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30도인데 이 곳은 0도

밀양 얼음골 방문, 더워질수록 추워지는 곳

등록 2007.08.08 22:01수정 2007.08.0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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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돌 더미 사이에 숨겨진 듯 묻혀 있는 온도계가 '0℃'의 눈금을 약간 벗어나 있다.

돌 더미 사이에 숨겨진 듯 묻혀 있는 온도계가 '0℃'의 눈금을 약간 벗어나 있다. ⓒ 김정애

지난 토요일(4일) 경남 밀양에서 가족행사가 있어 하루를 묵고 일요일 아침 상경을 하던 중 필이 꽂히는 이정표 하나가 있었다. 이름 하여 그 유명한 '얼음골'이 부근 어디엔가 있다니...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직진, 우회전, 좌회전을 거듭하며 가다보니 얼음골 매표소 앞에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표를 사고 만차에 가까운 주차장 안을 서행하며 돌다가 어렵사리 공간을 확보하고 얼음골로 향하는 인파에 묻혀 철교에 오르니 다리 아래 계곡에선 어른 아이가 뒤섞여 더위도 잊은 채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얼음골은 경남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천황산 중턱(해발 600m지점)에 9천여 평의 골짜기를 일컬으며 천연기념물 22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계곡은 3~4월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하여 7월 말에서 8월 초 삼복더위가 한창일 때 가장 많은 얼음이 생기고 가을로 접어들면 녹기 시작하여 기온이 내려갈수록 얼음이 녹는다. 겨울철에는 바위틈에서 얼음 대신 더운 김이 피어오른다는 이곳은 '밀양의 신비'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이처럼 계절과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암석 속에 틈이 많이 생겨서란다. 한여름 복중에도 얼음이 언다기에 신비한 광경을 보려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연신 닦아내며 계곡 옆 돌길을 따라 오르니 정면 위쪽에 천황사라는 아담한 절이 있고 그 우측에 놓여진 '명상교'를 건너자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예사바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초대형 에어컨을 틀어 놓은 듯 ... 좀 더 실감나게 표현을 하자면 냉동실 문을 열었을 때 나오는 냉기와 흡사한 바람이 골을 타고 불어 왔다. 조금 전까지 만해도 주체할 수 없이 흐르던 땀이 언제 더웠더냐 싶게 거짓말처럼 금방 땀방울이 잦아든다. 평지도 아닌 산을 오르는 데도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는 신비한 곳.

a 얼음골 돌 틈 사이에 온도계가 묻혀 있다.

얼음골 돌 틈 사이에 온도계가 묻혀 있다. ⓒ 김정애

복 중에도 얼음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든 것도 참고 오르다보니 널따란 하늘이 펼쳐진 정상 가까운 곳에 얼음골 표지판이 있었다. 사람들은 웅성웅성 철책 망 안을 기웃거리면 서 뭔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나처럼 얼음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예까지 올라온 사람들이 돌 더미 어디엔가 있을지도 모를 얼음을 찾고 있는 모습이 분명했다.

어떤 이는 한참을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더니 끝내 실망스런 말을 내뱉는다. "제기랄 진작에 얼음은 볼 수 없다고 말해 줬으면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오진 않잖아~." 영~ 못마땅한 표정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허탈함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려는데 누군가가 "영도야~ 영도~!" 하며 보물이라도 발견한양 탄성을 지른다. "어디에 뭐가 있는데요?"했더니 돌 더미 속을 가리킨다. 철책에 의지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돌 틈 사이에 숨겨진 듯 파묻힌 온도계가 보였다.

결빙지 보호를 위해 사람들이 접근을 못하도록 설치된 철책사이에 팔을 넣어 카메라를 최대한 줌으로 잡아 당겨 겨우 촬영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기온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0℃"의 눈금을 약간 벗어나 있었다. 600~700m 산 아랜 수은주가 30℃를 육박하는데 별천지 같은 이곳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서늘하니 피서지론 안성맞춤이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다음 목적지로 이동을 해야 하기에 하산을 하다가 골짜기 돌 틈 사이에서 졸졸거리며 흘러내려 옹달샘처럼 고인 물에 손을 넣었더니 뼈 속까지 시려 단 몇 분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을 해도 신비하기만 한 얼음골 아직 휴가계획을 세우지 못하신 분들은 올 여름 피서지로 천혜의 관광자원인 얼음골도 살~짝 끼워보시면 어떨까요~? 아마 후회는 안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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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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