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여, 매트릭스에서 해방되라

류상태의 〈당신들의 예수〉를 읽고서

등록 2007.08.07 10:37수정 2007.08.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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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는 원래 '자궁'을 뜻하는 단어다. 열린 세계와 대비되어 일정 공간 안에 갇힌 상태를 일컫는다. 그것을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에게 빗댄다면 어떨까? 그들은 아시아 침략에 나선 당시의 애국지사들이 메시아적 사명을 받았다고 여기고 있다. 실로 황당한 매트릭스 안에 갇힌 이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단어와 의미를 오늘날의 교회에 적용한다면 어떠할까? 교회 안의 세계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오히려 닫힌 공간이라면 교회의 존재 의미는 지탄을 받을 것이다. 반대로 생명의 잉태 공간을 박차고 세상과 좀더 성숙한 소통의 역할을 한다면 교회는 그야말로 칭찬을 받을 것이다.


류상태의 〈당신들의 예수〉는 후자 쪽에 가까운 교회의 모습을 보고서 개탄한 책이다. 교회가 매트릭스 안에 갇혀 폭력과 정복, 배타성으로부터 극복되지 못한 부분만을 세상에 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전통적인 교리의 강요, 하나님만이 구원자라는 유일신의 강압적 강요, 배타적인 선교 행위 등이 그것이다.

“역사적 예수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새로운 종교가 아니라 새로운 삶, 새로운 세상이었다. 하지만 초대교회는 조직의 유지를 위해, 혹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혹은 무지로 인해 ‘그들이 바라는 예수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점차로 ‘부활의 예수’는 ‘역사적 예수’와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었고, 공동체의 유지와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교리의 예수’가 되었다.”(37쪽)

쉽게 말하면 예수가 전한 복음의 원형이 역사와 시대, 현실을 거치면서 많이 변질됐다는 뜻이다. 예수는 사랑과 빛, 길과 진리를 그의 삶으로 보여줬는데 반해, 교회는 그 조직과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또 다른 예수상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과는 좀더 차별을 강화하고, 그것이 교회를 굳건하게 세우는데 기둥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런 예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교회 조직의 비대화에서, 성서의 문자 안에 갇혀 버린 인식의 신 안에서, 오른손이 한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주님의 뜻과는 달리 물량적이고도 강압적인 선교 행위에서, 사학의 전횡을 막고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마련된 사학법 개정에 대해 집단 삭발을 감행했던 수많은 목사들의 모습 속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 까닭에 그는 불교의 가르침인 ‘살부살조’(殺父殺祖)를 세 번씩이나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선 수행을 하는데 부처가 와서 방해하면 부처를 죽이고, 선사가 와서 방해라면 그 선사까지 죽인다는 말이다. 그만큼 문자나 조항이나 법률이나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하라는 뜻일 것이다.


분명 예수의 천국은 개인을 자유하게 하는 곳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을 가두고 질식시키는 곳이 아니다. 그런 곳이 있다면 집단만 강조하는 사이비 집단의 소굴이다. 하지만 예수가 가르친 천국은 그런 잔혹함과 무지함이 극복된 상태와 사회를 일컫는다. 그것은 죽어 하늘에서만 이루는 게 아니라 이 땅에서 성취해야 할 현재적 상태이다.

하여 류상태는 한국교회가 여전히 교리에 갇혀 있는 종교적 배타성으로부터 여러 사람들을 살리고 포용하는 관용의 종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권력이나 신분, 남녀노소 등의 문제로 차별받지 않는 열린 사회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진정 교회만이 성스럽다고 여기는 그들만의 매트릭스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고 있다.

당신들의 예수

류상태 지음,
삼인, 2007


#류상태 #당신들의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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