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포 갯벌에서 잡은 낙지가 수족관에 들어있다맛객
낙지는 호불호가 확실한 음식 중에 하나이다. 외국인의 눈에 산낙지 먹는 모습이 경악할 정도라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서 못 먹는다. 낙지의 꼬물거림과 빨판이 혀나 입 벽을 당길 때 느껴지는 쾌감. 씹으면 씹을수록 흘러나오는 육즙. 더군다나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스테미너 음식 아닌가. 이해할 수 없는 부류는 산낙지 애식가가 아닌 산낙지를 먹지 않는 당신들이다.
그런데 산낙지라고 해서 다 같은 산낙지가 아니다. 약간 붉은빛 도는 돌낙지를 산낙지로 먹고 있다면 돌대가리(?)이거나 낙지 맛을 모르는 이다. 낙지 맛을 안다고? 그렇다면 당신도 역시 산낙지를 맛으로 먹는 게 아니고 고정관념으로 먹고 있는 셈이다. 낙지는 역시 산낙지로 먹어야 제 맛이야! 산낙지가 최고야 하는 고정관념. 그래서 돌낙지도 맛나다고 먹고 있는 거 아닌가. 인정해야 한다. 산낙지의 최면술에 걸려서 먹고 있는 거지 절대 맛으로 먹고 있는 건 아니다.
낙지는 뻘낙지가 정답이다. 그 중에 으뜸은 세발낙지. 가느다란 발의 굵기가 일정하게 30cm 이상인 세발낙지는 언제나 그리운 맛이다. 한때 흑산도 홍어가 귀물이 되어 전설의 맛이 되기도 했지만 이젠 세발낙지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만큼 귀하다는 얘기다. 귀하다는데 세발낙지만 고집하는 것도 현명치 못한 생각이다.
세발낙지급 낙지. 세발낙지 뺨치는 낙지가 있다. 낙지에 있어 맛객의 로망이 된 그 낙지. 우리가 배신을 할지언정 그 낙지는 배신하지 않는 맛을 지니고 있다.
낙지가 있는 왕산포
안면도에서 함초 채취에 실해한 그분과 나는 일단 왕산포(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앙리)로 향했다. 여기까지 와서 함초는 못보고 가더라도 이 맛은 꼭 봐야 한다. 안보고 간다면 맛객의 미식인생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이기에.
왕산포는 서해안의 조그만 포구다. 볼거리도 없는 이곳에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낙지 때문이다. 이곳에는 박속밀국낙지탕을 하는 업소가 두 곳 있다. '왕산포횟집'과 '우정횟집'. 맛객이 작년 처음에 갔을 땐 왕산포횟집을 두 번째 갔을 땐 우정횟집을 이용했다. 두 집의 음식 맛은 차이가 별로 없다. 낙지도 왕산포 앞 갯벌에서 잡은 거라 거의 같은 맛이다. 다만 친절도에서 우정횟집이 더 낫다. 해서 이번에도 우정횟집을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