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돈 요구, 다른 쪽은 죄수 석방 요구

송민순 장관 "납치단체 통일된 조직 아니다"

등록 2007.07.26 23:26수정 2007.07.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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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6일 저녁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무장단체가 통일되거나 정리되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저녁 10시께 외교통상부 브리핑룸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현재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인을 납치한 무장 단체가 단일한 명령·지휘 체계를 가진 조직이 아닌데다 요구 조건도 제 각각이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외신들의 보도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26일 AP통신은 납치범들의 요구가 서로 달라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라바흐 지역의 경찰 책임자인 카와자 모하마드 시디키는 "어떤 자는 '(수감되어 있는) 내 친척과 (인질을) 교환하자'고 말하고, 어떤 자는 돈을 요구하고, 어떤 자는 '여자는 풀어주자'고 말한다"며 "그들 내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비해 자칭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일관되게 탈레반 수감자들과 인질들의 교환을 요구하고있다.

그는 26일 A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22명의 인질들은 여전히 건강하다"며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한국 관리들이 직접 무장단체와 협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리들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면서 "탈레반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인 인질들과 탈레반 수감자를 교환하기만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마디의 말은 맞을 때도 있었고 틀릴 때도 있었다. 그가 한국인 인질을 납치한 탈레반 전체를 대표하는 대변인인지도 불분명하다.


a 배형규 목사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26일 오후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서 피랍자 가족대표 차성민씨가 초췌한 얼굴로 심경을 밝히고 있다.

배형규 목사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26일 오후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서 피랍자 가족대표 차성민씨가 초췌한 얼굴로 심경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국인 인질 3개그룹으로 나뉘어 분산 수용

26일 일본의 NHK 방송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교섭 책임자는 "탈레반이 3개 그룹으로 나눠져 행동하고 있으며 22명의 한국인 인질도 나눠져 억류돼 있다"면서 "3개 그룹이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해 각각 다른 요구를 하고 있어 그만큼 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미 CNN도 카불 발 기사에서 카와자와 모하마드 시디디키 카라바흐 행정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인 인질들은 3개의 서로 다른 장소에 분산 수용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25일 국회에 출석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김장수 국방부 장관에게 보여줬던 메모가 주목된다.

일부 언론의 카메라에 찍힌 메모에는 8+6+9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8+6 이라는 숫자 밑에는 '돈', '해결'이라는 단어가, 9 밑에는 '강경' '살해 가(可)'라는 글씨가 있었다.

8+6+9를 합치면 23으로 이번에 피랍된 한국인 23명과 일치한다. 숫자가 3그룹으로 나뉜 것은 인질들이 3곳에 분산 수용되어 있다는 외신들의 보도와 들어맞는다. 한국인들이 8명, 6명, 9명씩 분산 수용되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25일부터 일부 언론들에서는 8명 석방설이 계속 보도되고 있는데 공교롭게 한 그룹의 숫자와 일치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랍 위성뉴스 방송 <알 자지라>는 26일 오후(현지시각) 정시뉴스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 죄수 8명을 교환하는 협상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탈레반이 죄수 8명의 명단이 카불 정부에 건네졌으며 협상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고 전하고 그러나 "협상 타결에 대해서 가즈니주 관계자와 의견이 달라 아직은 양측이 서로 다르게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방송은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은 모두 3개 그룹으로, 이 가운데 인질 8명을 억류한 그룹과 죄수 교환안과 돈으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백종천 실장, 수감자-인질 교환 설득하러 간 듯

a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한국인 인질들은 각각 8명, 6명, 9명씩 3곳에 분산 수용되어 있으며 ▲앞의 두 그룹은 몸 값을 지불하면 석방될 가능성이 있지만 ▲마지막 그룹은 탈레반이 수감자와의 교환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외신에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며 등장해 수감자-인질 교환만을 주장하고 있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맨 마지막 그룹만의 대변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25일 배형규 목사 피살과 한국인 인질 8명 석방설이라는 모순되는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던 이유도 어느정도 해명된다.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주에서 피랍됐던 이탈리아 기자 다니엘레 마스트로쟈코모는 탈레반 수감자 5명과 교환되어 석방됐다. 이에 대해 미국은 맹비난했고 하마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단 한번만의 조치"라고 무마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한국인 피랍 사건 뒤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부정적인 반응을 계속 보여왔다. 그리고 25일 배형규 목사가 살해됐다.

배 목사가 살해된 직후 청와대는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아프가니스탄에 급파했다. 백 실장이 현지로 급파된 것은 탈레반 죄수과 인질 교환 문제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칭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는 "수감자-인질 교환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의회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게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지금까지 현지 대책반은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이끌었다. 그러나 조 차관만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 설득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정부가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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