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한번 보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뽀다가족의 홍콩여행기 ④] 더위에 지치고, 인파에 치고...

등록 2007.08.28 17:55수정 2007.08.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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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옛날 구룡에서 광동까지의 철도 종착역 자리인데, 1975년 철도역이 사라진 후 이젠 시계탑만 남아있습니다. ⓒ 방상철

농담인지 진짜인지, 하루 야경을 위해 쓰는 비용이 100만 불이라서 홍콩의 야경을 우리는 흔히 '100만불짜리 야경'이라고 부릅니다.

저희 일행도 이제 그 광경을 보기 위해 스타페리 선착장 부근으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은 낮에 보았던 '스타의 거리'와 이어진 해안가입니다. 이곳 구룡반도에서 바다 건너 홍콩섬의 야경을 보고, 바로 그 야경이 펼쳐진 홍콩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곳 선착장에 온 것이지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보기 위해 몰려와 있습니다. 아마 저희가 도착하기 조금 전에 레이저 쇼가 끝난 모양인데, 몽콕에서 이동해 오는 동안 차가 많이 막혀 저희는 그 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버스 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저희는 반대로 그들을 헤치고 해안가로 나갔습니다.

홍콩을 자주 다니는 사람의 말을 빌리면 매년 올 때마다 야경이 덜해진다고 합니다만,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사진만 보다가 이렇게 직접 실제로 보니,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기는 아름답습니다. 홍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이 '야경'일 것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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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20분,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바라본 홍콩섬의 야경 ⓒ 방상철

25분 정도 더 머물면서 사진도 찍고, 야경에 취해보다가 이제 홍콩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스타페리 선착장으로 갔습니다. 저희는 지금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이어주는 서민적인 교통수단인 스타페리를 타고 이제 홍콩섬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잠시 후 스타페리에서 내리자마자, 저희 일행은 뛰었습니다. 이유는 이곳에서 아주 유명한 2층 버스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2층 버스와는 달리 지붕 없는 2층 버스도 꼭 타봐야 할 홍콩의 명물인데, 웬만해서 타기 힘들다고 합니다.

한대가 지나가면 40분 이상 기다려야 하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워낙 사람들이 좋아해서 줄이 꽤 늘어서 있는 모양입니다.

꼭 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일단 뛰었습니다. 선착장을 다 빠져나오니 눈앞에 15C 버스 승강장이 보이는데, 앞에 미리 줄 선 사람이 대충 30명 정도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기쁨의 탄성! 저 정도면 2층에 올라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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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페리 선착장에서 피크트램까지 가는 지붕 없는 15C, 2층 버스 ⓒ 방상철

2층에는 40명이 조금 넘는 사람이 탈 수 있습니다. 딱 저희 일행까지만 2층으로 올라갔고, 뒤에 섰던 사람들은 아쉽지만 1층이나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막 뛰어온 보람이 있네요.

15C 이층 버스는 빌딩이 숲을 이룬 도심 한가운데를 질주합니다. 이렇게 높은 버스 위에서 바라보면 정말 아슬아슬 합니다. 그 이유는 지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워낙 홍콩의 도로가 비좁기 때문에 옆 차로를 삭삭 스치는 다른 버스 때문에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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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고가도로를 지나갈 때면, 닿지도 않을 높이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를 움츠리는데, 자리가 없어서 서있던 사람들의 머리위로 싹 고가도로가 지날 때면 좀 위험한 생각도 듭니다. (사실 2층에 자리가 없다고 서서 가면 운전사가 벌금을 문다고 하네요.) ⓒ 방상철

15분 정도 걸려서 '가든로드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빅토리아피크'까지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갈 예정입니다. 아! 그런데 '피크트램'을 타기 위해 늘어선 줄이 장난이 아닙니다. 저 줄을 다 기다리려면, 이 더위에, 아!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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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피크트램’을 타기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방상철

피크트램은 1888년에 만들어진 트램(노면전차)으로 산 정상까지 일반인들을 실어 나르는 유용한 교통수단입니다. 관광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말 고지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었지요. 여기서 고지대 사는 사람들은 물론, 부자들입니다. 홍콩에서는 높은 지대일수록 집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정상까지 오르는 중간중간에 역이 있고, 실제 주민들이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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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트램’을 타기위해 승강장에 도착했지만, 역시 아직 더 기다려야합니다. ⓒ 방상철

'피크트램'을 기다리는데, 이곳 승강장에는 냉방시설이 없어서 정말 무척 덥습니다. 입구에서 부채를 나눠줬는데도 사람이 워낙 많아서 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한 대를 보내고, 또 한 대를 보낸 뒤에 비로소 트램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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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트램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산 정상으로 올라갈 때는 오른쪽에 앉아야 야경을 감상하며 오를 수 있습니다. ⓒ 방상철

피크트램을 타고 산으로 올라가면 아파트들이 마치 누워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설마' 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타보니 그렇게 보이는군요.

너무 가파르게, 경사가 45도 정도 된답니다, 기울어져 있으니 옆으로 지나치는 건물들이 꼭 비스듬히 누워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누워 올라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아주 즐겁게 이런 착시현상에 몸을 다 맡겨버렸습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구룡반도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빅토리아 피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치고 몸에 익숙하진 않은 더위에도 져서, 몸도 힘들고 마음도 지칩니다. 시간도 밤 10시가 훨씬 지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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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몸을 이끌고 빅토리아피크 정상에 올라와 바라본, 홍콩의 야경. ⓒ 방상철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면서 저는 한편으로 홍콩이라는 도시 전체가 왜 이토록 야경을 위해 애를 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저희 같으면, 에어컨을 사놓고도 전기료가 걱정돼 아무리 더워도 틀지 못합니다. 아니, 너무 더워 잠을 못 잘 지경에 이르러서야 1시간 정도 겨우 틀어놓지요. 회사도 마찬가지로 퇴근할 때, 사무실 전등은 물론 컴퓨터도 반드시 끄고 나가야 하고, 혹시 철야 작업을 할 때마저도 그 넓은 사무실에서 자기 머리 위 전등만 켜 놓아야 하는 게 우리의 실정입니다.

반면, 건물마다 냉방기를 펑펑 돌려놓으면서도 문은 활짝, 활짝 열어놓는 홍콩(덕분에 길거리를 걷더라도 건물에 바짝 붙어 걸으면, 열어놓은 문으로 흘러나오는 냉기가 더위에 지친 몸에 조금이나마 활력이 됩니다). 또한 퇴근할 때도 사무실 전등을 끄지 않는 홍콩은 그 덕에 멋진 야경으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곳입니다.

전기를 마구 생산하고, 또 마구 쓰는 도시, 홍콩. 제 상식으로는 얼른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분명 제 생각이지만, 볼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도시(우리나라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을 정말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에서 사람들을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올 만한 것은, 물론 쇼핑만을 목적으로 홍콩에 가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도 '야경'뿐일 겁니다.

그러나저러나, 저희 일행은 이제, 이곳에서 기다리던 관광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면 오늘의 모든 일정이 끝납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피크트램'을 타고 내려갈 다른 사람들의 긴 줄을 바라보니 제가 괜히 한숨이 다 나옵니다. 저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도대체 언제 내려가나?

덧붙이는 글 | 8월 3일~5일까지 2박 3일 동안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8월 3일~5일까지 2박 3일 동안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홍콩 야경 #스타페리 #피크트램 #빅토리아 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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