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 앞 호객행위, 모른 체 할 일이 아니지요

국제결혼, 친척초청 대행 등 호객 행위 근절 되어야

등록 2007.07.18 13:12수정 2007.07.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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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체류기간연장 신고를 하러 갔던 수겅(Sugeng)이라는 이주노동자가 출입국에서 지갑과 외국인등록증을 분실했다고 하기에,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라 찾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고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습니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은 오후였는데도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앞은 명함 크기의 전단지를 뿌리는 중국동포들로 보이는 여성들로 인해 왁자지껄했습니다. 그들은 국제결혼 대행업을 하는 법무법인과 행정사라는 사람들에게 고용된 사람들이거나, 국제전화 카드를 파는 사람들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1층 민원실에 들러 잃어버린 물건을 접수하는 곳이 있나 둘러보고 나오다가 얼핏 눈에 들어 온 중국동포들을 대상으로 무료 배포하는 신문을 한 장 집어들고 나왔습니다.

분실 물건을 찾는 것이 허탕임을 확인하고 민원실을 나서며 난감한 듯 서 있을 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먼저 중국어로 말을 걸어 왔습니다.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갔지만 가만히 있자, 말을 걸었던 사람은 그제야 잘못 짚었다고 여겼는지 한 발 물러서서 멋쩍게 웃고 말더군요.

출입국 앞에서 하는 호객행위가 어떤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훤한 터라, 그 일에 대해 마침 출입국 소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물어보았습니다. 출입국 앞에서의 대행 안내 행위라는 것이 상당수가 국제결혼 관련한 서류 대행이고, 대법원 통계에 의하면 작년도 국제결혼의 43.6%, 이혼의 53.6%가 중국 국적의 배우자와 이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입국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 보기 좋지 않던데요. 그거 다 불법행위 아닌가요?"
"그 사람들을 단속하는 건 출입국에 권한이 없습니다. 뭐, 행정지도 정도는 할 수 있겠지요."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도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국제결혼은 전체 결혼의 11.9%인 3만 9천 건을 넘었다고 합니다. 반면 작년도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은 6187건으로 2005년 4208건에 비해 47%나 급증했습니다.

그 이유는 위장결혼으로 국적을 취득한 뒤 외국 여성들이 이혼한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한국인과 결혼 혹은 이혼하는 배우자의 국적 가운데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출입국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마당에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버젓이 국제결혼, 친척초청, 모든 서류 대행 등등 하며 호객행위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하는 출입국의 태도는 평소 '불법체류자' 근절을 외치며 '법의 엄정함'을 호언하는 평소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사실 출입국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행위는 중범죄는 아닐지라도 경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청하지 아니한 물품을 억지로 사라고…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른 사람'에 해당하는 물품강매·청객행위로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 해당합니다.

설령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하는 호객행위가 불법이 아니고 그에 대한 단속 권한이 없다 할지라도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담당 공무원으로서 해법을 찾아야 할 텐데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어쩌면 전직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업종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외국인 100만 시대를 살고 있고, 급증하고 있는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면에서 긍정적으로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위장결혼은 그러한 인식변화에 여전한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볼 때, 다문화열린 이민행정을 추구한다는 출입국 앞의 호객행위는 근절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제결혼 #위장결혼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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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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