 전자정보, 사진, 기타 영상물을 소유주나 관리자의 승인 없이 검색하거나 반출하지 않도록 한다. 또 취재원이 취재요청을 거절할 경우 거듭된 통화의 연속적인 방법으로 취재원을 괴롭히지 않는다. 개인의 전화도청이나 비밀촬영 등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

12. 정부와 언론단체는 국가보안법이 언론자유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위해 공동노력하며, 국회에 성의있는 처리를 촉구한다.

13. 정부와 언론단체는 이번 방안의 시행과정에서 언론계 의견을 분기별로 수렴하며, 협의를 통해 발전적 방향을 도모한다.

14. 정부와 언론단체는 이번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사안 중 ▲의견접근을 봤으나 세부안이 필요한 사안 ▲필요성엔 공감하나 추가논의 혹은 별도단위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 등에 대해 계속 진지한 대화를 해나간다.

기자협회 소속 취재환경 개선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별도의 안

1. 관리직 이상의 공무원이 취재를 회피하면 내부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2. 기자의 전화를 회피하는 것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 범위는 추후 협의한다.

3.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한 공무원의 경우에는 업무수행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한다.

4. 등록기자의 경우, 출입증 제시만으로 정부청사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한다.

5. 기자들은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기존의 취재윤리강령을 준수하도록 한다.

6. 정보공개청구에 있어 악의적인 비공개나 악의적으로 결정시기를 미룰 때는 책임자 처벌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7. 정보공개청구에서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정보공개심의회의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

8. 대통령 소속 정보공개위원회를 언론중재위원회처럼 독립기구화해야 한다.

9. 정보공개관련 소송에서 공공기관이 패소하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10. 공공기관은 비밀문서를 제외하고 생산한 문서를 즉각 7일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

11. 공기업이나 공공협회처럼 중앙부처는 아니지만 정보공개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기록물 관리와 공개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12. 정보공개 예외조항에 대해서는, 심의를 통해 예외조항을 줄여야 한다.

13. 수사기관 등 특수 출입처 출입과 관련, 절차와 요건에 따라 등록된 출입기자들에게는 적절한 수준의 자율적 운영이 보장돼야 한다. 이 말은 수사내용에 대한 엠바고의 수신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취재기자들에게 발언권을 줘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14. 서울중앙지검 이외 4개의 지검(서부지검, 동부지검, 남부지검, 북부지검)은 독립된 별도의 지방행정청이므로 독립된 기사 송고실(브리핑룸)을 마련해야 한다.
#기자실 #국정홍보처 #한국기자협회 #오연호 #정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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