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평 약국을 200배로 키운 비밀은?

김성오의 <육일약국 갑시다>

등록 2007.08.22 09:26수정 2007.08.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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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약국 갑시다>겉표지 ⓒ 21세기북스

1980년대 중반, 김성오는 마산의 변두리에 약국을 차린다. 이름은 육일약국으로 크기는 겨우 4.5평이다. 그 시절 그 정도 규모라면 전국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약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육일약국의 김성오는 유명한 CEO로 알려져 있다. 매출 200배라는 수식어까지 달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육일약국 갑시다>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약국을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 김성오는 택시를 타서 육일약국을 가자고 말한다. 택시 기사들이 그곳을 알리는 만무한 터, 길을 설명하는데 꽤나 애를 먹어야 했다. 그런데 김성오는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변두리인 만큼 택시 포인트가 없어서 이곳을 오는 사람들이 정확한 목적지를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이참에 육일약국을 랜드마크로 삼아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김성오는 자신은 물론 사적으로 자신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육일약국으로 갑시다, 라는 말을 부탁한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세상일이 풀릴 일은 만무하다.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딱히 변하는 것도 없어 보인다. 그래도 김성오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3년이 지난 때에 알게 된다. 창원에서 마산으로 가는 택시도 육일약국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이것만 해서 랜드마크가 될 리는 없다. 김성오는 택시 운전사들에게 동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약국에서 동전을 바꿔주기로 한다. 또한 택시 기사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건강 상태도 확인해준다. 그러다보니 택시들이 약국 앞에 모이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된다. 그에 따라 마을 사람들도 택시를 타기 위해 약국 앞으로 오게 된다. 정성을 들인 끝에 4.5평의 약국이 마산에서 가장 유명한 약국이 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유명해졌다고 해서 매출이 오르는 건 아니다. 손님이 꾸준히 오도록 만드는 비법이 필요하다. 약국을 유명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김성오는 그 뒤 어떻게 대처했을까? 김성오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것은 바로 정성으로 손님을 대하는 것이다. 김성오는 손님들의 이름을 외운다. 손님이 다녀간 뒤에 40-50번씩 이름을 외우고 또한 증상을 기억했다. 그래서 다음 손님이 오면 이름과 증상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약국에 가 본 경험을 살려본다면 그 정성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약국은 몇 번씩 가도 이름을 기억 못한다. 몇 달 동안 꾸준히 가지 않았다면, 매번 이름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김성오는 그렇지 않았다. 손님이 오면, 지난 번의 그 병은 어떠십니까?, 식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손님이 감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한편으로는 매출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아도 방문자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다. 타지에서 온 사람이 길을 물으면 김성오는 직접 그곳까지 길을 안내해줬다. 시간낭비처럼 보이는 일이지만, 아니었다. 도움을 얻는 사람은 목적지에 가서 김성오의 도움을 이야기한다. 당연히, 좋은 방향이다. 그 일을 들은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육일약국의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김성오의 이러한 모습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누구나 알 수는 있어도 누구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뿐만이 아니다. 김성오는 자신만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직원들을 감동시키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성오는 직원들의 문제를 자신의 것처럼 생각했고 또한 그들을 배려해줬다. 그만두겠다는 직원이 있으면 몇 번이나 붙잡아서 다시 함께 일하도록 설득했다.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이윤을 남기는데 급급한 시대에, 김성오는 사람을 남길 줄 알았던 것이다.

김성오는 평범했다. 대단한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성공했다. 평범한 사람들도 알고 있는 것을 할 줄 알았고 또한 지켰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 되는 비밀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육일약국 갑시다>에서 이미 알고 있는 평범한 것을 왜 실천해야 하는지를 확인해보자. 그것을 알고 실천한다면, '기적'은 책 속에서 걸어 나올 것이다.

육일약국 갑시다 -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개정판

김성오 지음,
21세기북스, 2013


#육일약국 #김성오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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