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음지 굴곡 인생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를 읽고

등록 2007.08.07 19:56수정 2007.08.07 19:57
0
원고료로 응원
a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책 겉그림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책 겉그림 ⓒ 중원문화사

사람들은 저마다 지닌 인생의 굴곡이 있다. 승승장구의 삶보다 어려운 고비를 넘는 인생이 그것이다. 한없이 추락하다가 날개를 단 듯 올라서기도 하고, 하는 일마다 막히다가 뒤늦게 술술 뚫리는 인생도 많다. 늘 단역 배우를 맡다가 지긋한 나이가 들수록 중후한 역을 맡는 인생이 그렇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은 그렇듯 나름대로 흉터와 아픔이 있다. 하지만 그 자체는 고귀한 삶이요 아름다운 것이다. 저마다 피어 있는 들꽃에도 존재 이유가 있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소중한 의미를 남기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겪는 차이는 다를지언정 그 의미는 모두 특별하다.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속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장대 같은 아들(이한열)을 최류탄으로 잃고 민주투사가 된 배은심씨, 아버지를 잃고 고졸 디스카운트를 받으면서도 학비와 생활비를 열심히 모았던 한비야씨, 그리고 영화 〈왕의 남자〉로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자기 본분은 남사당 줄꾼이라는 권원태씨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제가 자신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목표로 세운 것이기 때문에, 제 자신의 목표이기 때문이죠. 물론 14개 봉우리, 14좌의 꿈은 이루었지만 저 자신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그 두 개의 봉우리에 오르는 것을 계획으로 삼은 거예요.”(68쪽)

이는 산악인 엄홍길씨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1985년부터 2000년까지 15년간 히말라야 8000m 이상의 높은 산을 14개 봉우리나 정복한 산악인이다. 물론 그도 산을 오르고 난 뒤에는 다시는 산을 오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동료를 잃는 아픔과 숱한 죽음의 고비들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산은 인생 그 자체이기 때문에 오르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특별한 사람이 있다면 북한 배우 김혜영씨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아버지 손길을 따라 고모를 만나러 가는 길인 줄만 알고 무작정 압록강을 건넜다. 그것이 탈북의 한 과정이었다. 훗날 방송계에 진출하면서 남한 사회의 한 매니저 때문에 한때 큰 사기를 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픔을 딛고 혼인도 했고, 남한 사회에 적응하고 있어서 초년 탈북자들에게 그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분들은 아무래도 북한의 실정에 대해 너무 모르고 어쨌든 남한보다 북한이 못살지 않느냐고 무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그걸 무조건 서운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하죠. 또 나는 태어난 출신이 이렇지만 이걸 어떻게든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하라고 얘기를 해 줍니다. 남한 사람들이 무시를 하더라도 겉으로는 그냥 웃으면서 난 당신보다 더 크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27쪽)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치고 늘 양지쪽에 머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든지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 보면 음지의 굴곡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때로는 날씨의 일교차가 다르듯 인생의 일교차에도 저마다 다른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그 값어치는 다 각자에게 절대적이고 특별한 의미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인생의 굴곡이 설령 똑같거나 비슷할지라도 그것은 자신만이 겪는 특별한 경험이요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음지와 그 굴곡 인생들을 나의 인생이 비추어 보는 것도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겠나 싶다.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세트 - 전3권

손숙.오준석 엮음,
중원문화, 2007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배은심 #엄홍길 #김혜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4. 4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