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미국에 눈물로 호소해야 하나

[주장] <조선>, 도움 '호소'할 게 아니라 '책임' 물어야

등록 2007.08.02 13:59수정 2007.08.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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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선일보> 8월 2일자 사설

<조선일보> 8월 2일자 사설 ⓒ 조선일보PDF

아프카니스탄 한국인 인질사태에 대한 책임과 그 해결책이 미국에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입막음에 나섰다. 미국에 책임을 묻는 것을 두고 '반미 선동'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조선일보>는 사설(8월 2일자 '이 비극마저 반미 선동의 소재로 써먹겠다는 건가')의 절반을 미국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데 썼다. 납치 테러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인이 납치돼도 테러범의 요구를 거부"해 왔으며, "미국 말 한 마디"에 사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의 대변인의 입을 빌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키를 쥐고" 있으며, "미국은 지금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쓰고, 아프가니스탄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태가 "'한국 봉사단원들이 와서는 안 되는 곳에 와서' 빚어"졌으며, "이번 사태로 미국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주장했다.

사설을 읽는 내내 <워싱턴포스트>나 USA투데이의 사설을 읽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국의 입장이 온전히 반영되어 있다. <조선일보> 사설에 따르면 "미국이 나서라"고 하는 고함은 "반미 세력"들의 "반미 선동" 행위이며, 미국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형국이다.

'슈퍼맨' 미국에 도움을 호소하라?

일단 다 인정하자. <조선일보>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자. "미국이 나서라"고 주장하는 "반미 세력"들 말고, 자칭 "정말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살려내려는 측"인 <조선일보>의 말도 들어 보자. 다른 건 생사를 오가고 있는 21명의 인질을 구해 놓고 생각해 보자.

<조선일보>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살려" 내려는 것일까? 복잡하게 <조선일보>의 기사를 다 읽어 볼 필요 없이, 신문의 창이라고 불리는 만평을 통해 확인 해 볼 수 있다. 마침 8월 1일자 <조선만평>에 <조선일보>가 생각하는 해결책이 잘 표현되어 있다.


8월 1일자 조선만평

8월 1일자 조선만평 ⓒ 조선일보

"미 하원 일본군 성노예 결의안 '만장일치'로 통과"라는 문구와 함께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슈퍼맨 복장의 미국이 못된 일본을 혼내 준 것이다. 그 슈퍼맨 미국을 향해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눈물로 호소를 한다. "슈퍼맨, 도와 준 김에 탈레반 인질도 좀…."

만평만 두고 본다면 <조선일보> 역시 미국이 나서야 이번 인질 사태가 해결된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듯 하다. 사설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그래서 "테러범과 협상은 없다"는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할머니들을 동원해 눈물로 감정을 자극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미국에 인질 사태 책임 물어야

<조선일보>가 "반미세력"이라 부르는 이들은 미국을 향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고,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을 향해 "도와" 달라고 호소를 한다.

미국은 이미 제 역할을 잘하고 있으며, 한국 봉사단원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기 때문에 생긴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조선일보>의 사설, 하지만 정의의 사도, 슈퍼맨 미국이 나서서 도와주기를 눈물로 호소한다는 <조선만평>.

우리는 과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조선일보>를 따라 미국을 향해 눈물로 호소를 해야 하는 것일까? 미국은 슈퍼맨이 그러하듯 정의의 사도라서 억울하게 억류당하고 있는 한국 국민을 구해 줄까?

a 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이 조속한 인질석방을 위해 미국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1일 오후 광화문 미대사관을 방문했다. 대사관을 나선 피랍자 가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이 조속한 인질석방을 위해 미국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1일 오후 광화문 미대사관을 방문했다. 대사관을 나선 피랍자 가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중에서 생존한 21명의 얼굴사진이 실린 신문을 든 한 시민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무사귀환과 미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중에서 생존한 21명의 얼굴사진이 실린 신문을 든 한 시민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무사귀환과 미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을 적대시하고 한국 민간인을 인질로 잡은 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거기에 미국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 정부를 세우고, 영원한 동맹국 한국의 파병을 요구하여 관철시킨 미국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질 사태에 대해 미국의 도움을 호소하기보단 미국의 책임을 묻는 게 더 합당한 일이다.

<조선일보>에 되묻는다. 과연 누가 "정말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살려 내려는 측"인가? 당신들은 과연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에 관심이라도 있는 것인가?
#피랍사태 #아프가니스탄 #조선일보 #미국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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