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 같은 여름휴가, 축제세상으로 '풍덩'

축제와 함께 즐기는 여름휴가

등록 2007.07.25 11:30수정 2007.07.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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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이재은 기자·박은미·김진하 인턴기자 ]유례없이 9일이란 긴 기간이 주어졌던 지난해 추석 황금연휴. 덕분에 해외여행은 추석 때로 미루고 여름휴가 기간 동안 떠난 곳이 바로 제천이었다.

2005년부터 ‘아시아 최초의 음악영화제’, ‘국내 최초 휴양영화제’를 표방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여름마다 펼쳐지고 있는 곳. 드넓은 청풍호와 월악산이 그림처럼 펼쳐진 제천 시내에서 영화, 음악 그리고 공연까지 즐기는 맛이란! 청풍명월(淸風明月) 아래 밤하늘 보고 누워 축제를 즐기다 보니 호화 해외여행이 부럽지 않았다.

평상시 초과근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 중에는 아무 일도 안 하고 푹 쉬면서 재충전을 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를 어찌 포기할 수 있으리.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www.jobkorea.co.kr)와 여행사 하나투어(www.hanatour.com)가 ‘2007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남녀 직장인 15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은 88.1%로 지난해(76.3%)보다 11.8% 증가했다.


좀 더 색다른 볼거리와 경험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알찬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이번 여름휴가 기간에는 독특한 주제로 단장한 야외 축제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멀티플랙스 상영관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실험영화, 라이브로 쉽게 접할 수 없던 영화음악,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록 페스티벌 등 오감을 충족시켜주는 축제들이 그 지역의 독특한 볼거리, 먹거리와 함께 여행객들을 향해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다.

2007년 여름축제의 향연은 7월 21일까지 부천 곳곳에서 열린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영화 팬들은 부천영화제의 아쉬움을 8월 9일부터 6일간 제천에서 달랠 수 있다. 전 세계 23개국 71편의 초청작이 상영되고 25개팀의 음악공연이 펼쳐지는 제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음악영화 ‘원스(Once)’로 막을 연다.

특히 올해는 음악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최신 음악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뮤직 인 사이트’, ‘영화음악 회고전’, 한국에서 제작된 음악영화들을 소개하는 ‘한국 음악영화 스페셜’ 등의 섹션을 통해 영화음악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어느 지역보다 가장 뜨겁게 여름밤을 달굴 곳이 바로 인천.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로 불리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인천 송도의 탁 트인 야외 공간에서 펼쳐진다.

지난해에는 장화를 준비하지 않으면 발이 빠져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 붓는 폭우, 내리쬐는 뙤약볕도 음악 팬들의 열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국내외 50여 팀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올해 무대에는 지난 3월 첫 내한 공연을 성공리에 치른 ‘뮤즈’, 세계 최고의 일렉트로 듀오라 불리는 ‘케미컬 브라더스’, 국내에도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록밴드 ‘라르크 앙 시엘’ 등이 참여한다.
경남 지역 곳곳에서는 세계적인 연극 무대를 접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 ‘밀양’을 통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밀양시의 여름공연예술축제, 거창군 국제연극제, 창원·마산시에서는 세계연극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항구가 아름다운 도시 통영에서는 9월 1일까지 주말마다 ‘통영전국소극장축제’가 펼쳐진다.

올해 7회째를 맞아 한국의 ‘아비뇽 축제’로 불리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7월 20일부터 ‘연극, 세상 속으로 들어가다’를 주제로 모두 51편의 연극, 무용, 뮤지컬 작품을 공연한다. 7월 27일부터는 거창군 일대 16개 공연장에서 ‘거창국제연극제’가 펼쳐진다. 19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엔 러시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일본, 프랑스 등 5개국에서 초청된 국외 공식 초청작 6편을 비롯해 10개국 50개 팀이 작품을 올린다. ‘연극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연극축제는 7월 27일부터 마산·창원 일대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세계연극총회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7월 29일부터 열리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대로 알고 즐기면 적은 비용에 오감을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축제. 각자 취향에 맞는 지역을 골라 축제와 동시에 관광도 할 수 있으니 고르자, 빠지자, 즐기자,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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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소문난 축제, 역시 뭔가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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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먹거리는 부족할지언정 소문난 잔칫집엔 볼거리가 넘쳐난다.

