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승도 불경기라 없는 사람은 어려워"

재담과 춤과 노래의 연희극 '다시라기', 삶과 죽음의 노래

등록 2007.08.22 09:38수정 2007.08.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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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국제공연예술제 사무국
연극도 아니고, 마당놀이도 아닌... 그 중간의 어딘가에 위치한 연희극...

연극 같은데, 무대 한 편에서 국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배우들은 대사와 함께 소리도 한다.
그냥 예사소리가 아니다. 아주 잘한다.


장단에 맞추어 걷고, 신나게 웃기기도 하고, 신나게 비꼬아서 세상을 풍자하기도 하고, 시원한 소리로 관객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정말 맘에 드는 공연이다. 한여름밤의 무더위가 확 달아난다.

극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누군가의 죽음. 새로 태어나는 생명. 또 다른 사람의 죽음. 놀이의 끝. 절망과 희망의 순환. 모든 끝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임을 알려준다.

'다시라기'는 자신의 삶의 가치에 대한 의미를 부여, 새로운 희망을 안고 내일을 살아갈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적인 흐름에 맞선 웃음의 활력소가 되는 작품이다.

막이 오르면 현실에서 고통 받으며 죽어간 영혼들에 대한 애도가 보인다. 이어서 전문적인 다시라기 꾼들의 연희가 시작되는데 가상주, 봉사, 마누라, 사령, 저승사자 등에 의해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대사로서 일반인들의 세속적인 생활이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그러한 삶이 갖는 의미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인물들에 의해 죽음이라는 문제와 대응된다.

21일 저녁 7시 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다시라기' 공연을 관람했다. '다시라기'는 세계문화상품 컨텐츠 개발 작품으로 지난해에 이어 이번 제2회 광주국제공연예술제에도 특별공연작으로 출품되었다.


21세기에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의해 또는 자연의 섭리에 의해 죽고 그에 대한 장례를 치루고 있지만 서양문물의 도입과 종교적 장례문화에 의해서 사라지고 있던 우리의 전통 장례의식이 재미있는 극으로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다시라기'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소재 또한 우리의 전통적인 소재이며, 인물들의 개성 있고 재치 있는 삶을 통해 진한 감동을 맛볼 수 있었던 삶의 무료함을 없앨 수 있는 좋은 연극이었던 것 같다.


'다시라기'는 출상 전날 밤 다시라기꾼들에 의해 행해지는 즉흥 연회가 주된 줄거리다. 막이 오르면 관객은 모두 조객이 되고 죽어간 영혼들에 대한 애도의 장으로 판이 벌어지다가 가상주가 등장하여 "애비 송장을 팔아" 돈 좀 벌어보겠다고 넉살을 피우고, 그런 가상주에게 사령이 찾아와 "저승사자가 당신을 잡으러 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겁을 준다. 가상주와 사령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저승사자가 나타나 가상주를 저승으로 데려가려 한다.

저승사자는 "요즘 저승도 불경기라 돈 있는 사람은 흥청망정 쓰지만, 없는 사람은 생활이 말이 아니야"라며 세태를 비꼰다. 이런 저승사자를 가상주는 필시 가짜 저승사자일 수 있다며 마을 사람들과 합세하여 사자를 잡아 광 속에 가둔다.

한편 넙쭉네는 애를 밴 상태임에도 남편인 봉사 몰래 저승사자와 눈이 맞아 저승사자를 광 속에서 구해준 뒤 저승사자를 따라가게 되고 넙쭉네를 찾아 나선 봉사와 가상주, 마을 사람들 일행은 저승사자와의 마지막 일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넙쭉네는 아이를 낳게 된다.

그 기쁨도 잠시 봉사는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라기 놀이는 끝이 난다. 이렇듯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과 시작, 희망으로 승화되며 맺어진다.

'다시라기'는 이처럼 상갓집 모습에서 사물놀이와 남도지방 민요, 노동요 씻김굿과 함께 노래와 춤, 해학 섞인 한바탕 놀이 풍경을 담았다.

'다시라기'는 생명의 끝에는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알리고 해학, 풍자를 통해 한 생명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며, 또 그 생명이 있기까지의 과정들이 남긴 많은 것들과 생명이 있다면 다른 시작도 있다는 것, 세상 모든 일들에는 그렇게 새로운 희망이 있음을 알리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일상적인 문제들이 계속 이어지는 재담과 춤과 노래 속에서 크게 부가되어 작중 인물들 뿐 아니라, 우리네가 갖는 인생의 제의적인 성격에 눈뜨도록 하는 것이 또한 이 극의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라기 #광주국제공연예술제 #생명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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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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