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하는 홍콩 사람들

[뽀다가족의 홍콩여행기2] 공동묘지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등록 2007.08.22 17:21수정 2007.08.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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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석'을 만지면 애인 없는 사람에게 애인이 생긴답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이래서 홍콩 여자들이 화장을 하지 않는 모양이네요. 곱게 화장을 하고 나온 아내를 비롯해 한국 여자들의 얼굴은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주체를 못하고 있습니다. 손수건으로 톡톡 땀을 닦아 봤자, 별 소용없지요.

제발 6월∼9월은 피해서 여행을 오라는 가이드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덥다는 8월에 여행을 왔으니 저희가 어찌 더위를 피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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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사원입니다. 저 많은 조형물들이 도교에서 믿는 신들의 형상이랍니다. ⓒ 방상철

홍콩 사람들은 겉모양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더운 날씨에 화장은 물론이고, 머리에 스프레이도 뿌리지 않습니다. 반나절만 지나도 머리가 떡이 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거리를 지나다닐 때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거의 한국인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꾸미길 좋아합니다(결코 나쁜 의미로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자연 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다르다는 얘길 하고 싶은 겁니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것보다 속을 더 중시하는 것은 홍콩의 건물들을 보면 역시 알 수 있습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겠습니다.

리펄스베이에는 도교 사원이 하나 있습니다. 홍콩 사람들은 거의 도교를 믿는다고 하는데, 이곳은 그들이 믿는 온갖 신들의 형상을 모셔놓은 사원입니다. 건강, 재물, 인연, 그리고 다산 등의 많은 신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이름은 '천수만 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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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문, 일반인들이 지나다니는 문 ⓒ 방상철

'붉은색'으로 '한 개의 문'을 가진 '천세문' 앞에 섰습니다. 이곳을 한번 지나면 천세를 누린다는 뜻인데, 제가 굳이 붉은색과 한 개의 문을 꼭 집어 얘기한 까닭은 '황색'이나 '만세'는 일반인들이 쓸 수 없는 것이랍니다. 또 출입문도 황제가 드나드는 문이 아니라서 달랑 하나라고 합니다.

천세문을 통과하면 아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다복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재물신'이 있습니다. 역시 젊은 사람들은 다복신보다 재물신에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그쪽에 줄이 길게 쭉 늘어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 신을 머리부터 쭉 훑어주면 자신에게 재물이 들어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만지면 안 됩니다. 머리부터 재빨리 아래로 훑어주고, 두 손으로 재물신 허리춤에 툭 튀어나온 주머니를 움켜쥔 뒤 재빨리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옆에 있는 황금색 물체를 만져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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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신. 머리부터 훑어주고 옆에 있는 황금색 물체로 마무리합니다. ⓒ 방상철

이곳에는 신들이 너무 많아서 그 이름을 다 외울 순 없지만 그래도 꼭 봐줘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장수교'입니다. 장수교를 건너면 생명이 3일 연장된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좋다는 건 또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우리 가족도 장수교를 건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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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교, 한번 건너면 생명이 3일 연장된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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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신 옆에 있는 검정색 돌이 바로 ‘인연석’입니다. ⓒ 방상철

장수교 옆에는 '원로신'이 있는데, 그 옆에는 검은색 돌이 있습니다. 저 돌을 만지면 애인인 없는 사람은 애인이 생기고, 애인이 있는 사람은 애정이 더 돈독해지며, 부부는 금실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또 믿거나 말거나 한번 쓱 만져보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갔습니다.

홍콩사람들은 한 신만을 모시지 않는다고 하네요. 자신이 뭔가 부족하면 그때그때 모시는 신이 바뀐다고 합니다. 정말 이곳은 '신들의 천국'이네요.

공동묘지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이제 리펄스베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스텐리 마켓으로 이동합니다. 이곳은 홍콩의 재래시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하네요. 규모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시장' 정도입니다.

홍콩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인데, 일반 잡화가 전부 다 있습니다. 옷, 신발, 장식품, 그림, 사진, 시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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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리 마켓 입구입니다. ⓒ 방상철

관광객들을 살펴보면 현지인들도 물론 많겠지만, 중국 본토 사람들이나 서양인, 그리고 한국 여행자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그래도 역시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한국인입니다. 정말 딱 보면 티가 날 정도랍니다.

가족 8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비좁은 시장을 구경했습니다. 저는 아들 신발을 40홍콩달러(약 5000원)에 하나 샀습니다. 샌들을 하나 가져온다는 곳을 깜빡하고 집에 두고 왔기에, 아들은 슬리퍼를 계속 질질 끌고 다녔습니다. 잘됐다 싶어 싼 걸로 하나 샀는데, 결국 나중엔 못 신었습니다. 오래 신으니 발이 불편하다고 징징거려서 말이죠.

이제 점심을 하러 이동할 시간입니다. 오늘 메뉴는 '딤섬'입니다. 참! 그런데 홍콩사람들은 겉모양보다 속에 더 치중한다고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보면 사람들의 차림새가 참 검소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고층 빌딩, 쇼핑 타워 등은 깔끔하고 세련됐지만 서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도색이라곤 전혀 하지 않아 콘크리트 외벽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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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외벽이 그대로 드러난 서민 아파트 ⓒ 방상철

그래도 홍콩은 물가가 비싸서 저런 집도 월세가 60∼70만원 정도 된답니다(실제 가이드가 살았던 3평짜리 아파트가 월세 40만원, 지금 살고 있는 8평짜리가 60만원이랍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외벽 도색을 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역시 이곳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외벽 도색을 해봤자, 얼마 안 가서 외벽이 다 들고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니 굳이 아름다운 색으로 꾸밀 까닭이 없지요.

하지만 실내는 그렇지 않답니다. 겉을 꾸미느니 차라리 내부를 튼튼히 해서 깨끗하게 산다고 하네요. 그래서 홍콩의 건물들은 공사 중인 것이 많답니다. 실제로 달리는 차 안에서 공사 중인 건물을 많이 봤는데, 거의 내부 공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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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공사 중인 건물이 많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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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저런 건물이 버젓이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요? ⓒ 방상철

차를 타고 식당까지 이동하는데, 토요일 오후라 시내에 차가 많이 막힙니다. 금방 갈 거리인데, 좀 오래 걸리는군요. 그러던 중 차 안에서 공동묘지를 보았습니다.

홍콩사람이 묻혀있는 저 무덤은 시내 중심가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도저히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더군다나 여기 사람들은 저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저 집값 또한 상상도 못하게 비싸다고 합니다.

풍수지리상, 무덤은 명당자리에 쓰는 것처럼, 무덤이 있는 저곳이 마로 명당자리인 것이죠. 그러니 서로 저곳에 살려고 하고, 또 실제 사는 사람들이 다 잘 산다고 하니 어찌 보면 전혀 근거 없는 말도 아닌 셈입니다.

하지만 저 무덤도 사용 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쫓겨나는 것이지요. 이게 다 땅이 좁아서 생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무덤을 쓸 수 있는 길이도 한 사람 당 160cm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아니, 그럼 어떻게 묘를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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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하는 홍콩 사람들 ⓒ 방상철

그래서 관을 땅에 세워서 묻는다고 합니다. 죽어서도 편하게 누워있지 못하는 저 사람들의 운명이 참 안됐습니다.

덧붙이는 글 | 8월 3일~5일까지 2박 3일 동안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8월 3일~5일까지 2박 3일 동안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천수만 사원 #스텐리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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