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꽃' 여성들이 심는다

금강산서 여성 6자회담 추진...공존·평등 지향 통일모델 모색

등록 2007.07.23 11:15수정 2007.07.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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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 무드가 전에 없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2.13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 폐쇄를 단행한 데 이어 북핵 불능화를 논의하기 위한 6자 회담이 7월 18일 중국에서 열렸다. 연내 남북 정상회담,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뛰어온 여성계도 통일 과정에 여성의 시각을 담아내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내년에 금강산에서 ‘여성 6자회담’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여성단체 대표와 평화활동가, 여성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한국여성평화방문단’은 지난 7월 15일 ‘동북아 여성평화 네트워크’ 구축의 첫 단계로 나흘 동안 중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중국부녀연맹, 평화군축인민협회 등의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여성들의 한반도 평화 체제 형성과 동북아 평화 실현의 염원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정경란 한반도평화센터 소장은 “중국 여성들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고 ‘평화’를 이슈로 연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성과를 전했다.

지난 1997년 발족한 이래 여성계의 평화운동을 이끌어온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는 그동안의 남북여성교류 경험을 살려 최근 여성 평화협상 전문가 양성 훈련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지난 4월 처음으로 평화통일 여성대표자회의가 열린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 전국에서 250여명의 여성 대표가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한반도 평화 형성의 의사 결정 과정에 여성의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여성의 대표성 제고 ▲여성주의적 정책 수립과 조정 능력을 갖춘 여성 통일 전담부서의 신설 ▲친여성적인 통일정책 수립과 의제 개발 ▲여성들의 평화적 갈등 해결 능력 개발 등이 제안됐다.

남북 민간교류를 주도해온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지난 6월 여성위원회 주최로 ‘2007여성대토론회’를 열고 통일운동에서 여성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모색했다. 보수적인 여성단체로 꼽히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지난해 대북 쌀 지원에 이어 지난 6월 28일 금강산에서 ‘남북 화해 협력과 여성 지도자의 역할’을 주제로 대규모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협은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순차적으로 관련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다.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는 이러한 여성계의 움직임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고 긴박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화여성회 김정수 상임대표는 “현실 정치나 군사 안보 위주로 진행되는 현재의 평화 담론에 공존과 화해를 지향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여성들의 시각이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앞서 통일을 이뤄낸 독일, 예멘, 베트남의 경우, 통일 이후 일자리나 사회보장 측면에서 여성들의 피해가 막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 이후 동독 지역 여성들의 일자리는 40~45%가 줄고 여성 실업률이 13배나 증가했다. 여성이 소외되고 희생된 통일 경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반도는 평화와 공존, 평등 관계를 지향하는 제3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성·평화단체들은 이와 관련, 정부가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으로 관련 위원회나 자문회의에 여성을 30% 이상 참여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통일부 산하 위원회의 여성 참여 비율은 20.8%(2006년 12월 기준)에 그치고 있다. 여성계는 올해 대선에서 이러한 요구를 여성정책 의제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여성계 “금강산서 여성 6자회담을”

2008년 금강산에서 여성 6자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여성단체 대표, 여성 평화활동가, 여성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한국여성평화방문단'이 7월 15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6자회담 관계국 중 첫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
2008년 금강산에서 여성 6자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여성단체 대표, 여성 평화활동가, 여성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한국여성평화방문단'이 7월 15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6자회담 관계국 중 첫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우먼타임스
“2008년 금강산에서 여성 6자회담을 열자!”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이하 평화여성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2008 여성 6자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과 동북아시아 평화 정착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각국의 경험과 체제, 문화를 넘어 여성들 간 상호 이해와 신뢰를 쌓는 만남의 장을 추구한다. 평화여성회를 비롯해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대전여민회가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다.


김정수 평화여성회 상임대표는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는 정부 간 협상 과정에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바라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논의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며 “여성들이 한반도 평화 형성자로서 역할을 하는 과정을 모색하고 그 방안으로 여성 6자회담의 틀을 생각하게 됐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이번 중국 방문단에는 심영희 평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 정경란 평화여성회 한반도평화센터 소장, 김현희 평화여성회 사무국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중국 최대 여성단체인 중국부녀연맹을 비롯해 베이징 홍풍여성상담센터, 반가정폭력단체, 베이징대학교 여성연구원, 평화군축인민협의회 등을 찾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실현을 위한 연대를 모색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 형성과 동북아 평화 실현의 염원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다. 중국에는 별도의 평화 전문 여성단체는 없는 상황이다.

정경란 한반도평화센터 소장은 이번 방문의 성과로 “이제까지 중국 여성단체들과는 평화를 주제로 한 만남이 없었던 만큼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현희 사무국장은 “중국 여성단체들이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한편 한국 방문단의 입장에서는 “가정폭력 등 중국 여성들의 현안을 돌아보고 북한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갈 때 예상되는 남북 여성의 연대 과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부녀연맹 등 중국 여성단체들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여성 6자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질문들을 쏟아냈다고 방문단 참석자들은 전했다. 특히 북한 여성들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중국부녀연맹은 북한의 유일한 여성 교류 창구인 조선민주여성동맹과 격년제로 상호 방문하는 등 관계가 깊다. 정경란 소장은 향후 여성 6자회담에 북한 여성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남북 여성 교류를 통한 제안과 더불어 중국부녀연맹을 통한 접촉도 함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은 8월 22일에는 일본을 방문, 사민당 당수인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 의원을 비롯해 녹색운동, 소비자운동, 생협에 관심 있는 여성 지방의원들의 네트워크인 전국페미니스트 의원연맹 소속 의원들, 여성계 리더, 여성단체들과 동북아 평화와 여성 6자회담 개최를 논의할 예정이다. 또 9월과 10월에는 각각 미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북한 측에는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여성 대표자회담에서 여성 6자회담 추진 계획을 전했으며 오는 8월 부산에서 열리는 8.15 대축전에서도 이 같은 뜻을 계속 전달할 방침이다.

김정수 대표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논의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현실 정치나 국제관계 힘의 메커니즘, 군사 안보 담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평화적 수단과 목표로 구현되는 새로운 모델, 새로운 차원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
#여성 #우먼 #평화 #회담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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