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새로운 전쟁 테러리즘

- 우리가 테러를 특별히 주목해야하는 이유 -

등록 2007.07.27 09:00수정 2007.07.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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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전쟁 수단

전후(戰後)부터 시작된 미·소 양국간의 광적인 군비경쟁과 상호간의 선전포고 없는 국제적 폭력 활동은 민족해방을 내걸고 밀어닥친 비식민화의 움직임과 맞물렸다. 대체로 196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불만에 가득 찬 난세(亂世)의 선비들이 개인 또는 집단으로 국제세계나 자국정부를 향해 공공연하게 폭력을 휘둘렀는데 식민지시대에는 의사(義士)로 지칭됐으나 그 후에는 테러범으로 불렸다. 어쨌든 이것은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길 일이 결코 아니었다. 이런 형태의 분쟁이 도화선이 되어 폭력에 의해 정권이 바뀐 국가는 1960년 이래 20여 개국 이상이며 ‘80년대 후반에도 역시 20개 이상의 국가에서 정변이 발생했다.

지금도 세계도처에서 진행 중인 각종 형태의 분쟁을 합친다면 대체로 4개국 중 1개국의 비율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무장평화시대의 신저강도전쟁(新低强度戰爭)으로 대표되는 현대 테러리즘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의 연속”이 되었다.

가장 적은 인원, 가장 좁은 공간, 가장 짧은 시간, 가장 적은 재정, 가장 큰 효과로 표현되는 것처럼, 한마디로 값이 싸게 먹히고 보다 안전할 뿐 아니라 그 위력에 있어서는 전면전쟁에 못 지 않는다. “한 명을 죽이고 만 명을 위협하라”는 테러리스트들의 슬로건은 이제 인공위성의 등장으로 “한 명을 죽이면 60억을 위협”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공포 그 자체를 무기로 정치·사회적 목적달성을 노리는 수단”인 테러, 단 한번의 행동이 수천 가지의 팸플릿보다 더 유효한 선전이라는 발상에서 시작, “온갖 폭력수단을 행사하여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는 비합법적 행위”, “인간에 대한 정신적 강간”, “정치적 목적을 위한 협박의 제도적 사용”, “전쟁의 시녀”, “기존의 전면전쟁을 대체하는 유효한 저강도 전쟁 수단”, “선전포고 없는 전쟁” 등 이제 국제사회의 고민은 무자비한 폭력을 통해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는 테러리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9·11테러 이후부터 현재까지 크고 작은 3500여 건의 테러가 발생, 테러는 신문의 헤드라인, 저녁식사의 테이블, 각종 학회의 토론 등 의식·무의식적으로 현대 생활의 한 부분이 됨으로서 국가와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세계안보전략도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적을 상대로 한 봉쇄와 억제전략에서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한 선제저지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각양각색의 대의명분과 이데올로기와 방법론상의 다양화로 표현되는 오늘날의 테러현상학에 있어서는 이러한 일반적 정의나 단순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테러는 전면전쟁에서부터 게릴라전쟁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보다 더 하위에 위치한 다양한 폭력적 제어수단들 가운데 하나다. 이것은 전면전쟁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출현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의 대명사’로서 여기에는 전·평시가 따로 없고 전후방이 따로 없다.

한마디로 테러란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정치적 폭력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기초적 정의에 다른 기준을 추가할 수도 있는데 자칫하면 정치적 의도를 내포하는 정의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이를테면 한쪽에서 말하는 자유의 투사는 다른 쪽에서 볼 때는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테러리즘은 극단적인 잔혹함을 특징으로 하는, 얼굴 없는 적과 비정상적인 전술로 구성된 어두운 세계에서 벌어지는, 강렬한 형태의 전선 없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따라서 이것은 게릴라전의 경우보다 더 끔찍한 것이다. 따라서 테러의 핵심적 요소는 폭력과 그 폭력의 도구적 사용이다. 레닌은 “테러의 목적은 테러를 하는데 있다”고 간결하게 말했다.

따라서 ‘테러는 공포이며 그 효과는 심리적인 것이라고 볼 때 테러전은 마비전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해를 끼치는 희생자의 수는 매우 적다. 예컨대 매년 테러리스트에 의해 살해되는 미국인의 수는 전기배선 불량으로 인한 화재로 죽는 사람 수보다 적다. 그러나 테러리즘이 효과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사건의 극적인 성격 때문이며, 특히 TV뉴스로 보도된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희생자가 무작위로 선택된다는 점도 대중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상가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죽거나 다치는 사람의 수는 몇 십 명에 그치지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상가에서 물건을 사기 때문에 자신들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행기에 대한 공격의 경우 1931년 페루 혁명분자들이 팬암 항공기를 납치한 이래 지금까지 약 900여 회의 항공기 납치가 발생했으며 100여 차례의 항공기 폭파로 2000여 명의 이용객이 희생됐다.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에만도 25건의 공중납치가 있었다.

