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얼굴만 보지 말고 상처를 봐달라"

[인터뷰] 윤민자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집행위원장

등록 2007.08.04 21:52수정 2007.08.0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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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 끝났어?"

시민들이 종종 윤민자(37)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집행위원장에게 묻는 말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인화학교 사태가 다 끝난 줄 아세요.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일 국가인권위 광주 사무소에서 만난 윤 집행위원장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린 채 착잡한 듯 인터뷰 도중 말을 멈추었다.

윤 집행위원장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보장받고 있는 교육권을 장애 아이들도 누리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니냐"며 "공립 특수학교 신설이라는 장·단기적인 계획을 세워 청각장애 아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집행위원장은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학부모, 교장, 이사회 등 관련자들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놓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며 "광주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a 2006년 7월 5일, 윤민자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성폭력 대책위' 관계자 등 30명은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중처벌과 재단법인 임원진 해임, 인가취소 등을 촉구하며 삼보일배에 나섰다.

2006년 7월 5일, 윤민자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성폭력 대책위' 관계자 등 30명은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중처벌과 재단법인 임원진 해임, 인가취소 등을 촉구하며 삼보일배에 나섰다.

2005년 5월 교직원의 학생 성폭력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한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광주 인화학교 사태는 대책위 구성, 성폭력 가해교직원 구속, 법인 임원해임, 학생들의 등교거부, 천막수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2007년 5월 광주시교육청과 대책위가 '인화학교 교육정상화'에 합의함으로써 천막농성을 접고 해결의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계란투척사건과 성폭력 교직원의 복직 등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인 '우석'과 대책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가운데 대책위는 법인이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고 보고 공립 특수학교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인 측은 "새로운 이사진들이 공식적으로 활동한 게 지난 2월부터 라며 그 전에는 광산구청의 법인 임원해임명령에 대한 법인의 (명령)취소청구소송으로 법적 분쟁 중이었고 시민단체, 교사, 학생들이 이사진들의 학교 출근을 저지해 이사회가 일체 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법인은 이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현재 진행 중에 있고 내부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며 "이사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법인의 인가권한을 쥔 시청, 학교에 대한 지도책임을 맡고 있는 시교육청 등 관련기관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어 사태 해결이 더디어지고 있다.

현재 대책위는 국가인권위 사무소에서 인화학교 학생들의 교육권과 인권을 확립하라며 농성을 진행 중이다. 윤 집행위원장은 시교육청 앞에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다음은 윤민자 집행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아이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a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 윤민자 집행위원장.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 윤민자 집행위원장. ⓒ 서영화

- 교직원들의 성폭력 사건으로 촉발된 사태가 2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현재 학교는 어떤 상태인가.
"혼돈 상태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불안감을 느끼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시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아이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인화학교를 둘러싼 문제가 구체적으로 뭔가.
"첫째 교육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선생님들의 수화 구사 능력이 떨어져 아이들에게 학습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선생님의 지식이 100이라면 아이들에게는 1만큼도 전달하기 어렵다. 일반학교에서 기본인 지식전달이 인화학교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제도적인 측면이다. 인화학교가 문제를 안고서 지난 50년 동안 운영되었던 건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감독청의 의지가 부족했다.

셋째로 법인 '우석' 운영자들의 교육철학 부재다. 법인 운영자는 인화학교를 재산을 증식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교육기관으로서 교육을 했다는 흔적을 볼 수 없다. 법인은 인화학교 사태를 단순히 재단운영권을 넘보는 대책위에 맞서서 자신들의 재산을 지켜야한다는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인권위·시청·시교육청 등 각 기관에 어떤 요구를 하는 건가.
"시교육청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대책을 수립해야한다. 교육청은 그런 권한이 법인 이사회에 있으므로 이사회를 지도감독해서 개선해나가겠다고 했지만 지도감독이 안 되고 있다. 이것은 직무유기다.

인권위에는 법인과 교육청, 시청 및 관계기관들이 인화학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견인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인화원에 있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다.

