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이명박, 무엇을 노리나?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중도' 표심으로 경선 통과 후 강성발언 하는 까닭

등록 2007.08.23 09:17수정 2007.08.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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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주교관을 방문해 김수환 추기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핵이 있는 상태에서 협상하면 핵을 인정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후보는 중도실용주의자를 자처한다. 남들도 그렇게 말한다. 이명박 후보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중도 성향의 표심을 끌어들인 데서 찾는다.

정말일까? 이명박 후보는 진정한 중도실용주의자일까?

<경향신문> 기사부터 보자. 제목이 "헷갈리는 이명박"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다.

"대통령이 임기를 1년 앞두고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은 반대한다"(2월 6일 외신기자클럽 회견)→"정상회담이 투명하게 되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3월 7일 마산 기자간담회)→"북한의 핵 폐기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반대할 생각이 없다"(8월 8일 대전 합동연설회)→"핵이 있는 상태에서 협상하면 핵을 인정하는 게 아니냐"(8월 21일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경향신문>은 이명박 후보의 "오락가락" 행보를 두고 "진의가 헷갈리는 대목"이라고 했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다. 확대해석하자면 좌도 우도 아닌, 중도실용주의에 입각한 대북관․대북정책노선의 실체가 있느냐는 물음이다.

확인만 하자. <경향신문>이 논점을 제대로 제시한 사실만 확인하고 논의는 뒤로 미루자. 그보다 먼저 짚을 게 있다.

<한겨레>가 전망한 게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다가올수록 이명박 후보의 비판 발언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자칫 이 후보의 강점인 '유연함'을 훼손할 수 있다는 고민 또한 더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게 궁금하다. 이명박 후보가 중도 성향의 표심을 끌어들여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리를 따낸 사실과, 대선후보 확정 후 잇따라 강성발언을 하는 점은 호응하지 않는다. 이명박 후보 스스로 "이번 대선에서도 '평화 대 전쟁불사당'으로 몰릴까봐 걱정된다"고 말하면서도 그와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다. 얼핏 봐선 그렇다. 그 이유가 뭘까?

정치적 처신만은 유연한데...

모든 걸 사상하고 오직 실용적 관점에서만 보면 얼추 답이 나올 것도 같다.

서울대 통일연구소가 지난달 4일부터 20일까지 1200명을 대상으로 통일의식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6.8%가 '통일을 이루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가 시급하다'고 응답한 반면 '북한의 대남정책이 올해 대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응답도 53%에 달했다.

엇갈린다.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정략성을 경계한다. 그만큼 유동적이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와 파장에 따라 태도를 재조정할 여지가 크다. 이게 민심 동향이다.

같다. 이명박 후보도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결과를 견제한다. 이명박 캠프 대변인이었던 박형준 의원이 설명한 게 있다. 이명박 후보는 여전히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지만 우려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우려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핵을 해결하지 못하는 회담, 그리고 대선에 영향을 끼치는 회담이다.

이명박 후보 측근들이 말하는 게 하나 더 있다. 상황 변화다. 남북정상회담을 8월에 개최하는 것과 10월에 개최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대선에 임박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니 그 정략성을 더욱 의심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논리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여건이 바뀐다. 회담 전에 북핵 6자회담과 APEC 정상회의 등이 열린다.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와 합의 폭을 확대할 수도 있고 제한할 수도 있는 국제 일정이 선행한다.

가변적인 요인이 커지면 예측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예측이 어려우면 가상대응 폭은 더 커진다. 다양한 경우의 수에 맞게 다양한 방벽을 쌓게 된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후보의 행보는 매우 실용적이다. 경직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유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단서를 달자. 유연하긴 한데 한정돼 있다. 정치적 처신에 한해서만 유연하다. 이명박 후보의 이른바 중도실용주의를 구성하는 요소, 즉 대북정책에서도 유연성을 보이고 있는지는 별개다. 그건 그가 내놓은 '비핵·개방·3000구상'을 쪼개본 뒤 결론 내릴 일이다.
ⓒ 2007 OhmyNews
#이명박 #중도실용주의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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