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반나치 영웅과 신나치 폭력

등록 2007.07.26 08:29수정 2007.07.2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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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빌레펠트에는 ‘슈타우펜베르크’라는 사람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다. 시내 중심가에서 빌레펠트 대학으로 가는 전철도 어김없이 같은 이름의 정거장을 지난다. 그는 누구일까?

a 슈타우펜베르크 거리 표지판

슈타우펜베르크 거리 표지판 ⓒ 정대성


2차대전 당시 대령이던 ‘슈타우펜베르크’는 독일군 내부에서 일어난 히틀러 암살계획의 중심에 있었다. ‘발키리’라는 작전명으로 수행된 이 암살기도는 슈타우펜베르크가 설치한 폭발물이 히틀러의 목숨을 비켜가며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는 거사를 도모한 일단의 동료들과 함께 바로 그날 총살당했다. 1944년 7월 20일의 일이었고, 슈타우펜베르크는 독일 반나치 저항운동의 영웅으로 남았다.

최근 공교롭게도 사건 63주년을 앞두고 발키리가 언론에 오르내렸다. 할리우드가 준비 중인 영화 '발키리' 논란이었다. 영화 제작진이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처형된 베를린 역사적 현장에서의 촬영을 원했지만 정부 측에 거부되었다. 주인공 슈타우펜베르크 역을 맡은 톰 크루즈가 ‘사이언톨로지’라는 종교의 열렬한 신자라는 점이 문제였다.

a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 http://de.wikipedia.org/


독일 헌법수호청이 사이언톨로지를 ‘비민주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교로 분류하는 만큼, 톰 크루즈가 반나치 영웅을 연기한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물론 정부의 불허 방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여하튼 영화 촬영 가부를 떠나 이번 찬반논쟁의 배경에는 ‘발키리와 슈타우펜베르크’에 대한 독일인의 자부심이 분명히 깔려 있다.

하지만 ‘영화’ 발키리 문제로 설전이 벌이지는 동안, ‘진짜’ 발키리에서 살아남은 히틀러의 후예들이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름 아닌 그 암살기도 63주년 기념식이 거행된 지난주에 신나치의 외국인 폭력사건이 잇달아 터진 것이다. 돌을 던지고 총기로 위협사격까지 한 신나치들은 ‘하일 히틀러!’도 빼먹지 않았다.


반나치 저항운동에 목숨을 바친 ‘발키리의 영혼들’이 신나치의 이런 활개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까? 독일인의 발키리 자부심은 ‘영화가 아닌 현실’과의 대결 어디쯤에 있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산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산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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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68혁명, 상상력이 빚은 저항의 역사』, 『저항의 축제, 해방의 불꽃, 시위』(공저), 역서로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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