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이 내가 뜬 '딸기수세미'다.전희식
어머니 자화자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느것들 속옷도 다 내가 뜨서 해 입힜다"는 것이었다. 내 기억엔 단연코 속옷으로 털옷을 입은 적이 없다. 어머니가 어디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면 모르지만 우리 형제들 그 누구도 속옷을 어머니 뜨개질한 옷으로 입었던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
어쨌든 어머니 큰 소리만 믿고 택배비까지 하여 일만이천오백원을 주고서 아크릴사 수세미 털실을 산 것인데 어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었다. 이건 명백한 배신인 것이다.
이건 절대로 그냥 물러 설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따지기로 했다.
"어머니 때문에 샀으니까 어머니가 하세요."
"안 해. 내가 늙어가지고 인자서 그렁거 머할락꼬 배우노!"
"어머니. 어머니가 뜨개질 잘 하셨다고 했잖아요?"
"뜨개질 잘 한다고 했지, 내가 언제 뜨개질하겠다고 했냐. 안 해!"
"그러지 말고 해 봐요. 잘 하실 거예요."
"코바늘이 이기 먹꼬? 대나무로 갸름하게 길어야 뜨개질하기 좋지 이렇게 몽당해 가지고. 안 해!"
"그럼. 제가 대나무로 코바늘 하나 잘 만들어 드릴 게요."
"안 해!"
"왜요? 수세미 만들어서 상봉동 큰누님도 하나 드리고 잠실 사는 혜영이 엄마도 하나 주고 그러면 좋잖아요."
"안 해! 다 늙은기 해 주믄 누가 조타 칵까이. 니가 해 주라. 젊은기 해 주믄 다 좋다칸다. 니가 하믄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