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고객을 감동시키기 전에 직원을 감동시켜야"

김성오의 〈육일약국 갑시다〉를 읽고서

등록 2008.05.29 10:01수정 2008.05.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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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김성오의 〈육일약국 갑시다〉 ⓒ 21세기북스

▲ 책 겉그림 김성오의 〈육일약국 갑시다〉 ⓒ 21세기북스

1980년대 중반 경상남도 마산 교방동에 4.5평 규모의 ‘육일약국’을 창업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성오가 그다. 그는 서울대 약대를 나왔지만 당시 6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 까닭에 친구들과 달리 지방 변두리에 최소한의 자격으로 작은 약국을 개업해야 했다.

 

당연히 누구하나 그 약국의 존재를 알 까닭이 없었다. 택시 기사들은 물론이고, 마산 시내의 사람들조차도 그곳이 어디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자 택시기사들의 50%가 그 약국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3년 지나자 마산 사람들은 물론이고, 창원 사람들까지도 그 약국을 알기 시작했다.

 

김성오의 〈육일약국 갑시다〉는 바로 그 비결을 담고 있다.

 

“내가 회사에 첫발을 내딛을 때는 대학졸업장과 6백만원의 빚이 전부였다. 하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믿음으로, 단 하루를 살더라도 ‘어제와 같은 오늘’로 살지 않기 위하여 발버둥을 쳤다. 그러기 위해서 앞서가는 사람들을 찾아가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그들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내 것’으로 만들어 주관적인 성공전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프롤로그)

 

그는 초창기 택시를 타고 가면 ‘육일약국 갑시다’하고 외쳤다. 그때마다 택시기사들은 그곳이 어디인지 물었고, 그는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는 지인들이 찾아와도 똑같이 주문토록 했다. 더욱이 택시 기사들이 그곳에 들를 때에 동전을 교환토록 해 주었고, 드링크도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심지어 전화도 무료로 사용토록 했고, 길을 찾는 이들에겐 종이쪽지를 들고 직접 안내해 주기도 했다.

 

물론 그 약국을 외적으로 꾸미고 홍보하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당시 약국에는 40와트 형광등을 6개 정도 사용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다 25개나 되는 형광등을 더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칠흑같이 어두운 그 동네에 약국의 네온사인 간판을 설치하여 밤새도록 켜 놓도록 했다. 이른바 그 약국이 교방동을 밝혀주는 이정표가 되도록 했던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친절을 베푸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손님이 앉는 상담용 테이블을 바꿨다. 권위적인 약사가 아닌 평범한 이웃 사람으로 대하겠다는 자세로 약사와 손님 사이의 의자 높이를 맞췄다. 더욱이 그 약국을 때론 주식투자 강연장으로, 때론  초·중·고생들의 학원과 독서실 같은 곳 등으로 활용해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었다.

 

“감동을 주는 요소가 많을수록 가게나 기업은 성장한다. 반대로 무미건조하게 상품판매에만 목적을 두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가게나 기업은 실패하게 되어 있다.”(81쪽)

 

그리하여 육일약국을 창업한 지 1년 만에 그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고, 매달 10만원씩의 장학금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홍수 피해로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지방 방송사에 후원금도 쾌척했는데, 적은 액수였지만 그 지방 사람들 모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1994년에는 마산 역 근처에 또 다른 약국을 세웠고, 그 이후 2000년부터는 메가스터디 엠베스트를 창업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약국을 경영하던 그가 학원을 경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것을 창업하기 전 5년 동안 거의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마산과 서울을 오갔다. 그가 지닌 긍정적인 마인드는 그에게서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게 하는 마법이었다.

 

한 번은 EBS의 스타 강사 한 분을 그가 맡고 있는 엠베스트에 영입할 일이 있었다. 그를 위해 그는 그 선생님과 15번씩이나 통화를 했고, 서울과 인천을 오가던 당시의 시간이 5∼6시간이었지만 삼고초려가 아닌 삼십고초려까지 할 작정이었다. 그랬더니 7번째 내려갔을 때 그 선생님이 합류하겠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의 정성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물론 그가 외부 인사나 고객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내부 사원들에게도 그만큼의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직원의 혼인식이나 길·흉사는 빠지지 않으며, 애로사항과 개선사항에도 최선을 다하는 까닭이다. 특별히 그 일들을 ‘타이밍의 미학’에 맞추어 실행한다면 그것야말로 금상첨화임을 알게 해 준다.

 

“CEO는 고객을 감동시키기 전에 직원을 감동시켜야 한다. 잘 되는 회사들을 보면 조직원이 살아 움직이며 자발적으로 일을 만들어 낸다. 나는 직원이 살아야 회사가 산다고 생각한다. 직원의 가족도 회사의 한 식구이자 조직원, 장기적으로 내부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91쪽)

 

이제 나도 6월 중순께에 교회를 새로 창립하게 된다. 그렇잖아도 어떤 교회를 세울지 고민하고 있는데, 때마침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 비록 창립하는 교회가 육일약국과는 다른 존재목적으로 시작하겠지만, 이 책에 들어있는 감동적인 랜드마크와 열정은 배우고 닮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2008.05.29 10:01 ⓒ 2008 OhmyNews

육일약국 갑시다 -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개정판

김성오 지음,
21세기북스, 2013


#육일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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