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웃으며 고객들 만나고 싶다"

김상현 홈에버 노조 지부장

등록 2007.07.22 11:16수정 2007.07.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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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홈에버 부천중동점은 입구를 막은 경찰들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했다.

홈에버 부천중동점은 입구를 막은 경찰들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했다. ⓒ 김미정

20일 홈에버 상암점과 뉴코아 강남점에 공권력이 투입된 이후 노동계의 투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랜드 상품 불매운동과 이랜드 각 사업장 항의투쟁이 벌어진 21일 찾은 홈에버 부천 중동점에서도 '끝장 투쟁'이 진행 중이었다.

30여 명의 홈에버 노조 조합원, 민주노총 및 시민단체 회원 등이 오전 9시 30분부터 이랜드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와 공권력 투입에 대해 규탄하고 있었다.

전날 공권력 투입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는 김상현 이랜드 일반노조 홈에버 지부장. 김 지부장은 "이랜드 그룹이 노동자들에게 잘못을 시인하기 전까지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 어제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에 공권력이 투입됐는데?
"19일 밤 9시 상암점에서 함께 점거농성을 하다 나왔는데 다음날 공권력 투입이 있었다. 허리디스크가 심하고 신장이 나빠 먼저 나왔는데 함께 있었던 사람들과 연행된 간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어제 펑펑 울었다."

- 현재 매장은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나?
"오늘 투쟁 목적은 매장을 점거해 회사의 이익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이 먼저 매장을 점거했고 '쥐구멍'이라 불리는 직원 출입구 계단을 통해 손님들을 받고 있다."

- 그럼 누가 매장 안에서 일하고 있나?
"비조합원과 20명 가량의 조합원이 근무하고 있다."

- 왜 다 같이 참여하고 있지 않나?
"사측에서 지속적으로 전자메일과 휴대폰 연락을 통해 노동조합 가입 및 활동을 저지했다. 또한 어제의 공권력 투입으로 겁을 먹고 돌아간 일부 조합원들이 있다."


- 그럼 집회 참여자들이 이들을 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안에 있는 사람들을 원망하기 보다는 같이 연대해 투쟁하기를 바라고 있다."

- 현재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이랜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의는 살아있다. 정말 감사하다. 우리는 단순히 이랜드 직원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비정규직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많은 분들의 격려가 있다. 많은 분들이 계좌번호를 묻고 지원물품을 보내주고 있다. 회사 간부 중 함께 참여할 수 없어 미안하다며 투쟁기금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한 현직 교사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미안하다. 꼭 이겨 웃길 바란다'며 음료수 한 박스를 건네기도 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끝까지 공권력 투입에 항의할 것이다. 이랜드 회장 박성수씨가 우리 앞에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때 까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고객에게 충실한 서비스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모두 행복해야 진정한 웃음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현장에 돌아갈때는 다시 웃으며 양질의 서비스로 고객들과 만나고 싶다."

a 김상헌 위원장

김상헌 위원장 ⓒ 김미정

단호한 표정으로 이랜드 그룹을 비판하던 김 지부장도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한 부모의 자식으로서 투쟁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는 20일 어머니를 만나 "어머니, 저는 올바른 행동을 하고 있는 건가요? 이 일을 하다 감옥에 갈지도 모릅니다"고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다치지만 마라. 네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고 격려해주었다 한다. 그는 "말썽만 피운 장남이 벌써 43살이 됐는데도 아직도 어머니 속을 썩이고 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홈에버 목동점에서도 "이랜드 규탄"
조합원-매장 입주업자 사이 몸싸움도

20일 오전 10시 홈에버 목동점 앞에서도 이랜드 조합원을 비롯해 전국철거민연합, 사회진보연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등 25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입구에서는 '행사지원'과 'security'란 명찰을 단 경비업체 직원들이 조합원 매장 진입을 막았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목동점 지지연설에서 "합법적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연행된 조합원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노동자를 탄압하는 자는 130억이 아니라 1300억을 내도 천국에 갈 수 없다"며 이랜드 박성수 회장을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와 이랜드측에 용역하청 철폐, 공권력 투입 사과, 손배가압류와 고소고발 철회 등을 요구했다.

한편 오후 3시경에는 매장 입구 한쪽에서 대치 중이던 홈에버 입점업체 점주와 직원들이 '맞집회'를 열어 집회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입점업체 점주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농성으로 장사를 할 수 없어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집회 해산을 요구했다. 또한 경찰 측에서도 확성기가 달린 지휘차량을 이용해 해산명령을 내려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일부 조합원들과 일부 점주들 사이에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경찰이 막아 더 큰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 박상익

덧붙이는 글 | 김미정·박상익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미정·박상익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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