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건물.오마이뉴스 권우성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14일 '기억상실증이 좋다'는 칼럼에서 "경선이 끝나면 이명박과 박근혜는 기억 상실증에 걸리는 게 좋다"며 벌써 '경선 후'를 이야기한다. 시시비비를 가려 할 때 '좋은 게 좋은 식'이라며 넘어가려 할 때 보다 억울할 때가 없다. 박근혜 후보 쪽으로서는 복창이 터질 노릇이다.
하지만 어쩌랴. 조·중·동으로서는 이미 그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게 돼버린 것을. 조·중·동은 한나라당 경선 초기부터 '경선 승복'을 최고의 가치로 고집해왔다. 누가 되는가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누가 돼야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되든, 한나라당만 깨지지 않으면 오합지졸의 '여권'을 제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조·중·동은 처음부터 '검증'에는 관심이 없었다. 원해서든, 그렇지 않든 결과적으로, 또 결정적으로 이들 신문들이 이명박 후보 편에 서게 된 배경이다.
조·중·동으로서도 이 같은 상황은 내심 당혹스러울 수 있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예상 외로 치열해지면서 '후보 검증'이 막판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이들 신문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승자박이다. 기껏해야 검찰의 '정치적 의도' 쪽에 초점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당장 박근혜 후보 쪽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이래서는 '경선 이후'를 기약하기 어렵다.
'경선 이후'에도 '검증 논란' 외면할 수 있을까?
사실 '경선 이후'를 생각할 때 '후보 검증'을 미룬 조·중·동의 전략은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은 한나라당 후보 경선 국면과는 또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의 검증 외면 전략이 계속 유효할지도 의문이다.
여론은 '검증 논란'에 식상해하고 있다. 어지간한 의혹 제기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조·중·동의 위력일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악재가 터졌을 때도, '경선 이후'에도 계속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중·동은 대선 정국에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른 남북정상회담의 여파를 차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무리한 '주문'과 '조건'들을 미리 내걸어 그 성과를 '원천봉쇄'하기로 작심한 듯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실패한 정상회담'이라고 못을 박고 나선 신문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봉쇄전략'이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게 되면 조·중·동의 원천봉쇄 전략에 대한 여론의 반동 또한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보수재집권'을 열망하고 있는 이들 신문들에게 있어서 최근 상황은 여러 가지로 불만일 수밖에 없다. 지리멸렬한 여권의 이합집산이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한나라당 집안 꼴도 엉망이긴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돌아가는 사정도 뜻대로 되는 것 같지 않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 막바지 국면에 본의 아니게 '이명박 편'에 서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는 것 또한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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