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평 쓰는 여성검사 김진숙 대검찰청 부공보관

"드라마 통해 법률 이해 도와요"

등록 2007.07.17 16:15수정 2007.07.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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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드라마 속에서 불륜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지만 현실에서 냉정히 말한다면 불륜의 끝은 아마 교도소일 것이다."

얼마 전 종영한 인기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 대해 현직 검사가 날카로운 비평을 던져 화제가 됐었다. 대검찰청 홍보기획관실에서 부공보관으로 근무하는 김진숙(42·사시 32기) 검사가 주인공. 드라마 <히트>, <내 남자의 여자>에 이어 최근의 <쩐의 전쟁>'까지 검찰청이 운영하는 인터넷신문 '뉴스프로스'에 김 검사의 드라마 비평이 실릴 때마다 각 언론을 타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드라마 검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검찰에 대해 비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이더군요. 일반 여성들이 검찰을 경험할 일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을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죠. 여성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등 미디어 속에서 폐쇄적이고 왜곡된 모습으로 검찰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홍보기획관실로 발령받고 홍보업무를 시작한 김진숙 검사는 3월 '뉴스프로스'를 창간하면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검찰 홍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드라마를 도구로 택했다. 드라마 속의 법률관계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검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법률상식도 알려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드라마 '히트'는 여성 수사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큰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여성 수사관을 너무 부각시키다보니 상대적으로 검사의 역할이 왜곡된 부분이 많았어요. 또 <쩐의 전쟁>은 온갖 불법이 난무한 드라마죠. 시청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이런 불법행위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렇듯 철저하게 검사의 시각에서 드라마를 바라본다. 그래서 단순히 인기 있는 드라마를 소재로 삼을 순 없고 법적 쟁점들이 있는 드라마라야 비평이 가능하다고.

1993년 검사직을 시작한 김 검사는 우리나라 제3호 여성검사로 이미 검찰에서는 유명인사다. 98년 여성 최초로 특수부 검사를 맡아 화제가 됐으며, 광주지검 근무 당시 보훈비리를 대거 적발해 유명해졌다. 2001년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 재직 당시에는 서울구치소에 면회오는 재소자 부인을 위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놀이방을 정부 부처 최초로 설치하기도 했다.


"제가 검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여성이 검사를 한다는 것은 충격으로 받아들이던 시절이었죠. 여성검사가 늘면서 남성중심적이던 조직이 많이 유연해졌고, 많은 부분에서 양성평등적 시각이 반영되고 있어요."

이제 여성검사가 221명으로 늘었고, 연수원에 가면 한 클래스의 3분의 1이 여성일 정도라고. "여성검사의 경우 마음이 약하고 잘 속을 것이라는 편견과 여성이니까 로비가 안통하고 원리원칙대로 한다는 두 가지 평가가 공존한다"며 여성검사가 늘수록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검사생활 15년 중 10년 넘게 현장에서 뛴 김 검사는 무엇보다도 현장 수사의 보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이면 현장으로 되돌아갈 것 같다"며 "아직까지 대다수 범죄의 피해자인 여성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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