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칼럼니스트 아닌 사회부 기자"

<한겨레> 홍세화 위원, 홈에버 월드컵몰점 현장 취재

등록 2007.07.20 09:12수정 2007.07.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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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20일 새벽 이랜드 노조 조합원들이 농성중인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매장을 찾아, 농성장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일선 기자들과 함께 취재하고 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20일 새벽 이랜드 노조 조합원들이 농성중인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매장을 찾아, 농성장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일선 기자들과 함께 취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19일 밤) 마감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서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점거 강제 해산을 위해) 들어올 것 같다고 해서."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어깨에 맨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20일 새벽 홈에버 상암 월드컵몰점(서울 성산동)에서 만난 홍씨는 칼럼리스트가 아닌 사회부 기자였다.

그는 대량 해고 반발해 매장을 점거 농성중인 이랜드 일반노조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함께 현장에 나타났다.

새벽 1시께 매장의 고요함을 깨고 문성현 대표 등과 언론사 기자들이 떠들썩하게 움직일 때 홍씨도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일행을 뒤쫓았다.

민주노동당 일행이 매장 가운데 자리를 깔고 노동자들과 농성 연대를 밝힐 때도 그는 수첩을 들고 의원들의 발언을 메모했다. 간간히 카메라로 사진도 찍었다.

그는 현재 <한겨레>에 '홍세화의 세상속으로'라는 꼭지의 기사를 쓰고 있다. 주로 기륭전자, 금속노조 등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을 돌아다녔다. 그는 저서까지 쓴 유명한 칼럼리스트지만, 사회부 기자 경력을 묻자 "전무"라고 웃었다.

그는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보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현장을 둘러본 뒤 "뭔가를 기다리는 긴장감이 느껴진다"며 "어머니 노동자들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하다, 점거 20일째가 됐으니"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이날 방문한 '어머니 노동자들'의 투쟁이라고 답했다. 노조원 대부분이 중년 여성인 것에 대해 "짧은 시간에 세상이 어떤 것인지 직접 겪으면서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투쟁 현장이 곧 학습 현장이 됐다"고 말했다.

"자본 권력에 의한 부드러운 독재"


그는 이번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시민권과 사회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만 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 사회권으로의 진전을 가져왔는데, 비정규직법안이 이를 뒤로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법(CPE)'을 예로 들면서 한국의 비정규직법안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최초고용계약법은 사업주가 26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첫 2년은 구체적인 이유 없이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노동법이다. 하지만 프랑스 상하원이 이 법을 통과시켰을 당시, 법의 적용을 받을 학생들이 강력 반발해 결국 철회됐다.

홍씨는 "프랑스의 경우, 자신들에게 적용될 법에 대해 당사자들이 잘 알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번 비정규직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당사자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무엇인가'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랜드 파업 당사자들도 자기가 당하니까 알게 된 것이다, 직접 당하기 전에는 전혀 모른다"며 "유럽 사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학생 운동권 출신인 그는 "과거에는 정치 권력에 의한 물리적 통제였지만, 지금은 자본 권력에 의한 부드러운 독재"라며 "부드럽다고 하지만 아주 노회한 독재"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철군통치만 벗어나면 민주주의가 가능할 거라고 봤다"며 "하지만 거기에 일익을 담당했던 자들이 지금은 자본 권력에 포섭된 양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노동운동은 민주화의 틀 속에서 여론의 동의를 받았지만, 지금은 분리돼 노동운동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KTX 여승무원이나 이랜드 문제 등은 정치 권력을 포섭한 자본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오만해졌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모습"이라며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지 않던 40대 전후의 어머니들이 이처럼 파업에 나서야 할 만큼 모순적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이랜드 #홈에버 #홍세화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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