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단박에 범여권 후보선호도 2위에 올라선 것은 물론, 그 후에도 지지율이 계속 상승하면서 범여권 후보선호도 1위인 손학규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과연 조순형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대선 출마 선언후에 기자들은 조순형을 찾던 끝에 국회도서관에 앉아있는 그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터뷰 중에 "자금은 준비되어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후원회의 모금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조순형은 누구보다도 모범적이고 훌륭했다. 대선 출마후에도 국회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그를 보라. 조직가동비, 홍보-선전비 등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대선판에서 후원회의 활동을 기대하는 그의 입장을 보라. 얼마나 원칙을 훌륭히 견지하고 있는가.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척박한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과연 그런 식의 한가한 자세가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고건이나 정운찬이나 모두 정치판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사람은 평생 승승장구해온 관료로 잔뼈가 굵었고, 한 사람은 고매한 학자로 상아탑에서 안주해왔던 사람이다. 물론 조순형은 현역 정치인으로서 무려 6선의 관록을 쌓아온 점에서 그들과는 다르다, 그러나 성향이나 기질에서 조순형은 고건 - 정운찬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자신은 점잖게 있는 가운데 주위에서 알아서 추대하고, 알아서 선거운동을 하고, 알아서 대통령까지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점에서 아주 흡사하다.
조순형은 출마후의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아내가 그에게 즐기면서 선거운동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서 도대체 어떤 엄숙한 사명감이나 비장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기본적인 태도로서 과연 그런 식이 합당한 것인가. 지금 한국의 상황이나 형편이 아무나 국가 지도자가 되어도 좋을 만큼, 정치란 것이 있는 듯 없는 듯 여겨져도 좋을 만큼 태평성대인가.
조순형을 이용하여 범여권의 통합을 방해하고 범여권을 이간질하려는 한나라당이 문제다. 조순형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찾고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려는 민주당내의 인사들도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더욱 엄중히 비판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조순형 본인이다.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상당한 관록을 쌓았다고 하여 아무나 쉽게 넘보아서는 안되는 자리다. 대통령이란 국가 최고의 권력은 다른 사람이 그저 편하게 가져다주는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순형 의원은 그간의 정치활동 과정의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견지해왔던대로, 원칙적이고 올바른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자 한다면 노욕을 거두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순형 의원은 제2의 고건이나 정운찬이 되어 스스로 좌절하는 것은 물론, 국가 장래에 적지않은 혼선을 주는 일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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