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공용?

잠금장치도 없어 성폭력 위험도... "국가인권위에 제소할 것"

등록 2007.08.02 18:54수정 2007.08.0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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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광주시청사에 설치된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남녀공용일 뿐 아니라, 시설물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어 빈축을 사고있다. 장애인전용 화장실은 중증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버튼식 자동문을 설치해야 하지만 문고리만 달아 놓거나, 이 마저도 없는 곳이 있었다.

광주시청사에 설치된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남녀공용일 뿐 아니라, 시설물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어 빈축을 사고있다. 장애인전용 화장실은 중증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버튼식 자동문을 설치해야 하지만 문고리만 달아 놓거나, 이 마저도 없는 곳이 있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광역시청사와 의회동에 있는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남녀 구분없이 공용으로 설치돼 있고 시설물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의회동에 있는 장애인전용 화장실은 잠금장치가 아예 없는 곳도 있어 여성 장애인들에겐 성폭력 위험이 높은 상황. 제대로 된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장애인들은 "이것은 장애인 차별의식에서 나온 것이고 명백한 여성차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일 오후 광주시청사를 지나다 화장실이 급해 시청사 1층 사회복지과 앞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지체장애인 오재헌(47·광주 북구 동림동)씨는 깜짝 놀랐다.

사회복지과 앞에 있는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남녀공용'으로 설치돼 있었는데다 일반 남자화장실 입구 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 장애인의 경우 이 화장실을 사용할 경우, 비장애인 남자화장실이 훤히 드러다보여 민망함을 참아내야 한다.

남녀공용에 잠금장치도 없어... "인권위 제소"

a 시청사 1층 사회복지과 앞 장애인전용 화장실은 일반 남자화장실 쪽으로 조금 들어가야 입구가 있다.

시청사 1층 사회복지과 앞 장애인전용 화장실은 일반 남자화장실 쪽으로 조금 들어가야 입구가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오제헌씨는 특히 "장애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하 기관 등의 장애인 시설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복지과 바로 앞에 이런 화장실이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며 "사회복지과가 장애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씁쓸해 했다.

장애인들이 민원 때문에 주로 방문하는 곳이 사회복지과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오씨는 사회복지과 직원들의 태도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오씨가 한 여성 직원에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그 직원은 "그렇죠?"라고 말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2일 오전 <오마이뉴스>가 확인해본 결과, 시청사 1층과 2층, 의회동 1~5층까지의 장애인전용 화장실의 관리 상태는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시청사 2층 사회복지국장실 앞에는 아예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없었다. 1층 사회복지과 앞과 건물 구조와 골격이 똑같이 같은 위치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2층에서는 이 공간은 탕비실과 청소도구를 관리하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또 의회동 1층을 제외하면 다른 화장실은 남녀공용으로 설치돼 있다. 특히 의회동 4층 화장실은 아무런 장금 장치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5층은 버튼을 눌러 출입할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채 달랑 문고리만 있었다. 장애인전용 화장실의 경우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출입문을 전기(버튼)식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장치가 아예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재헌씨는 "광주시청의 장애인전용 화장실 시설물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고 여성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목 광주장애인인권연대 상임대표는 "광주시장이나 광주시의 장애인 인권과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엘리베이터, 승강기와 화장실은 이용시설 중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비용의 문제나 효율성의 문제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공공기관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몇 차례 광주시청에 이용시설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시청 사회복지과는 "시설관리 부서에 요청해 개선해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설관리 부서는 "출입문 시설·옷걸이 등 시설물에 대해 미비한 점들은 즉각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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