민선 지방자치단체 출범 이후 지역축제가 8배가량 늘어난 가운데 매년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며 ‘잘나가는 지역 축제’와 이른바 ‘쪽박 찬 지방 축제’로 양극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연 어떤 축제가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일까?

지역축제를 기획, 제작하는 관계자들은 성공하는 축제에는 확실한 테마와 특징이 있다고 분석한다. 수십 개의 지역축제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자극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것’에는 일탈, 문화, 환경 등이 포함된다.

정강환 배재대학교 관광이벤트연구소 소장은 “지역축제가 국제화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축제 프로그램의 일탈성, 흡입력”이라면서 “으깬 토마토 투척으로 유명한 스페인 토마토 축제와 매일 밤 맥주 마시기 이벤트를 여는 독일 뮌헨의 옥토버 페스트 등은 대표적인 일탈형 축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지역축제로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충남 보령머드축제, 전남 함평나비축제, 부산국제영화제,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춘천마임축제 등이 손꼽힌다. 이 중 머드 페스티벌과 청도 소싸움 축제 등이 ‘일탈형 축제’로 분류된다.

보령 머드축제는 온몸에 진흙을 바른 채 특별한 바캉스를 즐긴다는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찾은 외국인만 4만4000여명에 이른다.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춘천 마임축제 등은 지역색과 문화코드를 적절히 접목해 관람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지역축제다. 풍류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름다운 절경과 대중적인 문화 공연으로 여름 바캉스를 즐기려는 도시인들을 끌어들이는 것.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정은용 홍보팀장은 “아름다운 청풍호반의 야경을 배경으로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가족과 연인이 함께 여름휴가를 즐기러 많이 찾는다”며 “1, 2회 모두 좌석 점유율이 90%를 넘었다”고 전했다.

한편 시민들의 관심을 얻지 못해 잠시 반짝한 채 사라진 지역축제들도 적지 않다.
제주 세계섬문화축제와 양주 얼음축제, 김해 가야세계문화축제 등은 축제를 개최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폐지됐다. 단순한 흥미 위주의 행사로 대규모 축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고 관광객 유치에도 저조한 성적을 보였기 때문.

일각에서는 감흥이 없는, 이름만 축제인 행사는 이미 실패한 축제라고 평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시가 야심차게 진행했던 ‘하이서울 페스티벌’도 실패작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축제연구자 김규원(39·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연구원)씨는 세계 여러 나라의 축제를 돌아본 뒤 집필한 ‘축제, 세상의 빛을 담다’라는 책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빌려 말하면, 비도덕적인 축제나 도덕적인 축제 같은 것은 없고 잘 만든 축제와 잘 만들지 못한 축제만이 있다”며 “시민들에게 일방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서 그친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감흥이 없는 실패한 축제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민들의 여가 생활을 지원하고 문화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하지 못하는 지역축제에 대해서는 여과 없는 구조조정도 일어나고 있다.

얼음축제를 개최했던 양주시 관계자는 “난립 양상을 보이며 질적 저하를 초래했던 지역축제에 대해서는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하기로 했다”며 “대신 양주문화제, 양주 전통문화축제 등 주요 축제에 군소 축제를 흡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부산시는 지역축제평가단을 만들어 부산바다축제 등 부산시와 일선 구·군에서 개최하는 70여개 축제를 통폐합했고, 홍성군도 산발적으로 열리고 있는 쌀축제, 대하축제, 축산물축제, 굴새우젓축제 등을 묶어 거대 이벤트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여성 #우먼 #축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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