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우리를 웃겨 주던 영구가 있었다. 그가 등장하면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을 준비를 했고, 조그만 움직임에도 웃음이 터졌었다. 바로, 그 '영구'가 부활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한 명이 아닌 단체이라는 것쯤이다. 자신들을 '웃음공갈단'이라 지칭하며 웃길 때까지 재촬영, 3번 촬영도 마다지 않겠다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자 6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처음 정말 '무모한 도전'을 기획으로 내걸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던 지하철과 100M 달리기, 타조와의 달리기 시합, 영화배우 차승원의 망가짐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연탄 기계와 대결까지.
그들은 슬랩 코미디의 절정을 보여주며 고군분투했지만 주말 저녁이라는 시간대까지 겹쳐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몇 번의 멤버교체와 프로그램은 진화해갔다. 유재석의 권유로 막차를 탄 정준하를 끝으로 확정된 6명은 만만한 친근함으로 무기로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불렀다.
어느 순간부터 '무모한 도전'이 사라지고 출연자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주가 되었다는 비난도 있지만, '5000원 교통카드로 남산 도착하기', '모델 워킹을 배워 패션쇼 하기', '영어마을 가기', '무인도 생활하기' 등 매주 그들의 도전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그들에 대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도전 속에서 발생되는 일들이 인기를 끌고 있을 뿐이다.
사실, 몇 번 보게 되면 내용이 뻔히 보이고, 작가들이 정해놓은 틀에 맞춰 MC들은 진행해가고 간간이 에드립을 넣어주는 다른 오락 프로그램과는 확실히 다르다. 자신들을 평균 이하 외모를 가진 평균 연령 30대인 남성들로 지칭하며 시청자만큼이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진행자인 6명은 자신들에게 내려질 지령에 대해, 즉 프로그램의 진행 방향조차를 모르고 시작한다.
PD가 무심한 듯 던지는 미션에 반발하지만 결국은 미션 성공만을 위해 질주한다. 거기서 벌어지는 예기 하지 못한 상황과 멤버 하나하나의 특성에 맞게 나가는 센스 있는 자막까지. 매주 그들이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본다는 틀은 고정되어 있을지 모르나, 영어 마을 습격이나, 연예인의 연예인인 톱스타들과의 만남, 멤버의 집들이, 멤버들의 사주보기 등 기상천외한 일들에 시청자들은 식상함보다는 재미를 느낀다.
한편, 6명의 멤버 중 1인자로 불리는 유재석씨의 열애설이 터져 나왔을 때 시간을 길게 할애하고, 멤버의 사생활에 집중하는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는 비난론도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프로그램의 초기 기획의도의 변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이내 그들은 중심을 잡았다.
일본의 인기 프로그램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PD가 직접 해명하며 논란을 잠식시켰고, 시청률이 조금만 낮아져도 '식상하다', '재미없어졌다'는 비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흔들림없이 웃음으로 승부를 한다. 매주 신선한 충격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미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 리얼을 추구, 자신들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는 <무한도전>.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스타들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많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연예인의 존재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만은 아니다.
특히 <무한도전>은 이 점을 최대한 이용한다. 돌+아이 캐릭터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노홍철의 집이 심한 낙서로 황폐화되고 있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자신의 오빠나 남동생을 위한다는 기분으로 팬들이 자진해서 낙서를 지워주고, 그 사진을 올리고 또 팬들끼리 댓글로 칭찬해준다.
'서울나들이'편에서 보여준 박명수나 유재석의 모습도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안녕하세요, 어디 가시나 봐요?" 길거리에 그들의 등장에도 대중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으며, 지극히 친근하게 그들을 대하고 있었다. 연예인과 대중이 아닌 원래부터 아는 사람들끼리의 모습처럼 말이다.
또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UCC, 캡쳐, 플래시에도 무한도전은 최고의 소재로 손꼽히며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확대 재생산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가볍지는 않으나 식상하지 않은 웃음과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아는 그들의 영악한 놀음에 대한민국은 토요일마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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