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비가 더 예쁜가요?"

[포토]사향제비나비와 산호랑나비

등록 2007.07.27 08:26수정 2007.07.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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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을 찾아오고 있는 사향제비나비 ⓒ 김민수


사향제비나비 애벌레는 쥐방울덩굴이라는 식물을 먹이로 삼고 살아갑니다. 멸종 위기식물인 쥐방울덩굴이 없다면 사향제비나비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사향제비나비가 난다는 것은 근처 어딘가에 쥐방울덩굴이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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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을 찾아오고 있는 산호랑나비 ⓒ 김민수


햇살이 맑은 여름 날 아침, 백일홍을 찾아온 그의 날갯짓만으로도 황홀한데 산호랑나비도 찾아와 누구의 날갯짓이 더 아름다운지 견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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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사향제비나비의 숫컷에서는 사향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나비가 제법 커서 마치 제비가 날아다니는 듯합니다. 전깃줄에 앉은 산비둘기가 연신 사향제비나비의 비행을 따라 고개를 돌려댑니다. 저렇게 화사하게 날아가다 산비둘기의 공격을 받기나 하면 어쩔까 걱정도 되지만 하늘을 날기를 포기하는 순간 나비가 아닐 것이요, 자연의 섭리를 따라 산다는 것은 또 그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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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산호랑나비의 날개는 비바람때문인지 조금 상해 있었습니다. 상처입은 날개의 비상은 삶의 치열함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아름다운 날갯짓 속에 들어 있는 아픔을 보며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 속에 들어 있을 고난들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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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일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땀흘려도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개되는 일들을 만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들이 하나 둘 쌓이게 되고, 내성이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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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사람들은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쉽게 생각하고, 쉽게 말합니다. 자신의 기쁨에 취해서 남의 아픔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큰 죄를 짓는 일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종종 알고 짓는 죄보다 알지 못하고 짓는 죄가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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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알고 짓는 죄는 회개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만 알지 못하고 짓는 죄는 회개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다는 사실,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물론 이와는 다르게 알지 못하게 선을 행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것이 복된 삶이요, 아름다운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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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그들은 자신들의 날갯짓이 그 누군가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을 알까요? 단지 그들은 꿀을 따기 위해 날아다니는 것이겠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그렇게 아름다우니 자연스러운 삶이요, 자연 그 자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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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그들은 비교하지 않습니다. 누가 더 예쁘다고 한다고 해서 그를 닮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의 모습대로 살아갈 뿐입니다. 작은 알로 태어나 애벌레의 삶을 마치고 마침내 하늘을 나는 것, 그것만을 위해서 살아가기도 짧은 시간인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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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햇살 맑은 여름날 아침, 사향제비나비와 산호랑나비의 춤사위에 취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영혼들이 이렇게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나비처럼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아프게 하는 삶이 아니라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처럼 그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사향제비나비 #산호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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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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