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울엄마> 조기종영...청소년드라마 문제는?

성장 드라마의 진부한 소재와 식상함

등록 2007.08.27 11:01수정 2007.08.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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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청소년 성장 드라마 <최강 울 엄마>가 폐지되었다. ⓒ KBS

한국 청소년 성장드라마 <최강 울엄마>(KBS 2TV 일요일 방송) 폐지 소식이 들려왔다. 유일하게 청소년 성장드라마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폐지는 슬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사실 우리에게도 청소년 성장 드라마는 인기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잊히질 만하면 등장했던 청소년 성장드라마.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하이틴 스타들이 등장하며 활약상을 보여주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가 시들해져 버린 것이다. 아직도 미국에서는 많은 성장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말이다.

가령 <케빈은 열두 살(The Wonder Years)> <베벌리힐스의 아이들(Beverly Hills 90210)> <도슨의 청춘일기(Dawson's Creek)> 등 수많은 드라마가 현재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스타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섀넌 도허티, 케이티 홈즈 같은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성장드라마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몇 년 전만 해도 성장드라마는 스타의 등용문이었다. 대학생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은 홍학표, 김찬우, 장동건, 염정아 등의 스타를 배출했고, 청소년 드라마 <나>에서는 최강희, 김래원, 안재모, 허영란이, <학교>에서는 장혁, 김정욱, 배두나, 조인성, 이동욱 등 많은 스타들의 등용문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 시기에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공감하면서 때론 함께 아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동질감을 느낄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최강 울엄마>의 주인공 최강 역을 맡은 진원이 홈페이지에 이러한 말을 남겼다. '유일했던 청소년 드라마였는데 이제 종영이 되면 또래 친구들은 뭘 보나 하는 걱정도 합니다'라고 말이다. 그 말처럼 우리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담아준 드라마 한 편 없이 퍽퍽한 현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드라마의 실종은 성장드라마 자체에 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성장드라마에 소재는 대부분 고등학교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 학업 이야기, 가정문제 등의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드라마 속 학생들의 모습이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령, 학교 교육열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도 우리는 교육열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지만 굉장히 교과서적으로 결말을 이끌어 낸다. 사실상 현실은 교육열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그것을 위해 모든 학생들이 ‘올인’하는 모습인데도 드라마는 그러한 현실의 외피만 다룰 뿐 실상은 도덕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로 구성한다는 점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이유이다.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고등학교 남녀 사랑 문제에 있어서도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미국드라마처럼 성적인 묘사 등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지만 요즘 고등학생들의 감성을 따라가기엔 너무나 진부적으로 묘사된다. 대체로 고등학교 학생들의 사랑은 굉장히 건전하고, 풋풋하게 그려지는데, 그것 자체가 요즘 학생들이 볼 때 유치한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소재들로 일단 청소년 성장드라마는 진부해질 대로 진부해졌고, 시청자들 또한 그러한 성장드라마에 채널을 고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실 <캐빈은 12살>과 <우리들의 천국>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여전히 청소년 성장드라마를 보고 싶어하지만 요즘 세대의 학생들은 그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청소년 성장드라마가 대변해주고자 함이 요즘 청소년들이라면 소재와 내용, 전개 등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물론 조금씩 변화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동성애 문제나, 무명 연극배우 아버지나 미혼모 가정 등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기도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방송 특성상 교훈을 남겨야 한다는 철칙의 벽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청소년 성장 드라마는 제아무리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더라도 자르고 쪼개어 이미 결말을 정해놓고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수준이어서 역시나 그러한 변신도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사춘기> <나> <학교>가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 당시의 학생들의 감성을 제대로 표현해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감성이 세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름에도 여전히 비슷한 감성을 보여주는 성장드라마이기에 오늘날 외면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유일한 청소년 성장드라마였던 <최강 울 엄마> 폐지가 결정되는 지금,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청소년 성장드라마가 이제 시들해진 소재가 아니라 그것을 그려내는 드라마의 소재가 문제가 아닐까, 말이다.
#최강울엄마 #청소년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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