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봉사 4년차가 본 '한국인 피랍사건'

"현지인들도 안 다니는 그 위험한 지역을..."

등록 2007.08.02 10:24수정 2007.08.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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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굿네이버스 간사인 오은주(가운데)씨가 아프간 현지인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굿네이버스 간사인 오은주(가운데)씨가 아프간 현지인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 여성신문

[홍지영 기자] "선교행위 자체가 범법행위로 여겨지고 있는 아프간에서는 아무리 봉사활동이라고 강조해도 순순히 믿어주질 않아요.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개종을 목적으로 한다며, 한국인들의 봉사활동을 '동양에서의 침공'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공공연하게 기독교인들을 사형이나 종신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4년간(2002년 9월~2006년 8월)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의 간사로 봉사활동을 했던 오은주(32)씨는 한국인 의료·봉사단원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됐다가 7월 25일 밤 그 중 1명이 사살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심정에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도 불과 1년 전까지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어 특히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오씨는 말했다. 무엇보다 오씨 자신이 보기에 이번 피랍사건은 '예고된 사고'였기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고 그는 밝혔다.

"분쟁지역 봉사활동의 기본은 '안전'인데도 그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특히 납치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은 현지인들도 잘 안 다닐 정도로 치안이 취약한 지역입니다. 게다가 경찰 병력의 호위도 없이 대규모 인원이 버스로 움직였다니, 불감증이 불러온 결과라서 더 안타깝습니다."

오씨는 굿네이버스가 카불에 개원한 여성교육문화센터 책임자로 일했다. 여성전용 센터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한 현지인으로부터 "무슬림의 이름으로 처단하겠다"는 협박을 당했을 때는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긴장돼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아프간은 위험이 일상화된 곳이에요. 오랜 내전과 탈레반의 통치, 미국의 대테러 전쟁 때문에 현지인들의 삶은 피폐할 수밖에 없어요. 오히려 탈레반 때가 더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예요."

오씨는 특히 현지 사정을 잘 모른 채 벌이는 이벤트성 봉사나 실적 위주의 봉사활동일수록 오히려 현지인들의 반감을 살 우려가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아프간처럼 위험·분쟁지역일수록 전문성을 갖추고 활동을 벌여야 합니다. 아무리 의도가 선하다 해도 현지 정서와 문화를 이해 못하면 무모하고 무책임한 결과만을 낳게 됩니다. 국제기관이나 평화유지군, 정부 등의 도움을 적극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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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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