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의 한 재래시장 풍경(자료사진)김시연
지난주 큰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잔치국수가 1000원이란 간판을 보았다. 난 1000원짜리 국수가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난 딸에게 "딸아 우리 저 잔치국수 하나씩 먹고 갈래? 엄마가 사줄게" "그래 엄마. 먹고 가자" 우린 출출한 김에 아주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먹어 치웠다. 맛깔스러운 김치도 함께 나왔다.
한 그릇에 1000원 하는 잔치국수의 맛도 궁금했다는데 1000원짜리 잔치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또 1000원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데 국수 한 그릇에 1000원이라니. 1000원 하는 잔치국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수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딸과 나는 생선가게를 찾았다. 깨끗하게 정리된 한 생선가게 앞에서 우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여자가 10일 전쯤 사 가지고 간 생선들의 가격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주인에게 일일이 생선이름과 가격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나 하루 이틀 전 아니, 방금 전까지의 계산이 잘못된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무려 10일 전 일을 얘기하고 있었다. 주인은 생각이 잘나질 않는 듯했다. 그래도 짜증을 내거나 그 사람의 말을 시큰둥하게 듣지 않았다. 주인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하루에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깐 다음에 오시면 내가 잘해 줄게요"하자 그 손님은 알았다면서 돌아갔다.
그 주인의 성의 있는 태도와 친절에 난 "아줌마 성격 참 좋네요. 어쩜 성을 내지 않고 그렇게 다 받아주세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인데." 나는 몇 가지 생선을 골랐다. 가격을 조금 싸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가격도 조금 깎아주고 덤도 주었다.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난 마음 속으로 다음에 생선을 살 때에도 이 집으로 와야지 하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채소와 과일들도 골라서 샀다. 콩나물을 살 때에도, 과일을 살 때에도 덤은 항상 따라다녔다.
요즘은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재래시장이 밀린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해본 재래시장은 예전의 재래시장이 아니었다. 내가 찾은 재래시장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고, 친절하고, 가격도 싸고, 구수하고, 정겨운 사람들의 정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또 사는 재미와 파는 재미도 있는 곳이었다.
핸드카 한가득 물건들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무엇 하나 필요 없는 것을 산 것이 없었다. 2~3일 후쯤 다시 재래시장을 찾을 생각이다. 지갑이 얇아도 살 것이 있는 재래시장. 앞으로 재래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어 소비자는 싱싱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고, 그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이 환하게 웃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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