특히 9·11테러는 테러의 3대 유형인 인질납치, 항공기납치, 폭탄공격 등이 모두 포함된 신종 수법으로서 이것은 이제 테러라고 하면 항공기 납치를 생각할 정도로 하이잭킹을 테러의 대명사가 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그러잖아도 비행기 타기를 겁내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두려움을 준다. 이렇게 테러는 핵심 기반시설을 공격하여 큰 피해를 입히기 보다는 대중의 신뢰를 해침으로서 발생하는 간접 효과를 노린다.

예를 들어 미국의 식품공급체계에 테러가 가해질 경우 인명 피해는 소수에 그치지만, 후속테러를 예방하거나 억제할 적절한 수단이 없다면 미국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식품산업은 붕괴할 것이다. 또 컨테이너를 밀수입하여 더러운 폭탄으로 폭발시킬 경우 직접적 피해는 연안지역 일부 오염에 한정되겠지만 정부는 다른 컨테이너들은 안전하다는 대중의 믿음을 회복시키기까지 각종 운송시스템을 폐쇄하라는 엄청난 정치적 압력과 함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수많은 운송수단을 검색할 경우 컨테이너 운반 중단으로 인한 공장 조업 중단과 재고 고갈로 인한 실업의 만연 등 3주 이상 조업 중단사태가 지속되면 세계경제는 불황에 빠져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테러리스트들은 세계 최강의 미군에 직접 맞서지 않아도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테러는 다수 대중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작은 힘을 증폭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테러는 통상 힘없는 자들의 투쟁도구가 된다.

“한 명을 죽이고 60억을 위협하라”

이제 테러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a New Form of Warfare)으로서 1980년대 이후부터 국제사회는 테러의 증가로 인해 공포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쟁에 대한 학술적 개념을 ‘국가간의 폭력적 정치투쟁’으로 정의해 왔다. 이에 따라 대량살상 행위도 국가만의 전유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이나 단체도 자신들의 정치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국가나 세계를 상대로 폭력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테러를 매개로 한 이와 같은 투쟁방식에는 암살 같은 고전적 방법은 물론이고 사이버테러나 화생방테러 같은 가공할 만한 요소들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쟁의 민영화현상은 전적으로 과학기술과 언론의 발달에 기인한 것으로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테러리즘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특히 매스미디어의 발달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효과를 제공했다. 그들은 TV를 통해서 수백만을 위협할 수 있다. 고도화된 전자통신 수단의 발달은 과거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정치적 폭력의 모든 충격을 전 세계의 안방까지 실시간으로 전파함으로써 즉시 인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테러가 국경을 넘어 세계화됨으로써 대중매체를 이용한 의사소통전략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보도되지 않는다면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은 “침묵의 숲 속에 쓰러져 있는 나무”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따라서 언론은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의 선전자가 되어왔다. 부언하다시피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목적은 충격적 사건을 연출해 일반 대중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확산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대의명분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이를 전달할 매개체, 즉 효과적인 뉴스미디어가 필요했다.

반면 미디어는 테러리즘이 갖는 스펙터클한 장면과 긴장감, 극적인 요소 등으로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테러리즘 보도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오늘날 국제 테러리스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보도며 미디어는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기 위해 테러리즘을 필요로 하는 공생관계로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문의 표제가 되고 그에 의하여 그들의 명분에 대한 공중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은 정부지도자의 암살, 하이잭킹, 대사관과 기업에 대한 폭탄투척, 군사시설에 대한 습격, 주요시설의 사보타지, 외교관과 상인의 유괴 및 몸값요구, 대사관 점령……… 등의 전술을 사용한다. 즉 테러리스트들은 전자 미디어와 국제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테러리즘의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해야 한다. 미디어는 이들에게 연극의 무대를 제공하고 관객들을 동원하는 역학관계를 형성시킨 것이다.

요즘은 테러리스트들이 발 벗고 나서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미디어의 조명을 받지 못하면 테러리스트로서의 자격조차 없는 셈이다. 미국정부가 애타게 찾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미디어의 기자들뿐이다.

