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의 연해주 점령(?). 새뜻한 카지노 호텔이 크라스키노 한복판에 우뚝 서 있다.서부원
우리의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를 것 없는 조용한 이곳에 울긋불긋한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위통호텔(宇通大酒店)이라는 간판을 단 그곳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막대한 자본이 투자처를 찾아 러시아 연해주에 흘러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입니다. 카지노와 숙박업을 통한 이윤 창출의 극대화라는 '투자 공식'이 이곳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연해주의 경제권이 중국 상인들의 손에 좌지우지되었는데, 이에 러시아 정부는 중국인 자체적인 기업 운영을 규제하고 러시아인의 관리 아래에서만 상행위를 할 수 있도록 조처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연해주에서 팔리는 공산품 대부분이 중국산이고, 외려 국경을 은밀히 오가는 밀무역만 부추기고 있어 정책이 대세를 막지는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연해주라는 변방(?)을 챙기기에는 러시아 정부의 힘이 아직은 미약한 듯 보입니다.
이름마저 생소한 이곳은 꼭 100년 전 안중근과 동지들이 구국의 뜻을 모아 단지동맹을 맺은 현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수리스크(Usurisk)를 거쳐 동만(東滿) 철도를 타고 할빈(哈爾濱)에 먼저 가서 조선 침략의 원흉으로 지목한 이토오 히로부미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단지동맹비는 원래 서 있던 자리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지난해 옮겨졌다고 합니다. 관리가 되지 않은 까닭에 훼손이 심해져 비교적 안전한 지금의 위치로 옮겨 세웠는데, 현재 이곳에서 연해주 정부로부터 토지를 임대해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한 국내 기업에서 행한 '선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