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화초에도 유행이 있어요"

딸도 화초 키우는 데 취미를 붙였습니다

등록 2007.08.30 16:56수정 2007.08.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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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딸아이 집에 있는 화초들

딸아이 집에 있는 화초들 ⓒ 정현순

퇴근한 딸아이가 아레카야자, 산세베리아, 행운목 등 여러 가지 화초를 사들고 우리집에 왔다.


“웬 화초를 이렇게 많이 사와. 엄마네도 화초 많은데.”
“엄마네 많지. 하지만 화초에도 유행이 있다니깐. 엄마네 있는 화초는 크고 오래되었지만 요즘 많이 키우는 화초는 별로 없잖아.”

딸아이의 말을 듣고 우리집 베란다를 둘러보니 정말 상큼한 맛이 나는 화초는 없는 듯했다. 그나마 지난봄에 2~3개의 화분을 산 것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10년 이상 된 화초들이 대부분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작은 화초가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 족했다. 하지만 요즘은 나름대로 기능이 있는 화초들을 많이 키우고 있다고 한다.

집안의 일산화탄소를 없애준다는 스킨답서스와 산호수, 밤 침실에 공기청정기는 호접란, 선인장, 다육식물, 공부방 음이온을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없애주고 기억력에 도움을 준다는 로즈마리, 팔순이, 밤에 산소를 만들어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산세베리아, 새집증후군에는 벤자민, 어두운 공간에서도 잘 자라고 실내공기 중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이 좋다는 행운목 등 모두가 끌리는 이야기이다.

그런 말을 들어서인가 딸아이가 사들고 온 화초들이 더 예뻐 보였다. 딸아이도 처음부터 화초 키우기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삭막한 아파트에 내가 몇 개 갖다 준 스킨답서스와 춘란, 군자란이 전부였다. 몇 개의 화초가 집에 있었지만 생각나면 물을 주곤 했었다. 그나마 완전히 죽이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가 새집으로 이사 오기 전이었다. 대학선배가 화원농장을 새로 개업해서 그곳을 찾았다. 그때 만년금이란 화초를 하나 사가지고 왔다. 꽃이 핀 그 자리에 빨간 열매가 하나둘씩 열렸고 그 열매가 딸아이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빨간 열매가 집안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주자 딸아이는 그 화원에 가끔씩 들려 화분을 하나둘씩 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화초 키우기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옛날에 내가 화초 키우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그때 무슨 꽃이든 꽃을 피우기를 시작하면 난 아이들을 손을 잡고 화초 앞으로 가서 “얘야 이것 좀 봐라. 여기에서 꽃이 피기시작하지. 너무 신기하지”했고 딸아이는 그것이 정서적으로 많이 좋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나는 무조건 초록의 화초가 좋았고, 잘 자라 새싹이 나고 꽃이 피면 그것만으로 즐거웠다. 그래서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을 딸아이에게 얘기 해주곤 했었다. 지금 그런 딸아이 집에 가면 각가지 화초가 방긋이 웃으면서 그곳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손자들도 조심스럽게 화초들을 만져 보기도 하고 물도 주고 있다.


또 나보다 식물에 대한 지식을 더 많아 오히려 나에게 알려주고 있다. 길을 오가면서 화초가 있으면 한 번씩 만져보면서 “저것은 무슨 꽃이고, 이것은 무슨 꽃이야”한다. 어쨌든 딸아이도 나와 똑같은 취미를 가지게 된 것이 좋을 뿐이다.

딸아이가 사온 초록의 화초들을 적당한 곳에 놓았다. 집안이 한결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오래된 화초와 요즘 유행한다는 화초들이 어울려 더욱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무엇이든지 한쪽으로 기울기보다는 화음을 맞추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꼈다.
#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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