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증거죠”

헌혈 100회 기록한 전남도청 청원경찰 이승관씨

등록 2007.07.16 17:30수정 2007.07.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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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0회째 헌혈을 한 전남도청 청원경찰 이승관씨. 그는 둘째아이가 조금만 더 자라면 온 가족이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 이돈삼

녹색 제복. 전남도청 청원경찰의 제복이다. 이들은 전남도청 곳곳에서 30도를 넘는 뙤약볕과 세찬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민원인들에게 주차와 청사 안내를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남모르게 헌혈을 하며 선행을 베풀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승관(41)씨.

전남도청 청원경찰로 근무를 시작한 지 올해 15년째다. 이씨가 지난달 목포역 앞 헌혈의집에서 100회째 헌혈을 했다.

전남도청 1층 경비실로 그를 찾아갔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깡마른 체구가 다부진 인상을 풍긴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뜨끔 놀라는 표정이다. 그가 헌혈을 시작한 건 지난 2002년부터란다. 광주 금남로에 전남도청이 자리하고 있던 당시 도청 앞 지하상가를 오간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고.

"처음엔 그냥 지나쳤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사회에 봉사할 일이 헌혈이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헌혈의집' 문을 열고 들어간 게 벌써 5년 전 일이다.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헌혈의집을 드나든다는 것. 처음 헌혈을 한 이후 한달에 두 번꼴로 헌혈을 한 셈이다.

그동안 받은 헌혈증서는 2장을 빼고 모두 이웃주민과 직장동료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얼마 전엔 화순에 사는 지인 딸의 백혈병 치료에 쓰라고 20장을 건넸다. 2장의 헌혈증서는 둘째 아이를 낳을 때 사경을 헤매던 부인을 위해 썼다. 정말 뿌듯했단다.

7살과 4살 두 아들을 둔 이씨는 얼마 전 큰아들을 데리고 헌혈의집을 갔다. 아빠가 헌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산교육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헌혈과 친해지고 어려운 이웃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내심 했단다.

"헌혈은 내가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헌혈하기 전날에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몸 관리를 합니다. 나도 건강해지고 사회에 봉사도 하고…. 이보다 더 좋은 봉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헌혈을 하려고 누워있는 그 시간이 아주 행복하다"는 이씨는 "불규칙한 근무여건상 헌혈 캠페인에 자주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4살짜리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면 근무가 없는 주말이나 휴일에 온 가족과 함께 보육시설에서 어린이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엄마 아빠에게 버림받은 어린이를 입양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혈의집 #청원경찰 #헌혈증서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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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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