그러나 테러리즘은 미디어의 조명을 받기 위해 더더욱 그럴 듯한 명분을 찾아야 하고 쇼를 방불케 하는 극적 효과를 낳기 위해 광폭화 하는 추세에 있으며 잔인성과 무차별성에 있어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소수의 고위급 인물을 노리던 기존의 테러가 대량살상수단을 이용해 엄청난 인명을 노리는 Macro Terrorism으로 변화한 것은 미디어의 범람으로 테러에 대한 감수성을 마비시켜 한사람의 희생만으로도 목적달성이 가능하던 것이 이젠 백 사람의 희생으로도 불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테러리즘은 마약처럼 강한 내성과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테러리즘은 이제 하나의 성장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자본이 들지 않으며 값싼 방법으로 불가사의한 효과를 창출한다. 특히 인터넷, 팩스, 그리고 다른 매체를 통한 국제적인 통신능력과 함께 정보기술의 발전은 목표물 공격, 자금조달, 선전, 작전개시 신호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줌으로써 테러리즘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의 고민은 곧 다가올 21세기형 뉴 테러리즘에 있다. 정보화 혁명으로 컴퓨터 및 통신기술이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로 부상하면서 국방이나 금융전산망 등 국가의 중요기능 파괴를 노리는 Cyber-terror 또는 Techno terror가 바로 눈앞에 닥쳤음을 실감한 것이다.

지구 종말의 시계는 더욱 앞당겨졌다

20세기의 테러리즘이 단순한 인명살상과 특정목표에 대한 공격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추구한 차별적 테러였다면 21세기의 테러리즘은 대량살상은 물론 테러 이후에도 파급효과가 지속되는 슈퍼테러리즘, 포스트모던테러리즘, 메가테러리즘, 재앙적 테러리즘, 종말론적 테러리즘, 비재래식 테러리즘, 대량살상무기테러리즘 등으로 불리는 뉴 테러리즘이다.

따라서 사이버 테러와 함께 21세기형 뉴 테러리즘의 또 다른 형태는 파괴력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화생방테러이다.

전 세계 핵물질의 90%를 차지하는 구소련의 붕괴로 인한 화생방기술의 부적절한 통제는 팽창하는 암시장이나 불량국가들로부터 치명적인 무기를 구매하고자 하는 구매자의 홍수를 낳았다. 이러한 불안정 혼탁양상에 덧붙여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최고 입찰자에게 그들의 기술을 판매할 태세를 하고 있다.

한 예로 옛 소련은 ’80년대 4,500명의 과학자를 동원해 400개의 대륙간탄도탄 탄두에 흑사병 세균을 장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련 해체 후 이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 중 3천명이 고액의 보수를 받으며 리비아의 연구소 또는 거대 테러집단에 매수됐다고 미 정보기관은 파악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1997년 007가방 크기의 소형 핵무기 132기 가운데 84기가 분실됐다고 시인한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화생방무기는 약소국이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강대국들 간의 공포의 균형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를 통해 철저히 통제됨으로서 세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만은 예방되고 있었다. 하지만 탈냉전 이후 화생방무기의 급속한 확산은 기존의 상호확증파괴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국제사회의 전략적 안보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켰다.

과거의 경우 테러리스트들은 제한적 폭력밖에 행사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여기서 몇 명 죽이고 저기서 건물을 파괴하는 정도였다. 대규모 폭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군사력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대량 살상무기의 출현과 그 무기의 설계와 제조를 가르치는 개인적 훈련 가능성은 9·11테러가 보여주는 것처럼 개방화와 정보화 물결을 타고 더욱 지능화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있는 건물에 대한 살상과 전대미문의 대폭발로 황폐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은, 이제 국가단위에서 단체나 개인으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다.

따라서 개인 또는 집단에 의해 자행되는 화생방무기의 사용 위협은 국가 정치권력의 상대적 위치를 극도로 약화시키는 반면 테러리스트들의 극적인 영향력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으로 세계정치무대의 변두리에서 서성거리던 테러리스트들을 세계정치무대의 중심에 서게 하는 것을 허용케 한다.

그러므로 대량파괴를 할 수 있는 임시변통 무기는 세계 권력의 중요관심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해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생긴 힘의 공간에 새로운 세력으로 뿌리 내려 반정부적 교란책동의 수단을 제공함으로서 내일의 강력한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할 것이다.
#테러리즘 #테러와의 전쟁 #대테러작전 #대량살상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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