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소박하고 내부는 화려한 쉔브른 궁전

17인의 동유럽 여행기, 그 여섯 번째 이야기

등록 2007.08.13 18:52수정 2007.08.1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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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은 천양지차인 쉔브른 궁전

오스트리아로 가는 날이다. 마치 우리를 마중 나온 인파처럼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길에는 수없이 많은 풍차들이 보였다.


a 오스트리아로 향하던 길목의 풍경

오스트리아로 향하던 길목의 풍경 ⓒ 허선행

반바지 차림으로 궁전을 들어선다는 미안함도 있었지만 너무나 더운 날이었기에 모두들 가벼운 옷차림을 했다. 서민들의 원성을 사지 않기 위해 겉은 소박하고 내부는 화려하게 꾸민 궁전이라는 안내자의 말을 들으며 들어선 합스부르크왕가의 여름별장이라는 쉔브른 궁전은 정원부터 어마어마하게 넓다.

a 쉔부른궁전에서의 단체 사진

쉔부른궁전에서의 단체 사진 ⓒ 허선행

프랑스식 정원이라고 하더니 우리가 보던 정원과는 다른 느낌이다. 잔디위에 꽃이 여러 모양으로 줄을 서 있고 그 주변을 빙 둘러 키 작은 나무를 심어 놓았다. 또 정원 사방은 키 큰 나무를 잘 가꾸어 놓았다.

a 쉔브른 궁전의 정원

쉔브른 궁전의 정원 ⓒ 허선행

a 정원의 나무들이 빚어낸 멋진 광경

정원의 나무들이 빚어낸 멋진 광경 ⓒ 허선행

저 멀리 분수가 보이는데 더운 날에 그 곳까지 갈 엄두가 안 날 정도로 거리가 멀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삼십분 밖에 없었기에 서둘러 쉔부른 궁전 문 앞으로 갔다.

정말 겉에서 본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안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요란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내부 장식. 장미목의 화려한 치장에 눈을 두고 있는데, 16명의 자녀를 낳은 마리아 테레지아 왕비 이야기를 했다. 황제에게 감히 “당신의 주인은 누구요?”라고 신하들 앞에서 묻곤 했다는 이야기도 곁들여 우리는 신성로마제국의 역사 공부를 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궁전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화장실을 단체로 들렸다. 그 곳은 다른 곳과 달리 무료라서 그런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17명의 일행이 모여 출발을 하려는데 1명이 부족하다. 화장실에서 아직 안 나왔나 하고 다시 가 봐도 없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다 싶어 이리저리 찾아 다녔다. 긴장한 그의 남편과 몇몇 분은 우리가 모이기로 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우리들은 혹시나 버스로 갔나하고 그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잃었던 지인을 만났다.


a 호프부르크 왕궁 정문

호프부르크 왕궁 정문 ⓒ 허선행


a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집무실 ⓒ 허선행

“유럽까지 왔으니 미술관은 봐야지!”

일행과 떨어져 잠시나마 두려움에 떨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향했다. 지금은 대통령 집무실과 승마학교 미술관 박물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대통령의 집무실 앞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우리와 비교된다.


이곳까지 왔으니 꼭 보고 싶은 미술작품을 보자는 제안에 따라 벨베데레(Belvedere)궁전을 갔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a 벨베데레 전시관

벨베데레 전시관 ⓒ 허선행

화가 클림트의 원작을 꼭 보고 싶다는 지인의 손에는 클림트에 관한 책도 있다. 개인이 보면 10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단체 요금으로 개인당 7.5유로를 내고 입장하였다. 일정에는 없던 곳에 들렀기 때문에 우리는 미술작품을 건성으로 보다시피 해야 했다. 그 곳만 감상하려해도 하루는 족히 걸릴 듯싶다.

작품보호 차원에서 플래시를 터트리지 말고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그런데 사진 찍느라 뒤로 물러서다 액자를 건드렸는지 가까운 곳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한참동안 울렸다.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들어 보는 경보음이라 잘못 없는 나까지 공연히 겁이 났다. 여행 와서 별별 경험을 다 해본다.

큐레이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지인의 남편에게서 우리는 세세히 작품에 관한 시대 배경과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다. 먹고 마시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이렇게 훌륭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니 말이다.

a 벨베데레의 호수

벨베데레의 호수 ⓒ 허선행

다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오니 남자 분 들 몇 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낭여행 온 우리나라 학생들이 갑자기 두드러기가 나서 고생 하는걸 봤다며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우린 다 같이 그 학생들을 걱정했다.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는데 병원에 갔을까?

a 독특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식수대

독특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식수대 ⓒ 허선행

걱정을 뒤로 하고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졌다는 슈테판 성당을 향했다. 가는 길에 음료수대가 있었는데 맨 위는 비둘기의 것, 가운데는 사람, 아래는 강아지의 몫이라는 재미있는 식수대를 봤다.

슈테판성당의 주변은 다른 나라에서 영화촬영을 올 만큼 복잡하지만 잘 보존된 곳이었다. 또한 그곳에서는 각종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한 젊은이가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살아 숨쉬는 거리였다. 비엔나에서 커피 한 잔을 안 하면 말이 안 된다 싶어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도 한 잔 마셨다.

a 슈테판 성당 주변에서 영화 촬영하는 장면

슈테판 성당 주변에서 영화 촬영하는 장면 ⓒ 허선행


a 거리의 공연

거리의 공연 ⓒ 허선행


a 노천카페에서

노천카페에서 ⓒ 허선행

색다른 놀이터 바닥에 유럽의 무궁화까지!

요한 스트라우스 동상이 있는 슈타트파크를 가는 길에 우리를 어린이놀이터로 데리고 갔다.
유아교육에 종사하는 분이 있다는 소릴 흘려듣지 않은 꼼꼼한 가이드가 일부러 그 곳을 들려 준 것이다. 모래놀이터는 따로 있고,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 바닥은 특별히 제작한 나무껍질로 되어 있었다.

a 공원에 있는 아이들의 작품

공원에 있는 아이들의 작품 ⓒ 허선행


a 나무껍질로 바닥이 되어 있는 놀이터

나무껍질로 바닥이 되어 있는 놀이터 ⓒ 허선행

우리의 흙모래바닥 놀이터가 생각났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또한 시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설명을 들으니 부럽다. 다른 나라 공원에서 우리의 꽃 무궁화를 보니 반갑다. 반갑다 무궁화!

a 반갑다! 무궁화야!

반갑다! 무궁화야! ⓒ 허선행

저녁은 호이리게 정식(그 해의 햇포도로 담근 포도주를 마시며 식사하는 것)을 먹었다. 직접 수확한 포도로 포도주를 담가 저녁을 내는 우리네 선술집과 같은 분위기의 식당엘 갔다. 남편은 자꾸 양조장 같다며 그 때부터 양조장집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스타들이 다녀간 꽤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a 다녀간 스타들의 사진으로 가득한 식당의 벽면

다녀간 스타들의 사진으로 가득한 식당의 벽면 ⓒ 허선행

악사들이 우리들을 위해 바위섬, 에델바이스 등을 연주해서 함께 부르며 먹는 저녁은 한층 흥겨웠다. 빈 대학에 다닌다는 현지가이드가 열창하는 노래를 들었으니, 우리는 손을 잡고 <만남>이라는 노래로 답했다.

a 가이드의 열창

가이드의 열창 ⓒ 허선행

#오스트리아 #쉔부르궁전 #호프부르크 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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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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