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이해 교육, 균형잡힌 시각 필요

교육 매뉴얼, 강사진 개발 시급

등록 2007.08.20 15:42수정 2007.08.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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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순수한 혈통' 개념이 다른 사람들은 '불순한 혈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인종적 우월성으로 다가가게 된다."


지난 8월 9-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제기된 비판입니다. 최근 들어 비판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어릴 적부터 제도권 교육을 통해 '우리 민족은 단군 이래 숱한 외침을 극복하고, 반만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 민족 국가'라고 배워왔던 입장에서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지적이 어찌 보면 고깝고, 주변 강대국들의 침탈로 인한 역사적 산물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기제였다'라고 항변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지난 1일 행정자치부가 230개 자치단체를 통해 파악한 3개월 이상 체류 외국인 거주 통계를 보면, 금년 5월 현재 72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한편 이번 통계에서 잡지 않은 '불법체류자'라고 칭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가 금년 8월 기준으로 22만4천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들이 100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행자부의 발표는 지난해 같은 기간 53만5천 명을 약간 웃돌던 수치에 비하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매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며, 우리나라가 다민족·다문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국인들의 증가는 노동시장 잠식이나, 사회 통합적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내부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주며 문화적 토양을 풍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단일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 틀 속에 갇혀 있던 우리에게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21세기 다문화사회에는 열린 생각, 창의적인 아이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세계의 다양한 가치와 문화, 생활양식에 대해 소개하는 다문화교육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사)한국해외봉사단연합회에서도 '다문화이해를 위한 국제협력이해 특강'이라는 주제로 각 학교에서 2년여의 해외봉사활동을 마친 선생님들이 자신이 경험했던 국제협력과 그를 통한 문화적 이해를 전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a 다문화이해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과 사진을 찍는 네팔 선생님

다문화이해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과 사진을 찍는 네팔 선생님 ⓒ KOVA, 강윤주

다문화교육은 학생들이 다양한 국가의 생활양식, 문화, 세계관 등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와 지식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며, 언어와 인종 등에 대해 개방적이고 편견 없는 태도와 가치를 갖게 해 주자는 취지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다문화, 다민족에 관한 논의들을 살펴보면 일정 부분 치우쳐서 소홀히 하는 면들이 있어 아쉽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말하는 다문화, 다민족은 주로 '이주노동자, 동남아 중심의 국제결혼가정'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다문화이해를 논하면서도 역시 인종적 우월감을 기초로 하여 호혜적 측면에서 접근 가능한 곳에만 시선을 두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100만을 차지하는 외국인에는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 가정 이주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버금가는 유학생과 상사주재원,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로부터 큰 경제적인 도움을 기대하지 않지만, 그들 역시 우리 사회에서 '또 다른 배제된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찌 보면 일선 교육현장에서 좀 더 체계적이고 알찬 교육을 할 수 있는 집단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교육에서 배제시키고 있는 그들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타민족, 타인종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을 시정하자는 인권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차별을 받아왔거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이 교육 현장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만을 다문화교육의 당사자로 이해하는 현실은 균형을 잃을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주노동자나 이주여성을 불러 실시하는 교육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국가와 문화에 대해 그 속에 내재된 지혜를 배우고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교육 매뉴얼과 강사진의 개발은 더더욱 필요합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서 인종차별적인 용어와 국가정책들에 대한 비판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제기되었다는 사실은 떨떠름하지만, 고깝게만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은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떨떠름함을 하루빨리 떨쳐 버리려면 이주민들을 우리 사회에 소외된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다민족·다인종사회에 요구되는 제도와 규범이 정착될 수 있도록 초중등 나아가서는 유아교육에서부터 다문화이해에 대한 균형 잡힌 교육이 실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a 다문화이해 교육 중 전통 악기를 선보이고 있는 네팔 선생님

다문화이해 교육 중 전통 악기를 선보이고 있는 네팔 선생님 ⓒ KOVA, 강윤주

#다문화이해 #교육 #이주노동자 #국제이주결혼여성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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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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