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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체에서는 학벌위조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며칠 전 '행복 전도사'로 불리던 정덕희 교수의 학벌위조 논란과 배우 윤석화씨의 학벌에 관한 논란을 보면서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나도 사람들 앞에서 무언의 학벌위조를 했으니 말이다.
나는 현재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에 입학을 했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다 보니 동창이나 주변 사람에게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그래서 동창 중에는 내가 어느 대학을 다니고 있는지 잘 모르는 동창이 많다.
사회가 학벌을 요구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 계기가 있다. 가끔 인터넷이나 대학신문을 보면 자원봉사 모집이나 동아리 일원, 인턴 등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다. 한 단체에 가입을 해 사람들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다.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 나를 소개했다. 이름, 대학, 학과 이 세가지가 나를 소개한 전부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그 세가지로 나를 벌써 판단한 것이다.
바로 '학벌'이다. 순간 씁쓸해지고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를 나와 버렸다. 속이 상해 집에 가는 차에서 한참을 울었다.
대학을 휴학하고 수능을 다시 봤다.'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 이런 일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쓴 잔을 마시고 최근 대학에 복학했다.
대학을 다녀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수업을 들어도 내 마음 속에는 불만뿐이었다. 점점 내 자신을 미워하기까지 했다.
이런 나에게 어머니는 늘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나는 농고를 나와 늦게 공부를 시작해 너처럼 좋은 캠퍼스 못누려보고, 늦게 공부해 방송통신대 졸업해 석사를 따고 지금은 박사 공부 하잖아. 넌 자꾸 학벌 핑계만 대고 뭐하는 거야? 너가 나온 대학이니 자랑스럽게 생각해. 난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대학에 감사해. 설령, 다른 사람이 비아냥거려도 나는 감사하다. 성공은 너가 만드는 거지 대학이 만드는 게 아니야. 필요하다면 나중에 유학이나 석,박사 공부를 해도 되잖니?"
몇 달 전 한 포럼에 참가했다. 그 포럼에서 유학을 다녀오신 한 분을 만났다. 그 분은 나에게 '어느 대학 다니냐?'고 물었다. 우물쭈물 거리다가 다니고 있는 대학을 말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그래? 다음엔 좀 더 당당히 말하도록 해. 얼마나 좋은 대학이니? 좋을 때다"라며 충고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리고 자신이 대학에서 강의하던 때를 떠올리며 이야기 해주셨다.
"대학에서 계절학기 강의를 하는데 계절학기는 다른 타학교 학생도 같이 듣잖니. 한 학생이 어디 다니냐고 묻자 옆 학생이 주눅이 들어있는 거야. 그리고 그 학생보다 좋은 대학 다닌다고 생각한 애는 우쭐거리더군. 난 너무 한심스러웠어. 학벌 가지고 우쭐거리는 게. 실력을 갖고 이야기 해야지."
이 말은 나에게 큰 용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태어난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서울대를 강조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 대학은 서울대만 있는 줄 알았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학벌 문제는 뿌리 뽑을 수 없을 만큼 깊이 박혀 있다. 그러나 그 학벌이 실력을 대변할 수 없다.
이번 일이 실력이 학벌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사회에 나갈 때는 실력이 나를 대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다.
학벌 탓에 고통받는 자들이여, 당당해져라. 그리고 실력으로 싸워라.
덧붙이는 글 | - 대학생 신분으로서 학벌에 대해 솔직하게 몇 자 적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 대해 밝히지 않는 것은 동기들에게 과거에 떳떳하지 못한 제 생각에 몰매 맞을까봐이니 이해해 주세요.
- 내가 겪은 '학벌 콤플렉스'에 응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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