시청은 법인 '우석'의 주무관청으로 법인이 유일하게 무서워할 수 있는 곳이다. 오히려 시청이 법인 이사회를 압박해서 학교 운영 정상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청은 교육의 문제는 교육청이 해야 된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예전부터 학내에서 성폭행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 알려 진 건 2005년 학생이 장애인성폭력 상담소를 찾고부터이다. 왜 그 전에는 불거지지 않은 건가? 성폭행 문제가 은폐되어온 이유는.
"성폭행을 일으킨 주범이 설립자 아들들이다 보니 그런 문제들이 은폐되어왔다."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착각하는 법인과 주무관청이 사태 장기화의 요인

a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 윤민자 집행위원장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 윤민자 집행위원장 ⓒ 서영화

- 이사진이 교체됐음에도 성폭력 혐의 교직원이 복직했다.
"법인 이사들이 설립자의 이익을 대변하므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인권위의 임원신임취소 권고에 따라 광산구청이 이사진 선임을 취소했지만 한 명이 법원에서 추천, 나머지 네 명은 법인 내에서 바꿨다. 법인이 자기 사람 돌려가며 앉히는 것이다. 명분용일뿐이다. 사회복지법인은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닌 공익성을 부여받은 법인격이다. 하지만 법인'우석'은 법인의 목적사업인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사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 2년 넘게 사태가 장기화되는 이유가 뭔가.
"법인을 사유재산으로 착각하는 설립자 가족들과 주무관청이 주범이다.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한 기업법인인 삼성도 공익이사라 해서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데 복지를 목적으로 한 공익법인이 왜 이렇게 제도적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는지(모르겠다). 더불어 주무 관청들의 직무유기가 인화학교 문제를 더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다니는 학교 교사들은 당연히 수화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교육청은 다른 특수학교도 비슷하다고 했다.

시교육청 공무원들은 인화학교 사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교육청은 2007년에 (인화학교에) 21억을 지원해주는데 그만큼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봐야한다."

- 법인에서는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무엇이 비정상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대책위가 학교를 너무 흔드는 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법인을 더 지켜봐야하는 것 아니냐.
"법인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법인이 지금까지 한 것은 대책위에서 활동했던 교사를 징계하고 성폭력 혐의 교직원을 복직시킨 것, 또 J씨를 교사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 밖에 없다. 그것을 노력이라고 한다면 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 인권위 권고 사안이 잘 지켜졌다고 생각하나.
"잘 안 지켜지고 있다. 인권위의 시청, 교육청, 교육부에 대한 권고는 있으나 법인에 대한 권고는 없었다. 시청에 임원해임을 하라고 권고했는데 법인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사는 바뀌었지만 내용적으로 (법인이)해임명령을 받아들인 건 아니다. 왜냐면 법인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권위가) 시교육청에 청각장애학생들을 위한 피해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권고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것만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큰 맥락에서 봤을 때 권고사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공립 특수학교 신설은 장·단기적인 계획으로 풀어나가야

a 지난해 7월 5일,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윤민자.

지난해 7월 5일,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윤민자.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인화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다 특수 공립학교 신설로 돌아선 이유는 뭔가.
"더 이상 법인에 기대할게 없어서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며 계속 피해를 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아이들을 구출해야겠단 절박감이 있다. 안전한 곳이 있어야하는데 그 곳을 국가가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 공립 특수학교 신설은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장기간 문제인데 무리한 주장 아닌가.
"큰 틀에서 아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위해 공립 특수학교 신설이라는 장․단기적인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몇 년까지 (학교를)만들겠다는 게 아니더라도 시간과 돈이 필요하니까 어떤 계획 속에서 만들겠으며 그 때까지 아이들에겐 어떤 교육을 하겠다는 그 두 가지가 있어야한다. 당장 아이들이 다닐 곳이 없으므로 (시교육청이) 언제까지 위탁교육을 하겠다든가. 아니면 초․중․고등학교에 특수반을 따로 만드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한다."

- 인화학교 사태를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보나.
"학생, 학부모, 동문, 교장, 이사회 등 모든 사람들의 입장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중심으로 놓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제대로 해보자 한다면 이 문제를 풀기란 쉽다. 아이들을 보지 않고 각자 다른 것을 보다보니 시각과 인식이 다르다.

아이들을 봐 달라. 얼굴보고 '예쁘게 생겼구나'라고만 하지 말고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를 봐 달라. 아이들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안 보려 하는 건 아닌가. 아이들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상처가 보여야 수술할지, 반창고를 붙일지 아는 것이다."

- 광주 인화학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에 바라는 점은 뭔가.
"인화학교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장애 아이들의 교육에 시민들이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무관심은 더 큰 범죄를 낳는다. 시민들이 관심을 보여주니까 아이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우리들이 무시당하고 있으며 이 세상에는 우리뿐이구나'란 생각보다는 광주시민들이 자기들을 지켜보고 있단 것에 (아이들이) 많은 힘을 얻고 있다.

관심과 더불어 인권의 도시 광주라는 것이 구호가 아니라 그 구호 안에 담겨질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한다. 인화학교 문제는 몇 몇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학생들의 고통이자 우리 아이들의 절규이다.”

덧붙이는 글 | 서영화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덧붙이는 글 서영화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윤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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