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민주당'도 좋다, 그대로 갈 것"

조순형 대선출마 선언... '양대 리그' 현실화하나

등록 2007.07.22 17:36수정 2007.07.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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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순형 의원(자료사진).

조순형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중도통합민주당 의원이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범여권 대통합 흐름은 물론 대선후보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조 의원은 22일 여의도 중앙당사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많은 당 동지들과 당 외의 뜻있는 국민들의 요망과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대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 의원은 "통합민주당이 원칙과 명분도 없는 무조건식 대통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은 똑똑하고 신뢰할 만한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라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의원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지키고, 참다운 중도개혁주의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통합민주당 자체리그하겠다는 생각"

조 의원의 출마로 '범여권 단일 리그'보다는 제3지대 통합 신당과 통합민주당에서 각각 '양대 리그'로 치러질 수 있는 구성 요건이 마련됐다.

이인제·신국환 의원, 추미애·김영환 전 의원 등 기존 주자들과 함께 중량감과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조순형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통합민주당 단일 리그' 가능성이 높아진 것. 조 의원도 "앞서 네 명이 출마 방침을 밝혔지만, 대통합 국면 때문에 부각이 안 되고 있다"며 "제가 참여하면서 (통합민주당만의) 경선 구도가 부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조 의원은 "대통합에 대해서는 당론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면서도 "원칙 있는 대통합을 한다면 그곳에 참여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통합민주당 자체 리그에서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의 대선 출마는 범여권 정파 간 다자 대결구도에 이어 후보단일화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조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대통합이 안 되면 각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더라도 후보단일화라는 길이 있다"며 "현 정치상황에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구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열린우리당 탈당파, 손학규 전 지사의 선진평화연대, 통합민주당 내 통합파, 시민사회세력의 미래창조연대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제3지대 통합 신당으로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가 궁지에 몰린 가운데, 조 의원의 출마가 박 대표의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 의원은 "대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도로민주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도로민주당'이라 하더라도 그대로 가야 한다"며 "이번 대선이 마지막 대선이 아니다, 5년 뒤에 대선은 또 있다"고 강경 방침을 피력했다.

조 의원은 2004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해 17대 총선에서 낙마했지만, 지난해 7·26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도 "(탄핵 당시와) 같은 상황이 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범여권에는 이미 20여명의 대선주자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조 의원의 출마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반노무현, 반한나라당' 구도에 가장 적임자라는 것이다.

조 의원은 "국민의 70%가 '반노' 아니냐, 한나라당 지지도가 아무리 높아도 50%를 넘지 못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나머지 지지를 내가 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를 떠나, 그(반노 반한) 지형이 좁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도 아니고 정권재창출도 아니고... '대안정권 창출'

조 의원은 '탄핵 주역'답게 이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조 의원은 "지금 국난에 버금가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헌법을 준수하고 국법질서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하고 선거에 개입하는 헌정 문란행태가 진행되고 있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신독재 시대를 연상케 하는 작태가 진행되고 있다"고 맹렬히 성토했다.

또 조 의원은 "국법질서가 무너지고, 국가 공권력이 무력화되고, 온갖 무질서와 혼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반시장적, 반기업적 경제정책에 의해 저성장, 저투자, 저고용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북핵 문제 등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조 의원은 "이런 국난을 극복하고 잃어버린 5년을 국민들께 다시 찾아드리기 위해서는 중도개혁 통합정당인 통합민주당이 집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의원은 올해 대선의 의미가 정권교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조 의원은 "분당 이후 민주당은 분명히 야당이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노무현씨를 대선후보로 지명해서 당선시켰고 민주당이 집권당이었다는 것"이라며 정권교체 주장을 철회했다. 그러면서도 조 의원은 "노무현 정권의 노선과 정책, 업적을 승계하는 정권재창출도 결코 아니다"고 강조한 뒤, "주변에서 '대안정권 창출'이라는 표현을 권했는데, 적절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분당을 안 하고 민주당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오늘 같은 국정실패와 집권당이 붕괴돼 양당체제까지 붕괴되는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집권해 지난 4년 동안 못한 것을 국민들에게 해드리겠다는 뜻에서 '잃어버린 5년을 되찾아드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범여권에 '대통합'을 주문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조 의원은 "최근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도가 지나친 정치개입"이라며 "특히 대통합의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심지어는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지도자는 다음 총선에서 실패한다'고 얘기했는데, 누구인지 짐작은 가지만…"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조 의원은 "가까운 시일 내에 (다른 대선주자들처럼) 김 전 대통령을 찾아뵐 생각이 없다"며 "하도 많은 대선주자들이 줄을 서서 찾아가고, 그것이 정치개입을 하는 단초가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번은 한 번 쉬고 다음번에 도전해야 한다"며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대선 포기를 권유한 바 있는 조 의원은 이날 "정치는 길게 보고 하는 것이 좋다는 진지한 뜻으로 한 얘기"라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조 의원은 성북을 보궐선거에 당선된 지 1주년이 되는 오는 26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한편 유종필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조 의원의 출마 선언에 대해 "국정실패 세력들의 리그와 국정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고 정통성 있는 통합민주당의 리그, 양대 리그가 성립됐다"며 "이제 특정인을 후보로 만들기 위해서 위인설당하는 제3지대 통합은 소멸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조순형 #통합민주당 #범여권 #대선출마 #도로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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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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