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역 대합실최종명
베이징에서 티엔진까지 69분 딱 걸렸다. 예전보다 10분 이상 빨라졌다. 티엔진 역 도착 10분 전에 중국인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예전에 어학연수하면서 알게 된 네이멍구(内蒙古) 출신의 한족인데 티엔진차이징따쉬에(天津财经大学)에서 경영학 석사를 밟고 있다. 베이징 역으로 가면서 전화를 했었는데 꽌지(关机)돼 있더니만 메시지를 보고 연락을 한 것이다.
'따거니짜이날?(大哥你在哪儿)'(형 어디야?)
'스푼중허우져우따오티엔진러바(十分钟后就到天津了吧)'(10분 후면 천진 도착이야!)
티엔진 도착이라니 왕쟈웨이(王嘉伟)는 너무 반가워하며 숙소 어디냐, 며칠 있을 거냐, 뭐 하러 오냐, 질문이 많다. 일단 숙소 정하고 전화하기로 했다. 기차에서 내려 플랫폼을 걷는데 갑자기 맑던 하늘에 천둥번개와 폭우가 쏟아진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순식간에 역 앞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다시 맑게 개니 이것도 인공비인가.
미리 예약한 민박집 위치를 확인하는데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단 택시를 타고 전화를 바꿔줬다. 이게 약간 상황 판단 착오였을까. 외지인들에게 각박하기로 유명한 티엔진 택시운전사인 것을 깜박한 것이다. 아마도 여자운전사라 안심이 되어서인지도 모른다.
분명 20위엔이면 도착한다더니 37위엔이나 나온 것이다. 중간에 언제 도착하는가, 너 돌아가는 거지, 이래도 금방 도착이다, 아니다 차가 막혀서 그렇다, 여전히 돌면서 말이다.
티엔진 시내 거리가 일방통행이 많고 그렇긴 해도 이리저리 빙빙 도는데 영 불쾌하다. 파퍄오(发票)를 챙겨 민박집 주인에게 '가깝다더니?' 했더니 차가 막혔나 보죠? 그런다. 지금 생각해봐도 난카이따쉬에(南开大学) 부근까지 37위엔이 나온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민박집에 짐 풀고 시내 구경이나 하려는데 쟈웨이(嘉伟)가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수업이 있으니 지금 보자는 것이다. 난카이따쉬에 앞에서 1시간 후에 보기로 했다. 버스 타고 1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를 당장 오겠다는 것이다.
난카이따쉬에 앞에 도착하니 비는 그쳤는데 강풍이 분다. 먼지와 함께 부는 바람 때문에 눈 뜨기 힘들다. 카페에 들어가서 쟈웨이에게 '먼저 도착했고 강풍이라 카페 안에서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10분 기다리니 늠름하고 잘 생긴 쟈웨이가 들어온다. 반갑게 응석도 부리며 포옹을 한다. 영화배우 왕쟈웨이와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생긴 것도 참 잘 생겼고 좋은 녀석이다.
나이가 27살인데 네이멍구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베이징 얼와이따쉬에(二外大学) 4년제 영문과를 졸업했다. 스포츠 방송기자를 꿈꾸며 대학원 응시를 했는데 떨어져 낙담할 때 같이 술 마시며 상담해 준 덕분에 그는 여기 티엔진에 와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영문과 졸업해서 어느 정도 영어도 잘 하니 경영학, MBA를 한 후 유학하거나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라고 조언했다. 집도 꽤 부유하니 가능한 코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