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천안문화원장 2심에도 '벌금형'

피고인측 "대법원 상고"... 문화원 파행 어디까지?

등록 2007.08.17 19:28수정 2007.08.2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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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파행운영이 계속되고 있는 천안문화원의 모습.

파행운영이 계속되고 있는 천안문화원의 모습. ⓒ 윤평호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에서도 강제추행 혐의가 그대로 인정된 권연옥 천안문화원장이 언제까지 현직을 유지할까?

문화원 파행운영이 장기화 돼 안팎으로 퇴진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권연옥 원장. 2심 선고 결과를 수용해 권 원장이 스스로 물러날까, 아니면 기각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대법원에 상고해 자리 보전을 계속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심 재판부, 피고인·검사 항소 모두 기각

1심 재판부인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1단독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권 원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지난 4월 13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선고 후 원장과 검찰 모두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권 원장은 무죄를 주장해 항소장을 제출한 반면 검찰은 "선고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인 대전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갑생)는 지난 16일 오후 2시 대전지원 제230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심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원장에게는 1심 선고 벌금 500만원이 유지된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강제추행의 피해자인 양아무개씨가 "사실무근의 내용으로 고소했으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양씨의 진술 중 피고인(원장)의 범행 내용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고 당시의 정황과 피고인 태도, 이에 대한 자신의 느낌 등에 관한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점을 더해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한명의 추행 피해자인 강아무개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강씨가 문화원 직원들에게 피고인의 성추행 사실을 호소한 적이 있다는 객관적 사실에 의해 뒷받침 될 뿐 아니라 진술내용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진술한 강제추행 사실을 부인하는 원장의 항소는 이유가 없다며 기각한 것.

검찰의 항소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수사기관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해야 하나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고소가 이루어진 경위 및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해 보면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기각했다.


원장 가족들, 대법원 상고 시사... 승소 가능성 낮아

2심 선고 뒤 법정을 나선 권연옥 원장은 거취나 상고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만 권 원장과 함께 법정에 나온 가족들은 "무죄를 예상했다"며 격앙된 표정으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권연옥 원장은 지난해 검찰 기소 직후 "법원에서 최종판결될 때까지 원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권 원장이 상고를 포기하고 2심 결과를 수용, 벌금 500만원을 납부한다면 권 원장은 현직 유지보다는 자진 사퇴쪽으로 거취를 정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원장이라는 상징적인 지위에 있으면서 강제추행 혐의가 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이상 벌금만 납부한 채 자리를 계속 지키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법원에 상고를 한다면, 과거의 말을 비춰볼때 일단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법원에 상고를 하더라도 원장의 재임기간은 상황에 따라 크게 단축될 수 있다.

지역 법조계의 한 변호사는 "1, 2심이 사실판단이라면 3심은 법적인 판단만 이뤄진다"며 "2심에서 기각된 사건이 대법원에서 달라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또한 "판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3개월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법원에 상고를 해도 1, 2심 결과와 같게 나올 경우 권 원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천안문화원 안팎에서는 2심에서도 1심 선고가 유지된 만큼 권 원장이 상고 여부와 상관없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이한식 천안문화원 부원장은 "천안문화원 역사에 영원히 씻지못할 오점을 남겼다"며 "문화원 정상화의 시발점은 원장의 퇴진"이라고 말했다. 윤성희 천안예총 회장도 "천안문화원이 자기사업체도 아닌데 자리를 고집하는 것은 공인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억울한 점이 있어도 수긍을 하고 빨리 물러나는 것만이 시민들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 2심 재판과정에서 줄곧 피해자 지지 활동을 전개한 천안 여성의전화 노은숙 소장은 "재판이 계속되면서 강제추행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안기고 있다"며 "책임있는 태도가 아쉽다"고 말했다.

천안문화원 정상화 '지지부진'
이사회 제기능 못해... 천안·충남도 직접개입 꺼려

원장과 사무국장이 1심에서 각각 강제추행과 업무상 횡령으로 벌금 500만원, 200만원을 선고받은 천안문화원. 지난해 9월 경력 직원들의 집단 사직과 검찰 수사, 재판 진행 등으로 파행을 겪으며 시·도비 등 예산 지원도 수개월째 중단된 상태이다.

전체 재정의 50% 이상을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천안문화원 처지에서 예산 지원 중단은 곧장 운영난으로 이어져 직원들 급여와 강사 수당도 제때 지급 못하고 있다. 또한 대관업무 등 일상 업무외에 조사 연구 등 기획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천안시나 충남도는 문화원이 정상화되면 하반기라도 예산지원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이것 역시 요원하다. 천안시나 충남도, 천안문화원 이사 등 모두가 정상화를 이야기하지만 어느 누구도 정상화를 위해 선뜻 나서는 것은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시나 충남도는 직접 개입에 부담감을 털어놓으며 자체해결을 주문하고 있다. 특수법인인 문화원의 승인과 취소권을 갖고 있는 충남도는 천안시와 주민들의 구체적인 요구가 없는 상황에서 직접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천안시도 비슷한 입장. 예산운영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제외하고는 문
화원 운영에 직접 개입할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정상화 움직임은 내부에서 모색돼야 한다는 것.

여기에는 자칫 개입해도 정상화 방안이 뚜렷하지 않고 양분된 문화원 이해관계자들 속에서 비난만 더 자초할 수 있다는 몸사림도 작용하고 있다.

특별감사까지 진행하며 한동안 문화원 정상화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사회도 현재는 소강상태. 문화원 정상화를 위해서는 그동안 파행의 원인과 책임에서 인적 청산이 불가피하지만 당사자들이 완강한 상황에서 이사회 역시 무력감에 싸여 있다.

어느덧 시간만 흘러 다음달이면 천안문화원 파행사태가 외부로 표면화된 지 한해가 되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44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44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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